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작가 이성관의 두근두근 옛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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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작가 이성관의 두근두근 옛이야기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2.08.20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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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별 쏟아지는 시골 미리네 감흥 만땅

 ▲이성관 작가

견우와 직녀

칠석날 하늘나라 은하수에는
까막까치 훨훨 날아올라서
다리를 놓은대요, 오작교래요

은하수 오작교에 견우 직녀는
반가와 얼싸안고 노래부르며
밤새도록 사랑을 꽃피우지만

동쪽하늘 발그레 놀이 물들면
헤어지기 서러워, 하도 서러워
눈물을 글썽이며 돌아선대요.                                 

―세시풍속절기음악가사공모당선(2007년.국립국악원)―                              

시골의 여름하늘은 아름답습니다.
대도시의 도심에서는 밤하늘을 쳐다보아도 별이 보이지 않습니다.

별이 없어서가 아니라, 건물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이며 가로등이 골목길이며 거리를 대낮처럼 환하게 밝혀주는 불빛으로 하여 별을 볼 수가 없기 때문이지요.

거기에다 기후변화에 따라, 늘어나는 열대야 현상과 더불어 매미들이 밤을 낮으로 착각하여 세차게 울어대는 바람에 사람들마저 깊은 잠을 들 수가 없다니 매미들만을 탓할 일도 아닌 듯 싶고요

도심의 밤거리를 밝혀주는 가로등.

인간들에게야 밤길을 마음 놓고 다닐 수가 있으니, 고맙고 편리한 세상이지만, 밤새도록 거리를 환하게 밝혀주는 불빛으로 하여 수목들은 예전처럼 깊은 잠을 이룰 수가 없으니 또 얼마나 괴로울까요.

불빛 아래에서는 작물이 잘 자랄 수가 없듯이, 가로수 주변의 초목들은 언제나 얼굴이 파리한 채 제 색깔이 아님은 물론입니다.

인간의 편리를 위한 장치들이 수목을 비롯한 다른 생물들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고도 남으리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들에게 우리는 한없이 미안하고 또 미안한 일이지요.

그래서 도시의 인파들이 오가는 불편을 무릎쓰고 너도나도 산으로 바다로 떠나는 피서행렬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을 거구요.

야심성유휘(夜深星逾輝)라고 했습니다. 어두울수록 별이 빛난다는―.

그렇습니다.

한적한 시골의 여름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딸랑딸랑 방울소리를 울리며 금방이라도 쏟아내릴 듯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답고 황홀한 별빛에 나도 몰래 빨려들어가, 내가 별이 되고 별이 금방 내 안에 들어와 별과 내가 하나 되는 신비감에 젖어들고 말지요.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시와’ 등의 명구가 가슴을 울리는 윤동주님의 명시 ‘별 헤는 밤’이며, 외로운 산골짜기에 혼자서 양을 치고 있는 목동이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주인집 딸인 스테파노와 별처럼 아름다운 얘기를 나누며 산골에서의 한 밤을 지낸다는, 알퐁스 도데의 목가적인 소설 ‘별’ 등 별에 관한 노래들을 읊조리면서...

그러고보니 8월도 어느덧 하순으로 접어드는 스무하룻날이 칠석이네요.

칠석 하면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

‘견우와 직녀 이야기’를 떠올리지 않을 이도 드므리라 여겨집니다.

배를 짜는 직녀가 어느날 선녀들과 궁궐 밖으로 나와 나들이를 하다가, 소를 치는 목동인 견우와 눈이 맞아 사랑을 속삭인다는 소문을 들은  옥황상제가 노하여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만날 수 없도록 동(견우)과 서(직녀)로 귀양을 보내고 맙니다.

그래서 은하수에는  동쪽과 서쪽에 견우성과 직녀성이라는 별이 생기게 되었구요.

그러나 일 년에 단 하루.

그것도 서로 만날 수는 없고 단지 건너다 볼 수 있게만 허락하였으니,

채워지지 않은 서글픔에 눈물이 비가 되어 해마다 이 날이 되면 심한 홍수로 하여,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보다못한 지상의 까마귀와 까치떼가 하늘로 올라 날개와 날개를 맞대어 다리를 놓아주니 이를 烏鵲橋라고 이르게 되었지요.

맘씨 고운 까막 까치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그 이후 견우와 직녀는 비록 일 년에, 그것도 밤이 짧은 여름날의 하룻밤. 안타가움이야 어찌 말이 필요할까만 그나마도 얼마나 다행한 일이냐며 눈물을 참고 견디니 그때부터 지상의 홍수는 그치게 되었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대부분의 설화나 명작이라는 이름으로 오래오래 전해지는 문학작품은 대체적으로 슬프고 아름다운 아니, 슬퍼서 아름다운 내용으로 전개가 되는 것은―.

슬퍼서 아름다운지
아름다워서 슬픈지

모르긴 해도 이 땅의 수많은 예술가들 중 견우 직녀를 제재로 하여 작품을 쓰지않은 이 몇이나 될까.

발표까지는 몰라도 대부분의 작가들이 이토록 슬프고 아름다운 소재를 가만 두고만 보지는 않았을 터. 저 또한 젊은 시절 써 두었던 ‘칠석’이라는 시를 묵은 노트를 되찾아 되새겨 보며 오는 칠석날(8.21) 밤은 모두들 한적한 교외로 나가 밤하늘을 바라보며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에서 함께 만나는 아름다운 모습을 함께 보며 축하의 박수를 보내주시면 어떨런지요. 아울러 가까운 이들에 사랑의 감정도 함께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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