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목포의 아픈역사 기억하기⑧]두개의 ‘홀로코스트 추모비’
상태바
[기획/목포의 아픈역사 기억하기⑧]두개의 ‘홀로코스트 추모비’
  • 김영준
  • 승인 2023.07.27 09: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대인 광장에 도서관 형상의 추모장소
76년 만에 희생자 이름 새긴 벽 기념관
빈대학 인근에 위치한 오스트리아국립은행 앞에 조성된 두 번째 홀로코스트 추모비.

[목포시민신문] 종전 76년 만에 두 번째 추모비가 오스트리나 빈에 세워졌다.

지난 13일 이곳을 찾았다. 당시 한국언론에 알려진 빈 시립공원이 아닌 오스트리아국립은행 앞에 추모비는 자리하고 있었다. 모양새로는 가 아니라 이다. 높이 2미터가 넘는 26개의 석판이 원형으로 세워진 이 추모비에는 1938년부터 1945년 사이에 숨진 오스트리아 유대인 64440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앞서 2000년에 영국 작가 레이철 화이트리드가 빈 시내에 만든 홀로코스트 추모비가 있지만, 희생자들의 이름은 새기지 않았다.

이 프로젝트는 홀로코스트 생존자 쿠르트 투터가 항간에 알려지기에는 20여년 전부터 제안해, 시작됐다. 그간 자금 부족 문제로 진행에 난항을 겪다가 지난 2018년 보수당-극우당 당시 연립 정부가 설립 비용의 대부분을 부담하기로 하면서 프로젝트가 본격화돼 됐다.

앞서 조성된 첫 번째 추모비는 빈의 중심지에 위치한 유대인 광장에 세워져 있다. 홀로코스트의 비극을 잊지 않으려고 만든 이 기념비는 기존 기념비 형식을 완전히 넘어섰다. 도서관 내부의 책이 꽂힌 선반을 석고로 주조한 후 역시 바깥을 향하게 해 다시 접합한 형태로 거꾸로 된 도서관모양이다.

2000년 영국 작가 레이철 화이트리드가 빈 시내 유대인광장에 세운 도서관 모양의 홀로코스트 추모비.

나치의 대학살에 희생된 유대인들을 추모하는 추모비로 왜 도서관을 택했을까? 빈대학 한국어학과 신교춘 교수는 홀로코스트 당시 실종되거나 죽임을 당한 유대인들을 기리는 추모비를 건립하자는 의견과 그와 관련된 책을 발간해 도서관을 건립하자는 의견이 팽팽했다지식이 물질화한 공간, 도서관에서 역사와 인류의 경험이 축적된 책을 보여주고자 한 거죠. 하지만 이 도서관의 책은 한 페이지도 열어볼 수 없다. 유대인 광장의 도서관 추모비는 광기 어린 홀로코스트가 자행되도록 묵인한 역사, 실종된 사람들에 대한 누락된 기록의 상징이다고 설명했다.

국가 주도 애도가 기간을 정하고 특정한 상징물을 내세우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 최대한 빨리 상처를 봉합하고 국민들을 일상으로 복귀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 같은 애도 방식이 희생자 유족이나 시민들의 내면적 트라우마까지 치유할 수는 없다. 반면, 시민들의 자발적 추모는 국가가 해소해 주지 못한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는 길이 된다.

한 미술 비평가는 현대미술이 주목하는 것도 자발적 애도다. 현대 미술은 빨리 잊으라고 말하지 않는다면서 “1990년대 이후에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등에서 조성된 유대인 학살(홀로코스트) 기념 공간들이 추모 장소만 제공하는 텅 빈 모양으로 만들어진 것도 시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추모토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분석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