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과 알파고
상태바
다산과 알파고
  • 박석무
  • 승인 2016.04.22 16: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석무의 다산 이야기
▲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제4차 산업혁명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시대적 변화를 알파고가 보여주고 있다면서, 알파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선풍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더구나 인류를 대표해서 한국의 이세돌 프로 9단과 알파고와의 대국으로 한국이라는 나라의 위상도 상당히 높아진 것이 분명합니다. 바둑계의 세계적인 랭킹으로 이세돌 9단이 최상위에 속하지 않았지만, 구글에서 이 9단을 선택한 이유가 가장 창의적인 바둑을 두는 기사라는 이유 때문이라고 밝힌 점에서 한국인들의 명석한 두뇌에 어느 정도 자부심을 갖게 해주었던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게 되는 현시점에서, 지금부터 200년 전에 인간의 능력과 인간의 지능을 능가할 수 있는 과학기술의 개발에 마음을 기울이면서 기술개발과 기술도입에 심혈을 기울였던 다산 정약용을 기억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늘이 짐승에게는 발톱·뿔·단단한 발굽·날카로운 이·강한 독(毒)을 주어서, 그것으로 각기하고 싶은 것을 얻게 하고, 환난(患難)을 방어하게 하였다(「技藝論」)”라고 말하며 만물의 영장인 인간에게는 전혀 그런 무기를 제공해주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왜 인간이 만유를 지배하는 사람으로서의 구실을 할 수 있었는가에 대한 설명도 했습니다.

“사람에게는 지려(智慮)와 교사(巧思)가 있도록 하여 그것으로 기예(技藝)를 습득하여 스스로 자기의 생활을 하도록 해주었다”(同上)라고 말하여 짐승들보다 월등한 지려와 교사를 부여해주어 과학기술의 창조를 통해 생명을 유지하고 삶의 행복을 추구할 길을 열어주었다는 명쾌한 답변을 했습니다. 그렇게 보면 알파고는 다산의 설명대로 인간이 지닌 지려와 교사를 통해서 얻어낸 과학기술 발전의 결과에서 온 것임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실학자 다산은 인간의 실용에 도움될 학문적 연구를 계속하면서 삶의 편리와 경제적 윤택을 위해서는 기술개발과 기술도입이라는 두 가지 일이 최대의 급선무임을 강조하며 기술개발과 선진국으로부터 기술도입을 관장할 정부 기구인 「이용감(利用監)」이라는 관제의 창설을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경세유표』)

그러면서 기술개발의 근본은 수학(數學)이라는 학문에 있음을 간파하고, 「이용감」이라는 기구 아래 「산학서(算學署)」라는 하부 부서를 두어 수학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왜 수학이 중요한가에 대해서도 명쾌한 답을 주었습니다. “온갖 공업기술의 정교함은 모두 수리학에 그 근본을 두고 있다(百工之巧 皆本之於數理)”라고 말하여 수학에 대한 깊은 연구가 없으면, 절대로 과학기술은 발전하지 못한다는 주장까지 폈습니다. 알파고가 계산능력이 뛰어나고 수리적 판단에 탁월함을 보면서, 역시 다산의 수학에 대한 견해가 정확히 적중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알파고의 능력과 판단에 놀라고 있을 것이 아니라, 왜 우리는 200년 전의 다산의 주장을 따르지 못해, 인공지능 분야에서 후진국의 입장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는가를 한탄스럽게 여겨야 합니다. 그런 선진적이고 선구적인 주장은 모두 묵살하고 18년 동안 귀양살이나 시키고 말았던 그때의 어리석은 집권자들에게 분노를 금하지 못함이 바로 그런 데에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다산의 주장을 외면하지 말고 인공지능의 과학기술 발전책을 강구하여 후진에서 벗어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