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 무형문화재 제50호 조선장 조일옥, 부인 임옥자 어르신 금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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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 무형문화재 제50호 조선장 조일옥, 부인 임옥자 어르신 금혼식
  • 최지우
  • 승인 2016.08.0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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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도 참고 살아야지 새끼들이 있는디, 내 새끼 내가 품어야제”
 

가거도 출신 총각 처녀 57년 전 결혼, 6남매의 버팀목으로
전남도 무형문화재 제 50호 조선장 전통배 명인 지정 영광
남은여생 욕심 없이 후계자 양성에 힘쓰며 전수관 건립 총력

 2016년 목포 항구 축제가 시작되는 지난 달 29일 풍물놀이 패들의 흥겨운 한바탕이 진행되고 있는 전통파시 한 편에는 사모관대를 갖춰 입은 새신랑이 무더위에도 연신 싱글거리며 예식을 기다리고 있다. 그 옆 예쁜 꽃가마에는 족두리를 쓰고 곱게 치장한 꽃 같은 신부가 얌전히 앉아 예식을 기다리고 있다.

축제 개막과 함께 개장되는 전통파시 혼례청에서 금혼식을 올리게 되는 인간무형문화제 제50호 조일옥조선장(76)과 부인 임옥자(77) 어르신이 또 한 번의 결혼식 금혼식을 치르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로 결혼 57주년을 맞이한 조일옥 어르신과 임옥자 어르신은 지난달 29일 목포시 항구축제 개막행사에서 가족들과, 박홍률 목포시장, 조성오목포시의회 의장, 윤소하 국회의원, 목포지역 도․시의원, 목포시 정재계 인사들, 축제를 참관하러 온 시민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금혼식을 치렀다. 금혼식은 결혼 후, 만 50년이 되는 해를 축하하는 의식이다.

조일옥 조선장은 결혼 50주년은 훨씬 넘었지만 이번 항구축제 전통 파시에 전통배 전시와 함께 배 제작 체험장을 마련하고 있어 특별한 부탁으로 이루어 졌다.

 
극단 갯돌이 혼례 행사를 주관한 이번 행사는 목포 삼학도의 전설인 유달장수와 삼학 선녀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화 한 것으로 금혼부부가 삼학선녀와 유달 장수가 되어 직접 참여하는 혼인잔치 프로그램으로 가정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우고, 젊은 사람들에게 결혼의 신성함을 알리기 위한 것이다.

박홍률 목포시장과 조성오 의장이 두 분의 건강한 앞날을 위한 청홍촛불에 불을 붙이며 57년 전 하늘의 인연으로 맺어진 두 사람, 또 한 번의 혼례가 시작 되었다.

누구나 행복한 결혼을 꿈꾸며 결혼을 하지만 어떤 부부는 백년해로를, 어떤 부부는 원수처럼 지내거나 이혼을 한다. 실제로 죽을 때까지 해로하는 부부는 5쌍 중에 2쌍에 불과하단다.

조일옥 조선장은 중국의 새벽 닭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흑산 가거도에서 6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총명하고 부지런한 성격의 어린 조일옥은 남다른 꿈을 꾸게 된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공무원이 되고 싶었고, 정치인이 되어서 나라에 꼭 필요한 인재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가난한집 장남은 꿈을 꿀 수 있는 여유도 자유도 없었다. 그런 그가 어린 시절 늘 봐오던 것이 배 만드는 작업 이였다. 손재주가 좋고 눈썰미가 야무졌던 조일옥 조선장은 어린 시절 중국 배 만드는 기술자들을 보며 배 만드는 기술을 홀로 익혔다.

“무엇이든 눈으로 보면 만들 수 가 있었제 그 시절엔 가난했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배 만드는 것 뿐 이였어. 그러다 중매로 아내를 만나면서 본격적인 도편수 일을 시작했지. 데리고 있는 목수가 많을 때는 13명이 될 때도 있었기에 아내가 고생 많이 했어” 라며 아내 임옥자 어르신의 고생을 알아준다.

 
임옥자 어르신은 같은 가거도 출신으로 섬으로는 절대 시집보내지 않겠다는 할머니의 반대가 심했지만 하늘의 인연으로 섬 남자를 만나 평생 그 뒷바라지를 하고 산다며 웃는다.

그래도 부부는 잉꼬부부로 소문났다. 평생 앞만 보고 가는 남편과 뒤에서 묵묵히 수고를 하며 남편을 응원하는 아내의 인내하는 마음 덕이다.

인부들 밥과 빨래를 도맡아 했고, 배 만드는 작업에도 항상 같이 참여해 남편과 한 평생을 함께 했던 임옥자 어르신은 요즘 흔들리는 젊은 가정에 대해 한마디 했다.

“살다보면 그만 살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지만 참고 살았어. 새끼들이 있는디 내가 품고 가야제. 어쩌것는가. 이제 와서 생각하면 참 잘했다고 생각 하네 후회 하지 않어” 57년 세월의 회한이 깃든 한마디였다.

조일옥 조선장도 오랫동안 결혼 생활을 해온 선배로서 한마디 했다.

“오랫동안 잘 살려거든 마음을 비워야해. 욕심이 병이 되는 것이여. 그리고 참는 것이 복이야. 베풀고 살아야 대접 받고 살 수 있어”

요즘 부부의 삶은 평온하다. 슬하에 6남매는 다 출가해 각자 맡은 일에 열심이고 조일옥 조선장은 전통 배 명인으로 후계자양성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전통한선을 만들 수 있는 제작기술을 갖고 계신 분들이 그리 많지 않다.

조일옥 조선장은 멸치잡이 배 제작기술과, 국내 각종 전통 목선을 복원하는 작업에 참여한 장인으로 지난 2013년 전남도 무형문화재 제 50호 조선장으로 지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1997년 목포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 추진한 가거도멸치잡이배 복원사업, 2009년 국립중앙과학관의 서해안 고기잡이배 복원사업 등에 참여하는 등 평생을 전통 배 복원에 노력해 온 결과다. 앞으로 전통배를 전시하고 체험할 수 있는 전수관을 만들어 자신이 가진 기술과 능력을 후손들에게도 전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마지막 꿈이다.

행복한 부부관계는 그렇지 않은 부부보다 평균 4년을 더 산다고 한다. 아옹다옹 하지만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 노부부의 모습은 말이나 글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숭고한 아름다움이 있다.

최지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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