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작가 이성관의 두근두근 옛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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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작가 이성관의 두근두근 옛이야기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2.08.13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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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징검다리 건너서
 ▲이성관 동요작가

마을 앞 시냇물에
담방담방 징검다리
고만고만 돌덩이를
누가누가 놨을까
빠안히 들여다보면

거울 속 흰 조약돌.

건너뛰다 잠깐 서면
물소리, 바람소리
눈 들면 건너 마을
되돌리면 내 마을이
 반가이 눈웃음치며                                    

     
 

손짓하는 앞뒷산.

물구나무 선 나무들
사이로 흰구름이
돌틈 새 고기떼 놀 듯
들락이는 물 속 마을
사르르 잔물결 일면
아른아른 순이 얼굴.
    ― ‘징검다리/ 전문 ―

내 어린시절 지금과는 달리 시골에서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학원이며 과외라는 건 이름조차도 생소했던 시절. 집에만 돌아오면 꼴 베고 소 먹이며 이런저런 집안일이며 농사일 돕기 등으로 하여 집에서 공부할 시간일랑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시절.

지금처럼 우리의 토목기술이 세계적으로 알려진 시절도 아니어서, 냇물이나 강물을 건너지르는 다리놓기 또한 흔한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개울물이나 시냇물 등은 으레 자연 그대로의 돌덩이를 주워 모아 돌다리(징검다리)를 놓거나, 양 쪽의 거리가 다소 넓다 싶으면 얼기설기 꾸며놓은 나무다리 정도의 시설이 고작이던 시절.

학교에서 돌아오거나 방학이 되면 농사일 돕기 등으로 공부라는 건 엄두도 낼 수 없었던 시절이었기에, 방학이 되어도 한여름이면 틈틈이 꼴베기며 냇가나 골짜기에서 방목상태의  소먹이기(소뜯기기) 등의 일을 병행하며, 거의 해종일 들이나 냇가에서 지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따라서 내를 건너려면 듬성듬성 놓여있는 징검다리를 거의 날마다 건너던 기억 때문일까.  여름이 아니라도 동구밖에서 바라보면 또래들이 살고 있는 시냇물 건너 앞마을이 손짓하는가 하면, 무더위가 수위를 높여가는 삼복三伏을 전후하여 아이들의 최상의 놀이터가 되고도 남았던 냇물과 징검다리. 

징검다리와 소나기, 소나기와 징검다리.

우리나라 국민 중 황순원님의 저 유명한 단편소설 ‘소나기’ 하면 징검다리를  떠올리지 못할 이 누가 있을까.

소나기로 하여 냇물이 불어나 숫기없는 소년이 어쩔 수 없이 소녀를 업고 건너다가 갑자기 물이 불어, 놀란 소녀가 와락 소년을 끌어안은 바람에 소년의 베잠방이 적삼에서 소녀의 분홍색 스웨터에 붉은 황툿물이 배어들어 지지않는다는 얘기를 전하며 얼굴을 붉힌다는 이야기. 

연 전 ‘내마음의 노래’ 회원 몇 분이서 소설 ‘소나기’를 교과서 단원의 학습자료 개발 겸 연가곡 형태로 공동 제작하여 무대에 올린 적이 있는데, 내가 맡게된 부분은 두 주인공이 소나기가 지난 후의 냇물을 건너고 헤어진 후 한참 만에 다시 만나 소녀가 소년에게 내미는 대추를 주고받으며 소녀의 옷에 배인 황톳물을 보고 얼굴 붉히며 대화를 나누던 장면을 노랫말로 바꾸어 본(곡ㆍ박영란) 내용이다.
 
징검다리!
이름만으로도 얼굴이 환히 밝아지며, 맑고 순한 동심과 함께 향수에 젖어들지 않을 이 누가 있을까. 
어릴 적 냇가에서 소를 먹이며 입술이 새파래지도록 물속에 들어가, 지금은 구경조차 힘이 든 가재며 징거미를 비롯한 고기잡이, 멱감기 등으로 기인 여름날의 해마저도 짧게만 여겨지던 시절.

징검다리를 걷고 또 걷다가 심심해지면, 징검돌 위에 앉아 거울처럼 드맑은 물속을 빠안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물구나무 선 나무들 사이로 흰구름이 노닐고, 해종일 징검돌 사이로 들고나기를 반복하는 피라미떼를 비롯한 물고기들의 유영遊泳!

징검다리는 자식들을 지극정성으로 길러주시는 우리들의 부모님 같은 존재가 아닐까.
일 년 사시사철 비바람 눈보라에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차가운 물에 몸을 담근 채 등을 드러내 줌으로써 오가는 이들의 소통과 관계를 이어주는 징검다리.

마을과 마을, 이웃과 이웃과의 화해를 상징하며, 마음과 마음이 하나 되게 만드는 매개체 구실을 하는 징검다리. 끝없는 희생과 봉사로 세상을 화안하게 밝혀주는가 하면, 견우와 직녀의 오작교처럼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온 세상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징검다리.
티없이 맑고 고운 사춘기 시절. 첫사랑의 지고지순至高至純한 감정을 노래한 소나기.

끝으로 소나기의 내용과 어울리는 또 하나의 동요풍의 예쁜 노랫말. 그래서 가끔 애창하기도 하는 ‘산골소년의 사랑 이야기’를 흥얼이며 이만 줄인다.

풀잎새 따다가 엮었어요/ 예쁜 꽃송이도 넣었구요.
그대 노을빛에 머리 곱게 물들면/ 예쁜 꽃 모자 씌어주고파

냇가에 고무신 벗어놓고 / 흐르는 냇물에 발 담그고
언제쯤 그 애가 징검다리를 건널까/ 하며 가슴은 두근거렸죠
 
흐르는 냇물 위에 / 노을이 분홍빛 물들이고
어느새 구름 사이로 저녁달이 빛나고 있네
노을빛 냇물 위엔 예쁜 꽃 모자 떠가는데
어느 작은 산골 소년의 슬픈 사랑 얘기.
 
흐르는 냇물 위에 / 노을이 분홍빛 물들이고
어느새 구름 사이로 저녁달이 빛나고 있네
노을빛 냇물 위엔/ 예쁜 꽃 모자 떠가는데
어느 작은 산골 소년의 슬픈 사랑 얘기
 
노을빛 냇물 위엔 / 예쁜 꽃 모자 떠가는데
어느 작은 산골 소년의 슬픈 사랑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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