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위기 ‘작은학교 살리기’ 성과 2곳 눈길]“학교 지키기에 온 마을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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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위기 ‘작은학교 살리기’ 성과 2곳 눈길]“학교 지키기에 온 마을 나서”
  • 김영준
  • 승인 2024.03.13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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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초 8명 흑산초 홍도분교 6명 입학생 늘어
‘전원 학교’ 체험 특화… ‘에듀택시’ 효자 노릇
부모에게 주거·일자리 지원해 학교 지키기도
목포서산초등학교에 지난 4일 신입생 8명이 입학했다.

[목포시민신문] 학력인구 감소로 폐교 위기에 놓인 목포권 초등학교에 입학생이 늘어 주목된다.

특히, 소멸 위기 속 지역의 작은 학교가 특색 있는 학교로 탈바꿈해 작은 학교 살리기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폐교나 통폐합을 앞두고 있던 목포서산초등학교와 흑산초등학교 홍도분교는 올해 입학생이 8명과 6명씩 각각 늘었다. 어떻게 학생 수가 늘었을까?

통폐합 걱정 털어 낸 목포서산초

목포서산초등학교에 신입생 8명이 지난 4일 입학했다.

지난해 입학식 때만 해도 학생보다 교직원 수가 더 많아 통폐합을 앞뒀던 학교가 이제는 제모습을 갖췄다. 20241학기 서산초는 1학년 8, 2학년 9, 3학년 2, 4학년 6, 5학년 2, 6학년 5명 등 학생 32명이 다니는 학교로 탈바꿈했다.

이날 오전 1030분에 열린 입학식 주인공은 남학생 5, 여학생 3명이다. 신입생 김다온 양은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언니 오빠의 말을 잘 듣고 따르며 선생님과 엄마 아빠의 말씀도 잘 듣겠다. 정해진 학교규칙도 잘 지키며 열심히 공부하고 착한 학생이 되겠다. 입학을 축하하고 환영해 주셔서 고맙다"고 말했다.

6학년 김하림 양은 "귀염둥이 1학년 동생들이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겠다. 함께 텃밭도 가꾸고 운동장에서 축구도 하고 바이올린과 승마도 배우자. 환영한다"며 입학을 축하했다.

채정화 교장은 입학식에서 "지난해 학생 12명을 데리고 입학식을 시작했다. 교감선생님도 안계시고 2학년, 6학년이 없었는데 오늘 가득 채워져 식구가 많아졌다"며 기쁨을 함께했다.

1년 만에 전학생과 신입생 등 20명이 늘어난 데는 전남교육청이 지원하는 등·하교 제도인 '에듀택시'가 효자 노릇을 했다. 학생들의 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에듀택시는 지난해 1대에서 올해 7대로 늘었다.

목포서산초는 올해 아이들이 자주 체험하지 못하는 것을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전원 학교'의 모습을 갖춘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우선 표고버섯 원목을 구입해 학생 이름을 각각 새긴 뒤 표고버섯이 생산되는 현장을 조성했다. '청계·오골계·토끼·아프리카 거위·공작비둘기·관상용 닭 피닉스반탐' 등 여섯 종류의 동물이 살고 있는 농장은 운동장 한켠을 개방해 학생들이 동물을 더 가까이에서 돌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목포 고하도에서 온 신입생 김하연 양의 학부모 김남중 씨는 "자녀를 입학시키게 된 결정적 계기는 작은 학교 매력에 있었다""큰 학교에 비해 학생 수가 적다 보니 교사들이 더 많이 보살펴주고 사랑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만족한다"고 밝혔다.

신안군 흑산초등학교 홍도분교는 지난 4일 오전 학교에서 개학식을 가졌다.
교육청과 신안군 꼼꼼한 준비 결실

신안군 흑산초등학교 홍도분교는 지난 4일 오전 학교에서 개학식을 가졌다.

입학식을 겸한 개학식엔 입학생 1명과 전학생 5명 등 학생 6명과 교사 3, 학부모와 마을 주민이 참석했다. 이날 홍도분교 교문엔 주민들이 마련한 홍도에서의 새로운 시작, 입학과 전입을 축하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홍도분교는 올해 폐교될 위기였다. 지난해 6학년생 3명이 졸업을 앞둔 상태에서 입학생을 찾지 못했던 것이다.

신안군은 결국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홍도분교에 입학하거나 전학하는 학생의 부모에게 숙소 제공은 물론 월급이 320만원 정도인 일자리를 지원하겠다는 조건을 내세웠다. 학생 1명당 지역의 신재생에너지 개발 이익을 나누는 햇빛아동수당(80만원)도 지급하기로 했다. 신안군은 두차례의 서면심사와 현장 방문 등을 거쳐 세 가구를 선정했다.

홍도의 새 식구가 된 이들은 학생과 부모를 포함해 모두 9명이다. 1학년에 1명이 입학했고, 나머지 5명은 2학년(2), 3학년(1), 4학년(1), 5학년(1)으로 전학했다. 신안군은 작은 섬 학교 지원 조례에 따라 작은 섬 학교로 온 학생의 가족을 지원한다. 학부모 2명은 홍도분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복식학급 강사로, 1명은 보건소에서 일한다.

세 가족은 지난해 전입신고를 마친 뒤 지난달 27일 신안군이 소개한 빈집으로 이사했다. 홍도1구 주민 420여명은 환영의 뜻을 모아 세 가족에게 이불, 가전제품 등 각각 200만원 상당의 물품을 전달했다.

흑산초 홍도분교 살리기 프로젝트는 지난해 5월부터 신안군과 신안교육지원청, 학교 관계자, 지역민과의 의견을 수렴하면 여러 차례 협의를 통해, 학교가 살아야 지역이 살 수 있다는 공동체 의식을 갖고 신안교육행정협의회를 가동한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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