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년 전통 지키는 민어요리 대가 목포영란횟집 박영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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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년 전통 지키는 민어요리 대가 목포영란횟집 박영란대표
  • 최지우
  • 승인 2016.04.1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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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째 민어맛 지킨 47년 …목포 대표 맛집이요"
▲ 영란횟집 박영란 대표

[목포시민신문=최지우기자] 해남에서 중선배 선주였던 아버지는 42세 젊은 엄마에게 숙명처럼 4명의 아이들을 남기고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세상물정 모르고 남편의 그늘아래 아이들만 챙기며 살아오던 젊은 엄마는 자신의 모든 것 이였던 소중한 아이들을 위해 강한 모성의 힘을 발휘한다.  고향인 해남에서의 모든 생활을 접고 목포 동명동으로 이주 1969년 6평의 작은 실비집을 개업, 홍어와 상어 동동주 판매를 시작했다. 가진 돈도 많지 않았거니와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은 음식 만드는 일이였다.

그렇게 시작한 실비집은 큰 딸의 이름을 딴 ‘영란횟집’으로 개칭, 강산이 4번이나 바뀌고 다시 한 번 더 바뀌는 긴 시간동안 목포를 대표하는 맛 집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여름이면 전국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올해로 개업 47주년을 맞이한 목포 민어 거리의 선구자 영란횟집이 대대적인 개보수를 통한 새 단장으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 1969년 영란횟집을 개업한 고 김은초 여사
어머니  고 김은초(2014년 87세로 작고)여사의 대를 이어 영란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박영란(64세) 사장은 당시 건강이 좋지 않았던 어머니를 대신해 27세, 미혼의 몸으로 횟집 운영을 도맡아 왔으며, 지난해 어머니가 작고하실 때가지 온 정성을 다한 효심으로 어머니를 지켰다.

“어머니 음식솜씨가 아주 좋은 편이였다. 처음 실비집을 개업 했을 때는 워낙 가게가 작았기에 사람들이 밖에서 기다랗게 줄을 서서 기다렸었다. 비록 가게는 작았지만 찾아오시는 분들은 행남사 사장님과 최태옥 원장님 등 남양어망 사장님 등이 단골로 다니며 유명세를 탔었다.”며 “당시에 한국일보 신문에 기사가 났었다. 우리식당에 오면 세 번 놀라고 가는데 첫 번째가 집이 작고 허술해서 놀라고 두 번째는 음식이 맛있어서 놀라고 세 번째는 매운탕이 맛있어서 놀란다고. 신문에 기사가 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되었다. 그동안 방송이나 신문, 잡지 등에 많이 소개되었지만 우리가 직접 방송이나 신문 책자에 광고를 해 본적이 없다. 손님들이  와서 먹어 보고 입소문으로 현재가지 온 것이다.”고 했다.

영란횟집에서 사시사철 맛좋은 민어를 맛볼 수 있는 것은 바다 깊은 곳에 사는 민어는 잡히면 금방 죽어 버리기 때문에 활어회로 먹기는 힘들고 대신 하루 이틀 숙성시킨 선어회로 먹기 때문이다. 민어가 많이 나오는 여름철엔 하루에 700여명의 손님들이 밀려 평균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영란횟집의 특제 소스와 잘 숙성된 민어회를 맛볼 수가 있다.

영란횟집에서 판매하는 민어는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이 보신탕은 삼품, 도미탕은 이품, 민어탕은 일품이라 하여 여름철 최고의 보양식으로 즐겨 먹었으며, 임금님 수라상에 올라가는 귀한 몸 이였다. 민어는 산란기인 6월 하순부터 8월까지가 제철이라고 한다. 알배기 직전까지는 암놈이 맛있고 알을 배기 시작한 이후에는 수놈이 더 맛있다고 한다. 특히 임자도 인근에서 잡힌 민어를 최고로 친다는데 한창 때는 마치 개구리 울음소리같이 울어대서 밤잠을 설칠 정도라는 말도 전해진다. 아마도 개구리 울음소리라 표현했던 것은 공기주머니에 해당하는 찜과 구이, 전 회, 매운탕 등 다양한 맛을 즐기는 민어는 전라도에서 나는 민어를 최상품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영란횟집만의 특화된 숙성으로 인한 특별한 맛은 한번 맛본 사람들을 다시 찾게 만들고 있다.

영란횟집에서는 직접 만든 특제소스와 초장으로 민어회의 감칠맛을 더하고 있으며, 매년 옥상에서 직접 담근 된장으로 끓인 매운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특별한 맛을 고수하고 있다. 1년 365일중 설날과 추석 단 이틀만 쉬는 이유도 일부러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실망을 주기 않기 위해서 이다. 영란횟집은 지역을 대표하는 맛 집으로 지역의 전통 맛을 지키고 홍보하는 홍보대사 역할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영란횟집은 손님들과 함께 발전을 해왔다. 처음 홍어, 상어에서 전문적인 민어 요리로 메뉴가 바뀐 것도 가게를 찾아온 한 제일교포의 조언 때문이었다. 버려지던 민어껍질과 매운탕에 넣던 부레에 대한 맛있게 먹는 법을 알려준 것이다.  현재 별미로 꼽히는 부레와 살짝 데친 껍질 요리는 이렇게 탄생되었고, 민어선어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특징 있는 식당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게 되었다. 처음엔 서비스로 내던 민어탕 또한 영란횟집을 대표하는 대표 맛 메뉴로 등극했다.

▲ 목포민어의 거리 선구자 영란횟집 전경
현재의 영란횟집은 33년 전 가게 시작 14년 만에 세 번의 이사 끝에 장만한 곳이다.
고 김은초 여사는 젊은 시절 건강이 썩 좋지 않았다. 지병인 고혈압과 당뇨로 인해 집에서의 생활보다 병원에서의 생활이 더 많았다. 자연스럽게 식당에서의 모든 일은 박영란 사장의 몫이였다.
“엄마가 처음부터 기본 틀을 잘 만들어 놨기 때문에 난 그대로 하면 됐었다. 평소 생활 철학이 무슨 일을 하던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기에 내 온 열정을 이 식당에 쏟아 부었다. 어린시절 아버지의 손을 잡고 찾던 손님이 이제는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식당을 찾았을 때 가장 큰 보람과 감동을 느낀다. 다녀가신 손님들이 맛있게 잘 먹었다는 한마디는 가장 강력한 피로회복제이자 내일을 꿈꾸게 하는 희망의 한마디라고 생각 한다”고 평생을 바친 식당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현재의 영란횟집의 또 다른 숨은 공로자는 평균 20~30년 함께 영란횟집을 지키고 있는 5명의 종업원들로 얼굴표정만 보고서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알 수 있을 만큼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가족보다 더 오랜 시간 함께 하며 영란횟집을 지키는 든든한 파수꾼이다.

이제 영란횟집은 박영란 대표에 이어 올케인 조형숙씨가 주방을 책임지고 있다. 둘째 조카 또한 조리학과를 졸업, 영란횟집을 이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젠 내가 좋아하는 책도 맘껏 읽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차를 즐기면서 노후를 보내고 싶다. 아직은 내 손길이 필요해서 도와주고 있지만 올케가 민어 초무침 명인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만큼 현대인들에게 맞는 맛으로 승부를 할 것으로 믿는다. 손주가 엄마의 대를 이을 준비를 하고 있느니 계속 지켜나갈 것으로 생각 한다”며 뿌듯해 했다.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 맛 집으로 100년을 이어가기 위해 박영란 대표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바쳤듯이 올케와 조카 또한 소중한 전통으로 지역을 떠나 우리나라에서도 손꼽히는 명문 맛 집 가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한 눈 한번 팔지 않고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온 박영란 대표의 좋은 사람들과 더불어 좋아하는 차를 나누며 유유자적 평안한 노후를 보내겠다는 달콤한 꿈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최지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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