천정배와 호남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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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와 호남 민심
  • 배종호 회장
  • 승인 2015.05.0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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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사 배종호 회장
무소속의 천정배 후보가 새정치 연합의 아성인 광주에서 4.29 재보선을 통해 당선됐다. 단순한 당선이 아니라 새정치 연합의 조영택 후보를 더블스코어에 가까운 차이로 압승했다. 새정치 연합 그러니까 ‘민주당’이 광주 서 을에서 패배하기는 소선구제로 전환된 지난 1988년 이래 27년 동안 처음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한마디로 광주의 유권자들이 새정치민주연합을 외면한 것이다. 엘로우 카드인지, 레드카드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으나, 분명한 것은 천정배 후보가 주장한 대로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광주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를 통해 표출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한 마디로 새정치 연합의 ‘패권적 일당독점구조’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기득권에 취해 있는 ‘민주당’의 ‘정치적 노예’가 더 이상은 되지 않겠다는 것이다. ‘계파기득권 정치’를 타파하라는 것이다. 변화와 혁신을 통해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는 호남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도, 정권교체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지역주의 우산’ 아래 호남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다. 40년, 50년 가까이 호남에서 ‘1당 독점체재’를 점해오면서 변화와 발전을 위한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거나 육성하기는커녕, ‘계파 기득권의 성’을 높게 쌓아놓고 기득권에만 탐닉했을 뿐이다. 그 결과가 ‘인재부족’ 이라는 오늘의 비극적인 현실로 우리 호남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10여명의 이른바 대권주자들이 대부분 영남 지역 인사들인데 반해 호남지역 인사는 단 한명도 없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오늘은 과거의 결과물이지 않는가? 바로 이러한 것들이 광주에서는 천정배를, 순천에서는 이정현을, 그리고 목포에서는 무소속 ‘박홍률’시장을 탄생시킨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호남지역에서는 어떤 정치적 현상들이 일어날 것인가? 필자가 볼 때 이번 천정배의 당선은 시작에 불과하다. 당장 천정배를 중심으로 ‘민주당 1당 지배구조’를 깨기 위한 움직임들이 호남에서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천정배 후보는 이른바 ‘뉴 DJ'들을 발굴해 내년 4월 총선에서 광주 전 지역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들과 대결을 벌이겠다고 밝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더 범위를 넓혀 호남 30군데에서도 후보를 내보내 새정치 민주연합 후보들과 경쟁하겠다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 ‘수의계약 정치’만 있어온 호남에서도 드디어 ‘경쟁입찰 정치’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말뚝’만 꽂아놓고 당선을 강요하던 호남지역에 ‘유권자 선택’의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실력과 능력만 있다면, 비전과 도덕성만 있다면 이른바 ‘동교동’ ‘정치 실력자’에게 줄을 대지 않고도, 유권자들의 정당한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의 시대’가 열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천정배 당선자는 앞으로 어떤 행보를 해야 하는가? ‘민주당’, ‘친노계파’들이 보여줬던 기득권 챙기기, 계파이익 챙기기를 철저히 배격해야 한다. 사적 인연이나 정실에 얽매이지 않고,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원칙과 기준아래 천하의 인재들을 담아내야 한다. 그래서 새정치민주연합과 당당하게 경쟁해 야권 전체의 체질을 강화하고, 더 나아가 정권교체의 국민적 열망을 실현해내야 한다. 바로 이 길이 천정배 후보가 선거기간 내내 부르짖었던 ‘메기론’의 사명이다. 아울러 그가 주장하는 ‘호남정치 복원’과 ‘뉴 DJ'의 개념이 무엇인지는 아직 정확하지 않으나, '호남정치 복원’이 단순히 ‘호남 지역주의’로 흐르거나, ‘뉴 DJ'가 단순히 DJ를 닮아가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김대중과 노무현이 부르짖었던 민주주의와 인권, 권위주의 청산, 납북평화와 협력이라는 근본적 가치는 공유하되 김대중과 노무현을 뛰어넘을 수 있는 새 인물들을 발굴하고 육성해야 할 것이다. ‘뉴 DJ'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반영할 수 있는 참신한 인재들이 되어야 할 것이다. 바로 이것이야 말로 이번 4월 재보선에서 광주의 시민들이 천정배를 선택한 이유가 아닐까? 호남지역에서도 새로운 시대가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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