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어르신들의 손녀 어렵고 힘든 일 도와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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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어르신들의 손녀 어렵고 힘든 일 도와 드려요’
  • 최지우
  • 승인 2016.03.15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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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한대학교 언어청각치료학과 1학년 박소정양

[목포시민신문=최지우기자]

 

해마다 겨울철이면 뉴스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각종 화재 소식은 보는 이들에게 경종을 울리며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화재예방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특히 독거노인이 혼자 생활하다 당한 화재 사고 시에는 재산은 물론이거니와 귀중한 목숨 마져 빼앗기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누군가 화재현장에서 빠른 조치로 사고를 수습하고 경찰이나 소방서에 도움을 요청한다면 귀중한 목숨을 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화재 현장에서 일반인이 뛰어들어 도움을 주거나 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이론적인 생각뿐이지 선뜻 행동으로 옮기기는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다. 삼킬 듯 달려드는 화력에 질려 겁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까. 그래서 화재현장에서 남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펼치는 사람들을 보면 우리는 의인이라 칭하게 된다. 이른 봄기운이 완연했던 지난 2월 말 대반동에서 일어난 화재사고에서 대학 1학년 여학생이 목숨이 위태로웠던 9순 할머니를 구하며 지역사회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지난 8일 목포경찰서(서장 안병갑) 서장실에서는 세한대학교 언어치료청각학과 1학년 박소정양을 초청 조촐한 감사장 수여식이 있었다. 작은 키에 여린 여대생에게 안병갑 서장이 수여하는 감사장에는 ‘평소 경찰을 장 이해하고 적극 협조하여 오셨으며 특히 화재 현장에서의 적극적인 인명구조 활동으로 안전사회 구현에 기여한 공이 크므로 이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지난 3월8일 목포경찰서 안병갑 서장은 화마에도 굴하지 않고 구순 할머니를 구한 박소정양에게 감사장을 수여했다

목포시 대반동은 유달산 아래 바다를 내려다보는 양지바른 동네지만 개발이 되지 않아 젊은이들이 떠나고 어르신들이 동네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대학을 입학 학교생활에 적응해 가고 있는 박소정양에게는 비록 낙후되었지만 자신이 태어나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생활하고 있는 대반동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곳이며, 지금까지 살아온 세상의 전부이기도 하다. 

그런 대반동에서 작은 사고가 있었다. 지난 2월 27일 대반동에서 홀로 생활하던 92세 김할머니의 집에 화재가 발생했다. 거동이 불편하고 도움을 청할 곳도 제대로 알지 못한 김할머니는 스스로 불을 끄기 위해 바가지로 물을 뿌리고 있었고, 불은 김할머니 몸에 옮겨 붙어 한쪽 머리와 얼굴 손발이 화상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김할머니는 몸에 불이 붙어 화상을 입은지도 깨닫지 못한 채 자신의 집이 불에 타고 있다는 현실 앞에서 망연자실하며 불을 끄기에 여념이 없었다.

마침 그때 동생의 교복을 사서 집으로 돌아오던 박소정양과 엄마, 여동생은 난생처음 접해본 화재현장에 깜짝 놀랐고 순간적으로 김할머니를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박양의 위기대처 능력이 빛을 발하게 된다.
박양은 엄마에게 소방서에 화재 신고를 하게 한 뒤 화재현장에서 김할머니를 끌어냈다.

“처음에는 할머니가 불을 꺼야한다는 말만 되풀이 하시며 몸이 아픈 것은 느끼지 못 하시는 것 같았어요 집도 집이지만 그대로 두면 할머니가 큰일 나겠다 싶어서 할머니를 우선 안심시키고 밖으로 끌어냈어요”라며 화재 현장의 긴박했던 순간을 설명했다.

신고를 받은 소방대원들이 출동에도 문제가 생겼다. 동네가 산 중턱에 있는데다 소방도로가 없어서 정확한 위치 설명이 어려웠던 것이다. 화재가 난 곳은 대반동에서 구 제일여고로 넘어가는 좁은 골목길에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 좁은 도로 여건상 차량이 진입할 수 없는 등산 산책로 산중턱에 있는 주택이였다.

“우리 동네에서 난 화재 현장을 처음 봤기 때문에 소방대원들이 묻는 위치설명을 제대로 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밑으로 내려가서 소방차를 기다렸다가 같이 왔어요, 그런데 불을 끌 물이 없는 거에요 그래서 공생원 뒤쪽 물을 끌어다가 겨우 불을 끌 수 있었어요”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박소정양의 신속하고 침착한 대처로 인해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한 92세 김할머니는 목숨을 구할 수 있었고 현재 병원에서 3화상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고 있다. 아무런 연고가 없는 할머니는 치료 후 요양원에서 생활할 예정이라고 한다.

박소정양은 86세된 할아버지와 건설일용직에 근무하는 아버지, 전업주부인 엄마, 오빠와 여동생 이렇게 여섯 가족이 대를 이어 대반동에서 행복하게 생활하고 있다. 아버지가 4녀 2남의 막내아들이지만 결혼 초기부터 할아버지를 모시고 생활했기에 엄마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동네에서 인정하는 화목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다.

박양의 원래 꿈은 건축가였다.
“우리 동네가 오래되고 개발이 되지 않아서 건물이 허름하고 많이 낡았어요 그래서 건축가가 되어서 고치고 싶었어요, 얇은 벽은 충격에 강하게 단단하게 바꾸고 싶고, 비가 새지 않는 안전하고 튼튼한 집으로 고치고 싶었어요. 그런데 생활하다보니 어르신들하고 소통이 되지 않는 거에요, 많은 어르신들의 귀가 잘 안 들려서 대화하기가 힘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부모님과 의논 끝에 언어치료청각학과에 진학하게 되었어요”라고 당찬 답을 했다.

평상시에도 할아버지와 생활했기 때문에 동네 어르신들과의 접촉이 자연스러웠던 박소정양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동네 어르신들에 대한 더 세세한 보살핌과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자격증을 따서 언어 재활치료 전문가가 되고 싶어요. 내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들을 위한 재능기부도 하면서 지역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될래요”

박소정양의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미래 꿈을 듣는 것을 끝으로 의미 있는 만남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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