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작가 이성관의 두근두근 옛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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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작가 이성관의 두근두근 옛이야기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2.08.27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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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소재 아름다운 우리 동요
▲ 이성관 작가

여름밤

초롱초롱 별 보석 쏟아지는 여름밤
팔베개 하늘 보면 나도 함께 별이 되네
휘이잉 하늘 가르며, 별똥별이 휘이잉

여름밤의 시골 풍경은 단연 동구 밖 놀이터나 정자나무입니다. 정자나무 아래에는 마을 어른들이 모여 이런저런 얘기꽃을 피우며 놀이터랄 것도 없는, 마을 앞 빈터는 으레 아이들의 놀이터. 누가 약속한 것도 아니지만 저녁만 되면 너나없이 하나같이 숨바꼭질이며 병정놀이 등으로 밤 깊을 줄을 몰랐지요.

때로는 마당에  깔린 멍석이나 평상에 누워 팔베개를 하고  하늘을 바라보면, 우루루루 쏟아질 듯, 손 내밀면 닿을 듯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별들의 얘깃소리에 귀기울이다보면 기인 황금빛 꼬리를 날리며 별똥별이 휘이잉 휭 밤하늘을 수놓기도 하였지요.

뿐인가요. 한낮에는 딱히 땀 흘린 몸을 씻을 곳이 마땅치 않은 마을 아가씨들이 저녁이 되면 살금살금 선녀가 되어 개울이나 시냇가로 발길을 옮기는 모습만으로도 호기심 가득한 사춘기 청소년들은 무슨 상상을 하였을까요. 

모깃불

별 총총 흐르는 밤 고개 숙인 불볕더위
마당가 모깃불이 소올솔 피어나면
이웃들 한 데 얼리어 도란도란 피는 풀꽃

마당에 깔린 멍석이나 평상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여름밤을 보내며, 모기를 퇴치하기 위하여 집집마다 덜 마른 풀이나 나뭇잎을 모아 불을 지피면, 바람결에 소올솔 타오르는 매운 연기에 모기들이 저만치로 물러서고 말았지요. 이웃집 아낙들이며 아가씨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저마다 모시나 삼베옷을 만들기 위한 일감(주로 모시길쌈)을 들고 도란도란 얘깃소리에 밤 깊은 줄 모르고---.

여우비

소나기 지고나면 구름 새로 피는 햇살
사이로 여우비가 비단실로 내립니다
호랑이 무지개 타고 꽃가마를 타라고

여우비란 해가 떠 있는 채 잠시 내리는 비를 말하는데 여우비가 내리면 호랑이 장가간다는 속설이 있었습니다.  여우비가 내리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반사되는 햇살에 으레 무지개가 함께 장관을 이루기도 했지요.

나뭇잎 배

불어난 도랑물에 나뭇잎을 띄웠네
흐르는 배를 따라 해지는 줄 몰랐지
그날 그 오색 꿈들은 어딜 가고 있을까

놀이기구나 장난감이라고는 생각도 할 수없는 그 시절은 자연의 모든 대상이 바로 놀이나 유희 도구였답니다. 그래서 비가 그쳐 도랑이나 개울물이 불어날 때 재미난 놀이 중의 하나가 흐르는 물에 나뭇잎을 띄워두고 물결 따라 나뭇잎을 따라가기를 반복하며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요.

밤이 되어 잠자리에 누워있어도 자꾸만 떠오르는 나뭇잎배가, 이제는 제법 늘어난 물줄기를 따라 강이나 바다를 향하여 어디쯤 가고 있을까를 상상하며 잠이 들곤 하였답니다. 나뭇잎 대신 종이배를 띄우기도 하였구요.

우물

두레박에 담겨오는 푸른 하늘 새소리
물동이 넘치도록 해종일 길어가도
우물엔 그냥 그 하늘 놀다 가는 흰 구름

수도시설이 없던 옛날에는 마을마다 공동우물이 있었습니다. 마을의 크기에 따라 두세 개 또는 그 이상의 우물이 있었는데, 새벽부터 밤까지 그 무거운 물동이에 물을 담아 이고 우물에서 길어온 물로 모든 음식을 장만하였답니다.

물론 온 마을 사람들이 해종일 길어가도 마를 줄을 모르던 마을 사람들의 생명수. 두레박으로 길어 올린 물을 물동이 넘치도록 채워 담아 머리 위에 또아리를 틀고 그 위에 물동이를 이고, 행여 물이 흘러내릴까 조심조심 마을 골목길을 하루에도 수차례 오가기를 반복하던 우리들의 어머니며 누나, 언니들의 모습이 눈앞엔 듯 선히 떠오릅니다.

서리

살금살금 참외서리, 두근두근 닭서리
하늘엔 달님 별님 눈웃음을 치는데
뒷날에 왈칵 만나면 놀라 그만 쿵쿵쿵

지금은 들키면 큰일 날 일이지만 청소년들 사이에 서리를 거의 일반화된 풍습 중의 하나가 서리였습니다. 구멍가게 하나 없는 시골. 당연히 간식거리가 귀할 수밖에 없었던 그 시절이었기에 자연스럽게 행해졌다고도 볼 수 있는 풍경이었는지도 모르지요. 계절 따라 다르긴 하였지만 대체로 밀서리 감서리 수박서리 참외서리 감자서리 고구마서리 팥죽서리에 크게는 닭서리 등 모든 먹거리가 서리의 품목이었습니다.

여기서 귀담아 들어야 할 중요한 사실 중의 하나는 어느 집에서나 서리를 당해도 상대를 도둑(?)으로 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서리를 당한 주인이야 물론 기분 좋을 일은 아니어서 훔친 당사자를 알았을 때는 그저 가볍게 나무라면 그 뿐. 가벼운 일들은 설령 훔친 당사자를 알고 있다 하더라도 누구나 마을 사람들은 가족이나 친척같은 개념이었기에, 대체로 모른 체 넘어가고 말았지요.

물론 서리를 했던 당사자들도 또래들끼리 함께 놀다 배가 출출해지면, 훔친다는 생각보다 장남 삼아 그저 허기를 해결할 정도의 먹거리만 적당히 가져왔구요.

지금은 도둑으로 몰려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하는 비정한 현실에 비하면, 넉넉한 시골인심으로 하여 대부분 모른 채 그냥 눈감아 주던 그 시절이 얼마나 그리운지요.

장독대

봉숭아 물든 손톱, 보이는 듯 누이 얼굴
이슬이 닦아내면 햇살이 윤을 내네
가만히 곁에 서 보면 할머니, 엄마 냄새

시골 어느 집이나 집 뒤쪽에 장독대 없는 집이 없었지요. 어느 집 장독대를 막론하고 장독대 주변에는 맨드라미나 봉숭아가 심어져 있었는데, 왜 굳이 한여름 꽃이 활짝 피어나면 용맹스러운 수탉의 벼슬을 닮았다고 여겨지는 맨드라미를 심었는지 알 수 없으나, 봉숭아 꽃잎은 단연 아가씨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였지요.

봉숭아 꽃잎을 모아 손톱에 동여매고 한참을 지내고나면, 분홍빛 고운 꽃물이 배어 손가락을 일부러 펼쳐보이기도 하였지요. 최근 어느 잡지 기사에서 봉숭아를 심어두면  주변에 뱀들이 침범하지 못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원두막

밤하늘 별 내리듯 쏟아지는 매미소리
덩이마다 찾아가선 단물 가득 채운 햇살
해질녘 단바람 일면 서리 생각 아이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예전 들녘에는 흔하게 원두막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여름의 대표 과일 수박이나 참외 오이 가지 등의 밭작물이나 가을 과일 등을 지키기 위하여 나무나 대나무를 이용하여 대충대충 지어놓은 시설이지요. 때로는 가을 참새를 쫓기 위하여 사용하기도 했구요.

개구쟁이 조무래기들이 장난기가 발동하여 서리깜(?)으로 더 이상 좋은  대상이 없었던 원두막. 거기다 대체로 나이 드신 분들이 피서 삼아 지키고들 있었는데 기동력이 떨어져 날쌘돌이 아이들을 어찌 쉽게 붙잡을 수 있었을까요. 그래서 원두막 또한 이름만으로 정겨움이 떠오르는 풍경입니다. 

물레방아

휘돌아 부서지면 은구슬 금구슬이
방울마다 햇살 박혀 물보라를 날렸네
쏴아아 퍼지는 새로 빨주노초 파남보

지금의 정미소가 예전에는 물레방앗간이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완전히 사라지고 공원이나 공공시설 등에 반갑게도 추억의 물레방아로 설치해 둔 것을 이따금 발견할 수 있지요. 물레방아는 물줄기의 낙하를 이용하여 물레방아를 돌려야하기 때문에 마을 앞 시냇물 가까이에 있었는데, 마을 사람들이 곡식을  빻거나 찧을 때 너나없이 드나들던 공간이었답니다.

제법 많은 양의 물줄기가 떨어져 내리면서 물레방아를 돌리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부서지는 물방울이 물보라로 날리어 한여름의 불볕더위가 저만치로 물러서며 햇살에 반사되어 무지개의 아름다운 모습을 선사하기도 하였답니다.

문학작품이나 영화에서 남녀간의 사랑을 나누는 공간으로도 재현되는 추억 속의 물레방아. 들길을 오가며 논밭의 작물들을 이고 지고 오가던 풍경들의 어제런 듯 눈 앞에 그려집니다.

장날

신작로 소달구지 오곡백과 싣고 간다
달구지 뒤를 따라 장길 걷는 어버이
어스름 밀물져오면 동구밖에 아이들
.

비포장 신작로에 어쩌다 한 번씩 오가는 털털거리는 버스. 거기다 고장도 잦아 버스가 멈춰버리는 바람에 승객들이 모두 내려 시장까지 걸어가야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던 5일장.

농작물을 사고팔아야 돈을 만질 수 있는 시골에서 5일장이 서는 곳은 마을에 따라 시오리가 훨씬 넘은 곳에 자리한 제법 먼 거리여서 새벽부터 서두를 수밖에 없었지요. 5일장에 내다팔아야 하는 물건이 많은 경우는 이고지고 갈 수가 없어, 지역에 따라  소나 말이 끌고 가는 수레에 짐을 싣고서 수레를 따라 도보로 시장을 갈 수 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래도 어린이들에게 장날 해질녘이 되면 가슴 설레기에 딱 좋은 기다림의 시간이지요. 새신이나 옷가지를 사올 수도 있고 어쩌다 과자를 사 올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마을 앞이나 정자나무 주변에서 마을길로 향하는 동구밖에 눈길을 모으며 장에 가신 엄마나 아빠를 기다렸던 시골 아이들.

거기다 땀 빨뻘 흘리며 걸어야하는 그렇게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따라나서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으니 이유는 딱 하나. 여름철인 경우 겨우 얼음과자(아이스케키)나 과자 등을 맛보기 위해서였으니, 지금 생각하면 동화 같은 얘기라 생각되지만 그래도 자꾸만 생각나는  그 시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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