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목포 아픈역사 기억하기⑧] “기억하려 노력하지 않으면 잊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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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목포 아픈역사 기억하기⑧] “기억하려 노력하지 않으면 잊혀진다”
  • 김영준
  • 승인 2023.07.2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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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빈 유대인박물관 슈젠바허 하네스 수석큐레이터 인터뷰

목포의 아픈 역사 기억하기

본지는 해방 전후부터 6.25전쟁 직후까지 목포에서 발생했으나 묻혀진 과거사를 발굴하고 재조명하는 작업을 통해 기억해야 할 것어떻게 기억할 것인가에 관한 숙제를 지역에 던지고자 기획보도한다목포를 흔히 지붕없는 박물관이라 부른다. 일제강점기를 관통한 근대의 역사적 경험과 유산이 지금 목포의 강점이다. 하지만 근대 일제강점기의 건물과 흔적에만 집중돼 있지, 이후 근현대의 아픈 역사나 숨기고 싶은 사건은 조명받지 못한 채 사건의 실체는 심지어 묻혀 있는 것도 있다. 너무 적은 기록 그리고 묻힌 채 사라지는 과거사를 발굴 정리해, 지금 어떻게 기억할지 방법론을 찾는 후속 작업의 토대로 삼는다. <편집자 주>

라지는 그날의 현장1 : 묻힌 목포 민간학살

사라지는 그날의 현장2 : 살고자 탈옥한다. 목포형무소에 수감된 제주4.3

사라지는 그날의 현장3 : 행방불명된 감화원 목포학원 소년범들

사라지는 그날의 현장4 : 잊혀진, 물로 배 채운 부두노동자파업 흔적 찾기

왜 슬픔의 지도를 따라 걸어야 하나? : 목포의 다크투어 필요성과 현 주소

또 하나의 다크투어, 9년째 고하도 세월호 지키는 사람들이 말하는 기억하기

아픈 역사 기억하기, 그 방법부터 배우자1- 제주43 평화공원과 제주다크투어

아픈 역사 기억하기, 그 방법부터 배우자2- 두 번째 홀로코스트 추모비 건립한 비엔나

 

70여년 지나서도 추모비 세워기억하고 또 기억
과거 넘어서야 미래로 나아간다...추모비 미학적으로 만들어져야
오스트리아 빈 유대인박물관 전시담당인 슈젠바허 하네스(Sulzen bacher Hannes) 수석 큐레이터.

[목포시민신문] 과거 한국이 강제로 일제에 병합됐듯 오스트리아도 1938312일 나치에 병합된 아픈 역사를 안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1995년에 건립한 유대인 광장의 홀로코스트(Holocaust) 추모비에 이어 202111월 두 번째 홀로코스트 추모비를 수도 비엔나에 건립했다.

홀로코스트(Holocaust)’로 알려진 유대인 대학살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의 인종청소를 지칭하는 것으로 독일은 600만 명에 가까운 유대인을 인종청소로 학살했다.

종전 50년이 지나 첫 추모비를 세우고, 그후 25년이 또 지나서도 추모비를 세우는 그들. 그들이 역사 전쟁에 이어 기억 전쟁에 왜 나섰는지, 어떻게 하고 있는지, 홀로코스트 추모공간과 유대인박물관을 찾았다.

모차르트를 기억하기할 필요가 없는 것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고, 모차르트를 기억하지 않으려는 사람도 없다. 하지만 홀로코스트는 애써 기억하려고 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우리가 기억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기억될 수 없다.”

오스트리아 빈 유대인박물관 전시담당인 슈젠바허 하네스(Sulzen bacher Hannes, 사진) 수석 큐레이터는 아픈역사 기억하기가 왜 필요한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76년 만에 두 번째 추모비를 세운 이유는 무엇인가?

어느 나라든 국가적 차원에서 민간인 대량학살 또는 희생 같은 끔찍한 일을 당하고 추모비를 건립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예로 개인이나 가족 차원에서 그런 끔찍한 일을 당하면 금방 아픔을 느낀다. 하지만 오랫동안 그 일에 대해 기억하기 싫어하고 말하기 싫어한다.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치유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개인적 차원에서 오래 걸리듯 사회적 국가적 역사적 차원에서도 우리도 당했다, 우리는 범죄자가 아니다는 걸 소화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홀로코스트 규모의 사건은 희생자나 가해자 어느 쪽이든 그 역사를 소화하기까지 그만큼 국가적으로 사회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 지난 6월에는 학살당시 희생된 동성애 희생자를 위한 추모비도 세웠다. 추모비 건립이 완료가 아니다.

두 번째 추모비에 희생자 64440명의 이름을 새겼다. 반대는 없었나?

두 번째 추모비는 오스트리아공화국에서 건립한 것이다. 유대인 명단만 새기도록 수상의 단독 결정으로 추진됐다. 이제 모든 오스트리아 희생자들의 명단이 새겨질 추모비 건립이 필요하다. 하얀색 화강암을 인도에서 채석해 왔는데 인도의 반인도적 노동력이 동원된 것에 대한 비판도 일었다.

또 추모비 명단을 알파벳 순으로 기재했는데,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실명을 드러내 개인정보 보호차원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당사자나 관련자들이 좋아했을까? 무작위로 새겨야 문제를 줄일 수 있다. 첫 번째 추모비는 미학적 가치와 사회적 합의가 있었지만 두 번째 추모비는 이것이 충분하지 않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너무 희생자 중심이었다. 살인자 없이 살인이 가능하나, 희생자뿐만 아니라 가해자도 기억해야 한다.

추모비 건립 과정에 대해 얘기해 달라.

추모비 건립은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결정이 중요하다. 명분뿐만 아니라 미학적인 측면이 중요하다.

이를 충족한 첫 번째 추모비에 대해 초등학교 교사들은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어둡고 무거운 역사적 사건이 미학적 가치로 추상적으로 표현돼 하나의 예술작품같이 어린 학생들이 접하기에도 부담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두 번째 추모비는 당초 국회의사당과 중앙은행 사이쯤 건립할 계획이었으나 결국 중앙은행 건물 바로 앞에 세워졌다. 추모비 후원 명단에 새겨진 중앙은행이 80만 유로를 지원해 연방정부 차원에서 그 자리에 추진하지 않았나 추측해 본다.

하지만 많은 돈을 들어서라도 우리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걸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 돈을 들여 추모비를 같은 걸 세우나이런 감정이 젊은이들 사이에 남아있다. 이는 아픈 과거를 역사가 제대로 극복하지 못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과거의 아픈 역사를 제대로 발굴하고 정립하지 못한 나라나 지역이 많다. 왜 아픈 과거를 기억해야 하나,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아픈 과거를 기억해야만 우리가 역사를 바로 배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아픈 역사 기억하기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작업이다.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어선 않된다. 가끔 가해자 가족뿐만 아니라 일반시민들 중에 이를 괴로워하거나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노력해야 희생자 가족들의 아픔도 사라지고 이를 극복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에도 홀로코스트 추모를 위한 행사나 프로그램이 늘 있다. 하지만 이를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지난 514일 오스트리아 브레겐츠를 출발해 빈으로 향하던 기차 안에서 정규 안내방송 대신 갑자기 20~30초 분량의 히틀러 연설과 히틀러 만세(Heil Hitler)’, ‘승리 만세(Sieg Heil)’라는 나치 슬로건이 흘러나오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럽에서 홀로코스트는 끝난 역사가 아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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