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이 노년의 삶을 어떻게 형성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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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이 노년의 삶을 어떻게 형성하는가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6.05.19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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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M. 에이브럼슨

[목포시민신문] 현재 우리 사회의 특징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표현 중 하나는 ‘고령화’이다. 고령화 현상과 노인의 빈곤, 돌봄, 건강, 자살, 인권 등의 이슈가 결부되면서, 오래전부터 여러 매체에서는 늘어나는 노인 인구와 그에 대비할 준비가 되지 않은 우리 사회를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걱정하는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많은 노인들은 스스로 위축되고 부정적인 삶의 태도를 가지게 되었고, 아직 노년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은 고령화 속 노인을 인간적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사회 문제로 인식하게 되었다.

『불평등이 노년의 삶을 어떻게 형성하는가』역시 급증하는 노인 인구로 인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하고는 있지만, 그에 앞서 노인이 경험하는 인생의 종반전, 즉 노인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다양한 노년의 모습과 그것을 결정하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생각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저자는 민족지학적 연구 방법을 통해 노인들의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그들이 과거에서부터 축적해 온 경험과 문화, 사회와의 상호작용 등 다양한 맥락을 관찰하고 이해하였다.

노인이라면 누구나 신체, 인지, 감각 등 모든 측면에서 기능적으로 과거와는 다른 쇠퇴를 경험하게 되고, 이로 인해 일생 동안 구축해 온 그들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없게 되는 어려움에 직면한다. 그러나 그러한 공통적인 곤경에도 불구하고, 노인은 그들이 처한 상황과 보유하고 있는 개인적, 대인적, 환경적 자원에 따라 불평등한 인생 종반의 게임을 지속하고 있다. 또한 노인은 노년을 살아가기 위하여 자신만의 전략을 형성하게 되는데, 그 바탕에는 그들이 개념화한 문화적 요소들이 작용하고 있다. 즉 같은 인생주기에 놓여있는 노인일지라도 그들의 축적된 시간과 문화가 만들어낸 불평등한 조건으로 인해 노인들이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어려움의 내용과 정도, 대처 전략, 그로 인한 결과는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노인이 처한 상황은 어떠한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노화라는 공통의 과제, 노년의 상황과 자원, 문화적 전략, 사회적 관계망과 같은 주요 개념들을 노년의 삶을 결정짓는 일종의 메커니즘으로 보았을 때, 우리나라 노인들도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으며, 저자가 활용한 문화적 맥락을 적용하면 한국의 노인들은 더욱 가혹한 인생 종반의 게임을 치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해 온 현재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49.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하였고, 노인 자살율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또한 가족관계망 안에서 살아가지 못하는 독거노인의 비율도 계속해서 증가하여 약 20년 후면 노인 네 명 중 한 명이 독거노인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수치들은 우리나라 노인들이 처한 불평등의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증거이며, 충분하지 않는 개인 자산과 사회서비스 자원, 빠른 경제성장과 서구 이념의 도입으로 인하여 야기된 세대 간 문화 충돌 등은 노년의 삶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또한 현재의 경제침체와 같은 사회구조적 문제는 제대로 노후준비를 하지 못한 베이비붐 세대나 청년실업을 겪고 있는 청년층이 그 상황 속에서 노년기까지 경험하고 축적할 시간과 자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어 그들의 인생 종반전 게임의 결과를 낙관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결론적으로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거나 획득한 조건인 사회경제적 지위, 계층, 젠더, 인종, 소득, 관계 자원 등이 노년의 삶을 결정하는 요인이라면, 노년기는 이전의 인생단계와 구분될 수 없는 전체론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러한 전체론적인 관점은 노년의 삶을 이해하게 할 뿐만 아니라 노인의 삶의 질과 공평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저자 역시 불평등과 노년의 삶의 관계 및 그 결과를 토대로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의 마련, 노인의 다양한 경험과 욕구에 대한 이해, 관계망의 확대 등과 같은 정책적인 시사점을 제시하였다. 노인문제가 심각한 우리나라의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정책 제안까지 이어지지 않은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연구방법의 범위를 뛰어넘는 것으로 개인적인 욕심일 것이다.
 
불평등과 노년의 삶이라는 무거운 주제이지만, 다양한 노인의 사례를 통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풀어낸 이 책을 통해 대중들이 보다 노년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노인을 위해 정말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미영 숙명여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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