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코 앞인데" 전복 집단폐사 완도 어민들 '망연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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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코 앞인데" 전복 집단폐사 완도 어민들 '망연자실'
  • 류정식
  • 승인 2016.08.24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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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만 마리 폐사…192억원 피해

“추석 대목에 전복을 출하할 날만 기다렸는데…. 한 숨만 나오네요.”

20일 전남 완도군 금일읍 화전리 해상 전복 가두리 양식장. 어민 20여명이 크레인을 동원, 폐사한 전복이 들어 있는 어망을 양식장 위로 끌어올리고 있었다.

수면 위로 떠오른 전복 대다수는 껍질에서 떨어진 상태였다. 부패가 시작된 듯 양식장 곳곳에서는 악취가 코끝을 자극했다.

가두리 1칸에 전복 800~1000마리가 들어있는데, 이 해역에 있는 100칸 모두 폐사했다. 해당 양식장은 지난 13일부터 사흘 동안 폐사가 진행됐다.

어민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어망을 잘라냈다. 애지중지 양식해 온 전복을 폐기할 생각에 한 숨만 내쉬었다.

2014년 10월 전복치패를 구입한 뒤 3년 동안 자식처럼 길러왔는데 이 같은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특히 추석 대목을 앞두고 입은 피해인 만큼 어민들의 낙심은 배가 됐다.

3년 전 태풍 볼라벤으로 피해를 봤을 때는 살아 있는 전복이라도 꺼냈지만 이번에는 상품성을 잃어 출하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20여만 마리(7t)의 전복 폐사 피해를 본 어민 전모(42)씨는 "적조주의보가 발효된 13일께부터 사흘에 걸쳐 폐사가 잇따랐다"며 "전복 외상값도 갚지 못한데다 피해 보상을 받는다고 해도 본전도 찾지 못할 판"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폐사 추이를 볼 때 추가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어민들의 근심은 커지고만 있다.

25년 동안 양식업을 해 온 한 어민도 "금일도 인근 해역은 적조 발생 빈도가 낮다"며 "양식업을 한 이래 이 같은 집단 폐사는 처음이다. 7월부터는 먹이를 주지 않았는데도 폐사가 일어나 당황스럽다. 적조가 확산되면 피해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완도군에 신고된 폐사 현황은 금일읍 일대 475어가 중 268어가 전복 2500만 마리다. 피해액은 192억원 상당으로 집계됐다.

어민 1명당 3억5000만원에서 15억 상당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생일면 3개 마을까지 더하면 400여개 어가가 피해를 본 것으로 어민들은 보고 있다.

폐사의 원인을 알 수 없는 것도 어민들을 답답하게 하고 있다.

고수온 현상·적조·전복의 늦은 산란·저염분수 등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수산양식 재해보험 약관상 태풍과 적조일 경우에만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어민도 전체의 30%에 달해 재기는 꿈도 못꾸는 처지다.

안주빈(46) 완도군 전복 양식 피해 비상대책위원장은 "피해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약관에 따라 국립수산과학연구원에서 '적조로 인한 폐사'라는 조사 결과가 나와야 보험료를 청구할 수 있다"며 "보상을 받는다고 해도 총 손실액의 60~70% 정도만 받는다"고 하소연했다.

안 위원장은 "1년에 1000만원 이상의 보험료를 넣었지만 적조가 아니면 보상받을 길이 없는데다 가입하지 않은 어민들은 한도 50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 "3년 전 태풍에 이어 발생한 이번 집단폐사로 생계 수단을 잃은 어민들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재해대책법과 보험 약관을 대폭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전복양식 피해 현장을 방문한 이낙연 전남지사는 "기후 변화가 연례화되고 있다. 어민들도 차광막 설치와 방제 등 대비에 만전을 기해달라"며 "재난 대응 중장기 계획을 마련,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5일과 19일 이틀에 걸쳐 완도군 가두리양식장 인근 14곳에서 시료를 채취한 국립수산과학원과 완도군은 오는 26일까지 정밀 조사를 벌인다. 또 황토 살포 등으로 적조 확산을 막는데 주력하고 있다.

류정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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