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목포의 아픈역사 기억하기⑧]시내 관광명소 된 추모공간, 혐오 발 디딜 틈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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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목포의 아픈역사 기억하기⑧]시내 관광명소 된 추모공간, 혐오 발 디딜 틈 없어
  • 김영준
  • 승인 2023.07.27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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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공원·건물 등 시내 곳곳 흔적… 다크투어 활용
‘전쟁과 파시즘 경계(Mahnmal gegen Krieg und Faschismus)’ 추모비가 있는 헬문트 질크 광장, 관광객들이 추모하고 있다.

[목포시민신문] 오스트리아 수도 비엔나의 상징으로 불리는 스테판대성당에서 도보로 10분 남짓 걸으면 전쟁과 파시즘 경계(Mahnmal gegen Krieg und Faschismus)’, 홀로코스트 추모비가 있는 헬문트 질크 광장에 도착한다. 위치는 또 다른 유명 관광지 국립오페라극장과 알베르트나 미술관이 도로 하나를 두고 인접한 시내 중심지이다.

전쟁과 파시즘에 대한 MAHN(경고) MAL(기념비), 공용어인 독일어로 새겨진 이 표기는 잊지않고 깨어있길 바란다는 의미로 세운 추모비이다. 기념비보다는 경고비에 가깝다. 이 광장은 원래 필립포프 건물자리였다. 19453월 나치 폭격으로 지하방공호에 숨어있던 300여명의 시민들이 폭격으로 산채로 묻혔다. 다시는 이 자리에 건물을 짓지말자며 방공호 위 건물자리에 추모와 경고의 광장을 세웠고 지금도 비엔나 시민들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모르친플라츠에 있는 ‘파시즘 희생자 기념비(Denkmal der Opfer des Faschismus)’, 시민공원으로 늘 사람들이 분빈다.

광장에 세워진 조형물은 나치에게 강제 노역을 당했던 채석장의 돌을 이용해 전쟁의 피해를 형상화했고 건물 2층 크기의 무력의 문(Tod der Gewalt, 폭력과 권력에 의한 죽음)’과 그 앞에 걸레를 들고 길바닥을 닦고 있는 늙은 유태인을 형상한 엎드린 유태인(Knieden Jude)’으로 추모광장을 조성했다.

지난 14일 취재차 방문한 날에도 영어를 사용하는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가이드를 따라 이 장소의 의미를 되새기듯 무력의문을 통과하며 추모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1구인 링 슈트라쎄를 트램을 타고 20분정도 이동하면 프란츠 요제프스 카이의 모르친플라츠에 파시즘 희생자 기념비(Denkmal der Opfer des Faschismus)’가 있다.

시민공원으로 늘 사람들이 오가는 이곳은 레오폴드 그라우잠이 설계해 1985년에 제막됐다. 상단에는 결코 잊지말자’(Niemals Vergessen)고 적혀 있다. 파시즘의 만행을 결코 잊지말자는 것이다. 조형물의 한 가운데 있는 남자는 나치의 게슈타포에게 체포되어 온갖 고문으로 자백을 강요당한 시민을 의미한다.

오스트리아는 스스로 원했건 그렇지 않았건 나치와 한 통속이 되어 2차 대전을 치뤘다. 패전 후, 1955년 영세 중립국으로서 재출범하면서 전쟁과 파시즘을 잊지 말고 경계하자는 결심을 다짐하며 시내 곳곳에 조형물들을 세웠다.

연방내무부로 사용되고 있는 건물 바닥에 나치에 끌려가 죽임당한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표지판이 새겨져 있다.

뿐만 아니라 나치에 끌려가 죽임당한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표지판이 연관된 건물 앞에 세워졌다.

당시 경찰관이었던 칼 하라운브레너는 1938312일 유대인이라는 이유와 파시즘에 저항한다는 이유로 체포돼 이카우 강제노동수용소로 강제후송돼 그해 12월 부켄할트 강제노동수용소에서 처형당했다. 그가 근무했던 경찰서 건물은 지금은 연방내무부로 사용되고 있고 건물 앞 거리바닥에는 이를 새긴 표지판이 있다.

국가적 폭력과 희생에 대한 오스트리아의 기억하기는 도시 곳곳에 새겨져 있다. 추모공간이 생활공간과 가깝고 이미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무엇보다 이들의 기억하기노력은 홀로코스트가 벌어진 지 반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도 진행형이다. 시간 경과와 관계없이 한 사회가 기억해야 할 참사라면 언제든 추모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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