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비 72억3천만원 확보 계획에도 시비 50억6천만원 부담 난항…사업 지연 장기화
2025년 문학치유 관광루트 예산 14억원 집행률 0%…2029년까지 사업기간 연장
갓바위 문학관 넘어 원도심 골목에 문학의 숨결…관광·상권 활성화 연결 과제
[목포시민신문] 한국 근현대문학의 산실 목포가 풍부한 문학유산을 지역 발전의 원동력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김우진·박화성·차범석·김현 등 문학인의 발자취를 잇는 목포문학마을 조성사업마저 재정난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본지는 기획취재 ‘목포문학마을, 건물이 아닌 도시의 이야기를 짓다’를 5회에 걸쳐 연재한다. 목포의 사업 추진 실태를 진단하고 원주·통영·하동과 일본 기노사키의 문학관광 현장을 비교 취재한다. 문학유산 보존을 넘어 창작과 주민 참여, 관광과 지역경제를 연결하는 지속 가능한 목포형 문학마을의 성공 조건을 모색한다./편집자주
<글 게재 순서>
❶ 144억 문학마을 무엇을 남길것인가
② 문학도시는 건물이 아닌 사람이 만든다(원주 안성시)
③ 여러 문인을 하나의 도시여행으로(통영시, 하동 평사리)
④ 100년 전 문학에서 오늘의 신작으로(일본 기노사키)
⑤ 목포문학마을 성공 조건은
목포시 북교동과 남교동 일대는 한국 근현대문학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유달산 자락을 따라 형성된 오래된 골목에는 한국 근대극의 선구자 김우진과 여성 장편소설의 길을 연 박화성, 사실주의 연극의 거장 차범석, 현대 문학비평의 지평을 넓힌 김현 등 한국 문학사를 빛낸 인물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
목포역에서 걸어서 10여 분이면 닿는 목원동 원도심이다. 오래된 집과 좁은 골목, 근대도시의 생활문화가 남아 있는 이곳은 한국 문학의 한 시대를 설명할 수 있는 역사적 공간이다.
그러나 목포의 풍부한 문학유산은 지역 발전의 원동력으로 충분히 활용되지 못했다. 목포시는 갓바위문화타운에 목포문학관을 건립해 주요 문학인의 삶과 작품을 소개하고 있지만, 작가들이 실제 생활하며 문학적 감수성을 키웠던 원도심과는 거리가 떨어져 있다.
문학관에서 작가를 만나더라도 그가 걸었던 골목과 작품을 탄생시킨 도시의 풍경까지 이어지는 관광 동선은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 근대문학의 산실이라는 역사적 자산을 보유하면서도 문학과 관광, 원도심 상권을 연결하는 데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사업이 '목포문학마을 조성사업'이다.
목포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남부권 광역관광개발사업의 하나로 문학치유관광루트 연계명소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목원동 일대에 문학인들의 전시공간과 문학골목, 야외 갤러리, 시민 체험시설 등을 조성해 마을 전체를 문학관광 명소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국비 지원사업으로 선정됐음에도 목포시가 부담해야 할 지방비를 제때 마련하지 못하면서 사업 추진이 지연되고 있다. 쇠퇴하는 원도심에 문학과 관광을 통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계획이 재정난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144억6천만원 투입, 목원동 전체를 문학마을로
목포시 문화예술과의 사업 추진자료에 따르면 목포문학마을 조성사업은 2024년부터 2029년까지 목원동 일대를 대상으로 추진된다.
총사업비는 144억6천만원이다. 국비 72억3천만원(50%), 도비 21억6천900만원(15%), 시비 50억6천100만원(35%)을 부담하는 구조다.
사업의 핵심은 문학인의 삶과 작품이 깃든 골목을 정비하고, 전시와 공연·체험·관광을 연결하는 문학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대상지는 불종대에서 남교소극장과 북교동성당으로 이어지는 약 1.1㎞ 구간이다. 이 일대에 김우진길, 차범석길, 박화성길 등 작가들의 이름을 딴 문학골목을 조성하고, 문학 포토존과 야외 갤러리, 체험형 놀이골목과 휴게공간을 마련한다.
문학전시관은 김우진, 박화성, 차범석, 김현, 김지하, 천승세, 최하림, 황현산 등 8명의 문학인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목포시는 문학마을 지원센터와 홍보관, 관광안내 홈페이지와 가이드 앱을 구축하고, 남교소극장을 활용한 공연과 주말 문학극장, 문학교육 프로그램, 문학작가 토크와 문학축제 등도 운영할 계획이다.
이 사업이 실현되면 갓바위에 집중된 문학관광 자원이 원도심으로 확장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관광객이 목포역에서 내려 근대역사문화공간을 둘러본 뒤 작가의 이름을 딴 골목을 걷고, 전시관과 공연장, 카페와 지역 상점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국비 지원에도 시비 확보 못 해…사업 장기화 우려
문제는 지방비 확보다. 목포시는 2025년 3월 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부지 매입과 본격적인 사업 착수에 나서 2027년까지 완료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러나 현재 사업 추진자료에는 사업기간이 2029년까지로 제시돼 있다. 당초 계획보다 사업기간이 늘어난 셈이다.
실제 예산 집행도 부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라살림연구소가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회계연도 결산 공통요구자료를 분석한 결과, '목포 문학치유 관광루트 명소화' 사업의 예산현액 14억원 가운데 실제 집행액은 0원이었다. 집행률 0%의 원인으로는 '매칭 지방비 부족'이 제시됐다.
목포시가 부담해야 할 총시비는 50억6천100만원이다. 국비와 도비가 지원되더라도 시비를 확보하지 못하면 부지 매입과 시설 조성 등의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구조다.
문학마을 사업 지연은 단순히 관광시설 하나의 착공이 늦어지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사업이 장기화할수록 부지 매입비와 공사비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고, 확보한 국비의 연차별 집행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엇보다 문학관광을 통해 쇠퇴하는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당초 정책 목표가 뒤로 밀리고 있다.
△문학인 8명 발자취, 도시 전체를 관광자원으로
목포문학마을의 가장 큰 경쟁력은 한국 근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좁은 도심 공간에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극작가 김우진은 한국 근대극의 개척자로 평가받는다. 소설가 박화성은 여성의 삶과 사회현실을 문학으로 표현하며 한국 여성문학의 지평을 넓혔다. 차범석은 사실주의 연극을 발전시켰으며, 문학평론가 김현은 한국 현대문학 비평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
김지하는 시를 통해 시대와 사회를 비판했고, 천승세는 소설과 희곡으로 인간의 삶과 현실을 그려냈다. 최하림은 현대시의 새로운 감수성을 보여줬으며, 황현산은 문학비평과 번역을 통해 한국 문학계에 영향을 미쳤다.
이들은 활동한 시대와 문학 장르, 작품세계가 다르지만 목포라는 도시를 매개로 한국 근현대문학의 흐름을 설명할 수 있는 인물들이다.
목포시는 현재 갓바위문화타운에 조성된 목포문학관의 전시 기능을 원도심과 연결하고, 작가별 전시관을 조성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작가의 사진과 연보, 작품을 나열하는 전시 방식만으로는 관광객을 오랫동안 머물게 하기 어렵다.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탐방 프로그램과 작품 속 장면을 재현하는 소극장 공연, 근대도시의 역사를 연결하는 해설 등이 필요하다.
특히 기존 목포문학관의 기능을 원도심으로 어떻게 확장하고 재배치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요구된다.
새로운 전시시설을 늘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존 시설과 원도심 문학마을의 역할을 구분해 운영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남교소극장·북교동성당·불종대, 문학관광 동선 구축
목원동은 문학유산뿐 아니라 근대도시의 역사적 경관을 간직하고 있다.
불종대와 남교소극장, 북교동성당을 중심으로 오래된 골목과 주택, 상점들이 이어진다. 유달산과 목포역에서도 걸어서 접근할 수 있어 관광 동선을 구성하기에 유리하다.
목포시가 제시한 사업 위치도에는 문학마을 대상구역과 함께 이난영 생가터, 김시스터즈 전시관 등 주변 문화자원이 표시돼 있다.
문학과 근대음악, 공연, 도시생활사를 연결하는 복합문화 관광지로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시설 조성보다 실제 관광객이 걸을 수 있는 길과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세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주민과 지역 상인, 문화예술인이 사업 설계와 운영에 참여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시설 건립보다 지속 가능한 운영이 관건
목포문학마을의 또 다른 과제는 준공 이후의 운영이다.
목포시는 문학골목과 전시관 조성뿐 아니라 관광안내, 온라인 문학 플랫폼, 문화공연, 문학교육, 문학축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시설을 완공하더라도 전문인력과 운영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속적인 관광객 유치는 어렵다.
전시 내용을 정기적으로 교체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전문 해설사와 문화기획자를 확보해야 문학마을이 살아 있는 문화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다.
따라서 시설 조성비 144억6천만원과 별개로 매년 필요한 운영비와 인력 확보계획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현재 재정 여건이 어렵다면 모든 시설을 한꺼번에 조성하기보다 기존 건물과 남교소극장을 활용해 문학 프로그램을 먼저 운영하고, 주요 작가의 발자취를 연결하는 탐방로를 우선 정비하는 단계적 추진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목포시 문화예술과 손영란 과장과 홍미희 문학팀장 등 사업 담당 부서가 향후 재원 조달과 사업 우선순위 조정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도 중요한 대목이다. 특히 국비와 도비의 연차별 확보·집행 현황, 시비 부담계획, 기존 목포문학관의 활용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문학도시 목포, 유산을 지역 발전의 원동력으로
목포는 한국 근현대문학의 흐름을 이야기할 수 있는 독특한 도시다.
개항 이후 물자와 사람이 모이고 새로운 사상과 문화가 유입되면서 근대문학의 토대가 형성됐다. 김우진과 박화성, 차범석을 비롯한 문학인들이 성장했고, 이후 김현과 김지하, 천승세, 최하림, 황현산 등으로 문학적 전통이 이어졌다.
그러나 목포가 간직한 문학적 가치를 오늘날의 관광과 도시 발전으로 연결하는 작업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
문학마을이 조성되면 관광객은 작가의 삶이 담긴 골목을 걷고, 소극장에서 작품을 감상하며, 오래된 카페와 서점에서 문학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시민과 청소년이 문학인의 발자취를 따라 걷고, 외부 작가들이 목포에 머물며 새로운 작품을 창작하는 문화생태계도 필요하다.
손영란 문화예술과장은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재정 확보가 중요하다. 장기간 사업을 미루기보다 사업의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실현 가능한 재원 조달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을 실무에서 추진해 온 홍미희 문학지원팀장은 “근대 한국문학을 이끌었던 목포의 역사를 도시의 골목에서 되살리고, 문학인의 이야기를 오늘의 시민과 관광객에게 전달하는 공간이어야 한다”며 “문학마을 조성사업이 재정난을 넘어 목포 원도심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