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시민신문] 전남과 광주의 통합은 더 큰 지역의 미래를 함께 만들겠다는 약속이었다. 행정의 경계를 넘어 지역의 역량을 모으고, 수도권 집중에 대응하며, 주민의 삶을 개선하겠다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통합 이후 서부권 주민들이 체감하는 현실에는 기대와 불안이 교차한다. 국립의대 선정 과정의 공정성 논란, 통합청사의 역할과 기능 배치, 무안국제공항의 정상화와 군공항 이전, 대규모 산업투자의 지역별 배분은 통합의 약속이 우리의 삶에서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 묻게 한다.
서부권 주민들의 질문은 분명하다. 우리의 자녀도 이곳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가. 섬과 농어촌에 산다는 이유로 치료의 기회가 줄어들지는 않는가.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과정에 우리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는가. 통합의 성과는 전체 투자 규모와 함께 이러한 생활의 질문에 얼마나 충실하게 답하는가로 평가해야 한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깊다. 주요 기회는 다른 지역으로 향하고 부담은 우리에게 남는다고 느낄 때, 주민들은 지역의 미래를 걱정하게 된다. 반복되는 소외감은 공동체의 자신감을 약화시키고, 청년들에게는 떠나야 한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이를 지역이기주의라는 말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주민의 상실감을 듣고, 그 원인을 자료와 정책으로 설명하며, 해결책을 함께 찾는 것이 통합정부의 책임이다.
그런데 지난 9월 초 전남국립의대 불공정 평가 결과를 받아본 이후 평화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목소리에서 나는 목포의 희망을 본다.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현실에 질문하고, 지역의 미래를 함께 지키려는 시민들의 모습에는 공동체의 힘이 담겨 있다. 각자의 일상을 살아가던 사람들이 광장에 나와 서로의 걱정을 듣고 뜻을 모으는 순간, 개인의 답답함은 공적인 질문이 된다. “우리의 미래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는가.” 이 질문을 시민 스스로 던지기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목포라는 이름에는 오래된 노래가 남긴 슬픔과 그리움이 겹쳐 있다. 그러나 오늘 평화광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시대가 달라졌음을 말한다. 이젠 목포의 눈물이 아니다. 자신의 권리를 말하고, 자녀 세대의 기회를 지키며, 지역의 미래를 직접 만들어가려는 시민의 의지다. 상실감을 함께 나누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무엇을 바꾸고 어떻게 바꿀 것인지 묻는 움직임에서 희망이 자란다. 그 희망을 지속적인 변화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시민의 요구가 구체적이어야 한다. 의대 문제에서는 평가기준과 배점이 적절했는지, 대학별 여건이 일관되게 평가되었는지, 섬과 농어촌의 의료 취약성이 충분히 고려되었는지 공개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주민의 의문에 충분히 답하지 않은 채 결과의 수용만 요구해서는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의료정책은 주민의 생명과 의료 접근성을 중심에 놓고 설명되어야 한다.
통합청사의 기능 배치도 마찬가지다. 어느 청사에 몇 개 부서가 있는지와 함께, 어디에서 정책을 기획하고 예산을 편성하며 사업을 집행하는지 살펴야 한다. 실질적인 권한과 전문인력,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서비스가 함께 배치되어야 지역균형의 의미가 살아난다. 서부권이 통합의 동등한 구성원이라는 사실은 행정의 운영과 주민의 생활에서 확인되어야 한다.
무안국제공항 정상화와 군공항 이전 역시 각각의 목적과 책임을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 공항의 안전과 정상 운영, 주민의 생활환경, 이전에 따른 지원과 장기적인 발전계획을 주민들이 충분히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편익과 부담이 서로 다른 지역에 배분되는 사업일수록 정보 공개와 주민 참여가 중요하다. 통합이라는 이름이 주민의 동의를 대신할 수는 없다.
지금의 세대가 해야 할 일은 이러한 현안을 서부권의 공동 미래계획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청년의 교육과 취업, 섬과 농어촌의 의료, 교통과 주거, 산업 전환과 문화적 삶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대규모 사업이 들어오는가에 더해 지역의 인재를 얼마나 키우고, 지역 기업과 어떻게 연결되며, 주민의 삶을 얼마나 개선하는지 물어야 한다. 미래세대에게 남겨야 할 것은 이곳에서도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평화광장은 그 가능성을 논의하는 시민 아고라가 될 수 있다. 시민들이 함께 서서 공동의 문제를 알리고 뜻을 확인하는 광장은 민주주의의 중요한 공간이다. ‘평화’라는 이름에 걸맞게 서로 다른 의견을 듣고 갈등의 해결책을 찾는 장소로 발전시킬 수 있다. 시민들의 참여가 이어지는 지금, 평화광장은 서부권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공론장으로서 새로운 의미를 얻고 있다.
광장의 목소리가 정책으로 이어지려면 지속적인 토론과 기록의 체계도 필요하다. 공개토론, 지역대학의 연구, 생활권별 주민모임, 온라인 자료 공개를 연결할 수 있다. 목포뿐 아니라 무안·신안·영암·해남 등 주변 지역의 주민, 섬 주민과 청년, 노동자와 소상공인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 새로운 아고라는 시민이 반복해서 만나고, 배우고,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에서 시작할 수 있다.
집단지성은 서로 다른 경험을 모으고 사실을 확인하며 반대 의견까지 검토할 때 깊어진다. 시민의 요구를 정책 제안으로 정리하고, 행정이 공개적으로 답변하도록 하며, 약속의 이행을 확인해야 한다. 지역의 권리를 지키면서 다른 지역 주민의 권리도 존중하는 시민정신이 필요하다. 서부권의 요구가 통합 전체의 공정성과 삶의 질을 높이는 제안으로 발전할 때 더 넓은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지역대학의 역할은 크다. “지역 대학이 활성화되어야 지역이 산다”는 말은 대학의 교육과 연구가 지역의 일자리, 건강, 문화, 시민의 판단 능력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지역사회 역시 대학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투자해야 한다.
영국 링컨대학교는 지역 의료인력 양성과 농촌·해안지역의 건강 불평등을 교육과 연구의 주요 과제로 다룬다. 일본 기타큐슈에서는 여러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이 공동 교육과 연구를 수행하고, 대학이 주민·시민단체·행정과 협력해 지역 문제 해결에 참여한다. 이 사례들은 지역대학이 주민의 삶과 지속적으로 연결될 때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서부권의 대학들도 지역 기업과 연계한 교육과 취업 경로를 넓히고, 주민의 평생교육과 문화 활동을 지원하며, 정책을 검증할 지식을 제공해야 한다.
현 세대가 미래세대에게 남길 유산은 배우고 일하며 치료받을 수 있는 조건, 지역의 미래에 참여할 권리, 서로를 존중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시민의 역량이다. 지난 9월 이후 평화광장에서 확인한 참여의 힘을 이러한 변화로 이어가야 한다. 광장의 목소리가 대학의 지식과 만나 정책을 바꾸고, 그 변화가 청년의 삶에 닿아야 한다.
이젠 목포의 눈물이 아니다. 평화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목소리 속에 목포의 희망이 있다. 그 희망을 미래세대가 살아갈 현실로 만드는 일, 그것이 오늘 우리 세대가 함께 맡아야 할 책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