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 황후방-들꽃 자수회 이유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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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심 황후방-들꽃 자수회 이유자씨
  • 최지우
  • 승인 2016.05.19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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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느질 하는 女子, 한 땀 한 땀 장신정신을 수놓다
▲ 들꽃 자수방을 열어 재능기부를 하고 있는 이유자씨는 바느질을 하면서 인생 제2의 행복한 삶을 만끽하고 있다

[목포시민신문=최지우기자] 작은 꽃 한 송이부터 들꽃 한 무더기, 까만 밤하늘의 달과 별, 알록달록 물고기까지 생각하는 모든 것이 한 땀 한 땀 손으로 표현한 자수 작품은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 낸다. 고운 한복차림에 다소곳이 바느질 하고 있는 여인네의 모습은 정갈함과 정숙함의 표상으로 여겨지며, 명문대가 며느리감들이 꼭 갖추어야할 기본적인 솜씨이기도 했다.

우리나라 전통자수라고 하면 조선왕조시대의 자수로 사실적이고 장식적인 문양과 선명한 색채, 간결한 구도에 단순한 수법 등이 특징이다. 그러나 현대의 자수는 사실적인 형식을 떠나 유럽풍의 양식화된 도안, 추상적인 도안으로 새로운 재료와 수법을 통해 폭넓은 발전을 하고 있다. 그중 프랑스 자수는 우리나라 전통자수와 달리 누구나 쉽게 배우고 생활 속에서 자유롭게 응용 가능해 최근 배우는 이들이 부쩍 늘고 있다.
프랑스 자수는 광목이나 린넨 면, 어느 천이나 적용이 가능하기에 아주 대중적인 수예다.

▲ 이유자씨의 프랑스자수작품 -사탕쿠션
목포에서도 많은 프랑스 자수 동호인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그중 자신이 가진 재능을 기부하며 새로운 문화 트랜드를 만들어가고 있는 이가 있어 화제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원도심 코롬방 제과 옆 오래된 건물 2층 ‘황후방’에는 목포와 남악에서 자신의 바느질 도구를 가지고 모인 17명의 ‘들꽃자수회’회원들의 즐거운 수다가 시작된다. 회원들의 절대 신뢰를 바탕으로 자신이 그동안 공부해온 프랑스 자수를 전수하고 있는 이유자씨가 그 화제의 주인공. 나눔과 공유의 삶을 실천하고 있는 이유자씨의 남다른 삶의 방식을 들었다.

이유자씨는 “이곳은 40대 초반부터, 70대 초반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모여서 들꽃을 수놓는다. 바늘을 잡으면 잡념이 없이 딴 생각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기에 너무 재미있다. 남의 험담을 하지도 않는다. 대신 한 가지 한 가지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해 나가는 기쁨을 맛보고 있다”고 회원들을 자랑했다.
이유자씨는 황후방 들꽃 자수회와 전통 찻집에서 재능기부 자수수업을 하고 있으며, 지난 3월부터는 문화관광부주관으로 문화예술회관 들꽃 자수 반 30개월 자수수업을 병행하고 있다.

▲ 프랑스자수 소품 모음은 집안 꾸미기에 여러 용도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프랑스 자수는 여러 가지 문양 도안이 있지만 이유자씨는 들꽃자수를 전문으로 놓는다.
남편과 함께 20여년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를 돌며 산행을 하면서 들판 천지에 피어있는 들꽃 사진을 찍는 남편의 영향 때문이었다.

이유자씨는 “스위스 산에 갔을 때였다. 들판을 가득매운 들꽃의 장관에 감동을 받았다, 들꽃 한 송이 한 송이 사진으로 남겨놓으려는 남편의 열정을 보고 나는 자수로 표현을 하고 싶었다. 그때부터 들꽃과 가장 잘 어울리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소박한 재료에 보편화 되어 있는 프랑스 자수를 시작했다. 5년 동안 인터넷과 책으로 혼자서 독학을 했다. 아이들이 어릴 때 퀼트를 몇 년 하고 그 후로 바늘을 접할 기회가 전혀 없었지만 재능을 타고 났지 싶었다. 빠르게 프랑스자수의 기법을 익혔고 이렇게 지도도 하고 있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이유자씨의 자수 도안은 책의 여러 도안을 이용해서 직접 그림을 그린다. 그 어디에도 없는 혼자만의 도안으로 수강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들꽃자수회원들은 이유자씨의 방법에 따라 각자의 능력만큼 재능만큼 진도를 맞춰 나간다.  바늘 뜨는 방법부터 시작해서 학창시절 가사시간에 배웠던 기본적인 아우트라인을 이용해서 방법과 정교함, 정확하게 하는 법을 배운다,  그래서 정해진 진도가 없이 개개인의 능력과 수준에 맞게 지도하고 있다.

▲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원도심 코롬방 제과 옆 오래된 건물 2층 ‘황후방’에는 목포와 남악에서 자신의 바느질 도구를 가지고 모인 17명의 ‘들꽃자수회’회원들의 즐거운 수다가 시작된다
3년 정도 프랑스 자수 매력에 빠져서 수를 놓고 있는 서명자씨는 들꽃자수회에서 가장 고령인 72세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열심히 기본에 충실하게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고 있다.
서명자씨는“교직을 퇴직하고 여러 가지를 해 봤지만 자수만큼 만족감을 주는 것은 없었다. 시간이 너무 잘 가고 다른 잡념이 없어서 좋다. 나이 먹어서 이렇게 온 열정을 쏟을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고 자수의 매력을 얘기했다.

회원들이 연습 할 수 있게 장소를 제공해주고 있는 황실수예점 문옥경대표는“처음엔 어깨에 힘이 들어가니 팔이 아프고 어깨도 아프지만 적응하고 힘이 빠지게 되면 아픈 것도 없어진다. 회원들의 열정을 보면 다른 의욕이 생긴다. 프랑스 자수는 집안을 꽃으로 예쁘게 꾸밀 수 있고, 자녀 딸 결혼할 때나 손주들 여러 용품을 다 손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 행주에서부터 대형 이불까지 어떤 것도 다 할 수 있다.”며 “가끔 판매하길 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정성으로  한 땀 한땀 수 놓은 것이기 때문에 도저히 팔 수 없다. 값을 책정할 수가 없다”며 가족들을 위해서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삼학동 박희정씨는 “자수 배운지 이제 2달 됐는데 집안 여러 곳이 들꽃으로 장식되었다. 앞으로 멋내기 커텐을 만들려고 준비 중이다.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 자수를 배워서 집안도 꾸미고 자신의 작품을 공유했으면 좋겠다”며 자수 초보다운 당찬 소개를 했다.

완도가 고향인 이유자씨는 원래 목포시 문화관광 해설가1기로 목포홍보 일을 10년 정도 했었다. 직장 때문에 전주로 이주를 하면서 그만두게 되었다.  바지런하고 앞서가는 마인드의 이유자씨는 전주에서도 자연과 함께 하는 일을 시작했다.  호남지리탐사회 활동을 한 것이다. 사람이 다니지 않는 등산로를 찾아주는 일을 6년간 하면서 월간 산 취재를 4년 동안 했었다. 그때 산야초와 산나물. 들꽃에 대한 공부를 했었다,
그때의 경험은 지금의 이유자씨의 값진 재산이 되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자연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일깨우고 있다.  이유자씨는 올 9월 동호회원들의 프랑스자수 전시회와 11월 수강생들의 전시회를 준비 중에 있다. 자수 민간 자격증에도 도전중이다. 구도심에서 하는 들꽃자수문화 강좌도 계속 할 계획이다.

“남은 평생 수를 놓으며 살아갈 것이다. 작은 재능이지만 좀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쓰고 싶다. 쿠션 한 귀퉁이에 교결하게 수  놓아져 있는 들꽃 한 송이를 보면 마음이 따뜻해 지지 않는가. 소박함속에서 찾는 행복이 참 행복이다”며  바느질 하는 행복한 여자의 진정어린 인생 충고를 했다..
최지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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