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 악의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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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 악의남용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6.09.0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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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의 담론

2001년 9/11 사태 이후 부시 행정부가 ‘악의 축’과의 전쟁을 선포하여 사담 후세인과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테러에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공포와 충격 속에 휩싸여 있다. 최근 연일 보도되는 IS의 테러는 언제 종식될 것이며, 해결 방법은 없는 것일까? 저자는 테러리즘의 예측 불가능한 위협으로부터 오는 공포와 불안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이분법적 논리로 적을 ‘악’이라고 이름을 붙이는 것은 악을 남용하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9/11 이전에 많은 근본주의자들과 보수적인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은 이슬람을 비난함에 있어서 신중함을 드러냈지만, 9/11 이후로는 상황이 달라져 상호 종교 간의 비난과 선동적이고 폭력적인 행위로 얼룩지고 있다.

이 책을 통해서 악의 세력과 선의 세력으로 양분하는 멘탈리티를 탐구하고, 그 역사적 근원과 호소력을 알 수 있다. 저자는 테러의 연속은 문명의 충돌이 아니라 ‘멘탈리티의 충돌’이라고 강조한다. 이에 멘탈리티는 ‘절대주의적’ 멘탈리티와 ‘실용주의적 가류주의’의 멘탈리티로 구분한다. 절대주의적 멘탈리티는 절대성, 도덕적 확실성, 단순한 이분법에 이끌리는 사고방식으로서 확실성에 대한 깊은 갈망에서 비롯된다. 끊임없이 우리를 위협하는 문제들로부터 우리의 삶을 안전하게 해줄 수 있는 것에 대한 욕망이 그것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그러나 인류사의 가장 잔혹하고 부정의한 비극들 가운데 상당수가 종교적·이데올로기적 절대성의 외형을 띠고 나타난 절대주의적 멘탈리티에 의해서 자행되었다. 절대주의적 멘탈리티가 정치와 종교의 영역에 침투하게 되면 정치와 종교의 부패는 불가피하고, 절대주의적 멘탈리티의 상호 충돌로 인한 테러와 보복전쟁으로 대표되는 폭력과 비참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고 경고한다.

절대주의적 멘탈리티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저자는 실용주의적 가류주의의 멘탈리티를 제안한다. 실용주의적 가류주의의 멘탈리티는 무엇보다도 우리의 신념과 확신이 오류 가능하다는 점을 출발점으로 삼아서 어떠한 주장도 지속적인 조사, 수정, 비판에 개방되어 있다는 사고방식 또는 마음의 성향이다. 이는 공적인 토론과 비판적 논의를 통한 합의를 중시하며, 인간의 오류 가능성에 기초한 관용과 다양성을 긍정하는 사고방식이다.

테러와의 전쟁은 근대사의 다른 전쟁과는 다르다. 이는 어느 주권국가에 대항하는 전쟁도 아니고, 내전도 게릴라전도 아니다. 우리는 무정형의 애매한 적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전쟁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승리라고 해야 할지 기준도 분명치 않다. 저자는 테러의 불안과 위협을 느낄 때 악에 대한 부주의한 담론을 늘어놓거나 적을 악마화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는 악을 정치적으로 남용하는 것에 대해 저항하고 반대해야 하며, 절대성을 악용하는 것을 비판해야 하고, 도덕적 확실성에 근거한 오도된 거짓 주장들을 폭로해야 하며, 단순한 이분법적 흑백논리로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해야 한다. 또한 종교가 테러리즘을 양산하는데 기여하는 이유와 방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자신들의 종교적 신앙을 확신하지 않는 사람을 경멸하거나, 멀리하거나, 모욕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고, 모든 종교를 무지한 미신으로 풍자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용주의자들에 의한 가류주의의 지향은 자신들의 생각을 남들 앞에서 기꺼이 검증받고, 자신을 비판하는 이들에게 귀 기울이는 자세를 요구하며, 우리가 간직해온 신념들이 논박이 되었을 때 그것을 수정하고 폐기할 수 있는 용기를 요구하여 궁극적으로 상호 존중을 필요로 하는 열린사회를 추구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 새로운 형태의 악이 출현할 것인지 또는 어떤 악의 변화가 일어날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열린 세계를 구축한다면 그 충격과 위협은 완충될 것이다. 세계화 시대에 절대주의적 멘탈리티는 다양성을 부정하고 차이점을 틀린 것으로, 즉 ‘악’으로 표상하기 때문에 멘탈리티 간의 폭력적 충돌의 가능성이 매우 크다. 따라서 실용주의적 가류주의의 전통을 되살려서 절대주의 멘탈리티에 기초한 ‘악의 남용’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우리 시대의 긴급한 과제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성상문 국회 입법정책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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