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무히카 조용한 혁명- 마우리시오 라부페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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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무히카 조용한 혁명- 마우리시오 라부페티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6.06.0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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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사회의 대통령상

민주사회에서 시민들은 어떤 사람을 자신의 대통령으로 원할까? 과거의 권력구조에 대한 연구들을 보면 대통령제하의 시민들은 자신들의 문제점을 해결해 줄 수 있는 특별한 사람, 즉 ‘슈퍼맨’을 대통령으로 선출하려는 심리가 있다고 한다. 이런 점 때문에 대통령제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대통령제의 비극이 슈퍼맨 대통령을 선출하려는 심리와 함께 이미 시작된다고 말한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기 때문이다. 역으로 국민들이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시민을 대통령으로 선출하면 실망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우루과이의 기자이자 정치평론가인 마우리시오 라부페티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재임한 우루과이 대통령 호세 무히카(Jos? Mujica)에 대해서 저술한 인물평전이다. 무히카는 평화로운 사회와 개인의 권리를 중심으로 한 삶을 열렬히 옹호하는 자유주의자로 서술된다. 무히카는 인류의 지나친 소비주의를 걱정하며 소박한 삶을 통한 행복을 강조한다. 그래서 장황한 정치개혁보다는 좀 더 나은 삶을 위한 실질적이고 단순한 변화들을 중시하는 소위 ‘조용한 혁명’의 수행자로 묘사된다. 그의 경력은 독특함을 넘어서서 놀라움 그 자체이다. 무히카는 상당 기간 동안 게릴라 활동을 하였으며, 은행털이에도 가담하여 감옥생활을 하였다.

저자는 무히카 대통령에 대해 객관적으로 서술한다고 하지만, 그의 소탈한 성격과 행동, 인간미 넘치는 연설, 선구자적인 정책 등에 대해서 상당한 매력과 호감을 갖고서 저술한 것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더욱 분명한 것은 우루과이의 정치가 무히카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으로 본다는 점이다.

무히카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가 정직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중들이 좋아했다. 무히카는 국정운영에 있어서도 우선순위별로 정리된 의제를 갖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우루과이 내부에서 일군의 사람들은 그를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하지도 않는다. 저자는 무히카가 국외에서만큼 국내에서도 인기 있는 대통령이 아님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히카가 대통령 직무 수행의 긍정적 표본이 된다고 보는 이유는 그의 솔직성이다. 솔직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에 대해서 거부감을 갖지 않고 진정으로 그들의 대표자로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무히카는 국가 정책을 시행함에 있어서 방향을 바꾸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동시에 일단 시행하되 틀릴 수도 있음을 인정한다. 이러한 태도가 그를 대하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

예를 들면 무히카는 동성 결혼이나 마약 거래의 합법화 같은 혁명적인 정책을 제안했다. 그는 마약 거래를 밀거래 상황에 둘 때가 더 위험하다고 역설하면서 우리의 고정관념을 바꾸려고 한다. 동시에 마약 거래 합법화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솔직히 인정한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도 과감한 ‘실험’을 하면서 효과가 없으면 다시 검토하겠다는 무히카의 자세에 정치가로서 매우 드문 솔직함을 지니고 있다고 표현했다. 세속적이고 전략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자기가 주도하는 변화의 방향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되, 변화가 가져오는 긍정적인 힘을 설득하는 것은 훌륭한 정치 전략이 될 것이다.

무히카는 감옥에서 출감하면서, 그리고 극단적으로 양분된 우루과이 좌파를 가장 온건한 방식으로 통합할 수 있음을 실현하는 과정에서(과거 게릴라 동지들과 제도권 정치 사이에서) ‘속임수를 쓰지 않고 행동’함으로써 1994년 하원의원에 당선되고, 2000년 상원에 당선되며, 결국 2010년에는 대통령에 올랐다. 무히카는 ‘훌륭한 대통령’이기 이전에 ‘훌륭한 시민’이다. 이점이 매우 중요하다.

2014년 7월에 이임을 앞둔 무히카에 대해 우루과이 국민의 56%가 그의 재임시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는 무히카의 정책적 성공이라기보다 재임기간 동안 ‘훌륭한 시민’으로의 이미지 때문이다. 구체적인 업적도 중요하지만, 대통령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을 포함하여 종합적인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결국 대통령이 훌륭한 시민인가에 대한 답일 것이다. 이임시점에서 56%의 지지율이란 전자정부실현, 공무원개혁, 공교육개혁, 재정건전화에서 괄목할 만한 업적이 없었음에도, 마음씨 좋은 옆집 아저씨처럼 함께 소통하면서 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소박하게 전진하는 그 태도가 만든 평가이다.

앞으로 국민들이 특별한 능력의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출하기보다는 자신과 비슷한 옆집 아저씨나 아줌마와 같은 인간미 넘치는 시민을 선출할 가능성은 단순히 우루과이 대통령선거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닌 전 세계적인 현상일 수 있다.
<진영재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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