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적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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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적 오류’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7.02.2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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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준(동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조 준 교수(동신대 사회복지학과)

내가 다가가자 사람들이 하고 있던 이야기를 멈추면 그건 나에 대해 안 좋은 얘기를 하고 있던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는 말을 종종 해 본 적이 있다면 자신의 정신건강을 다시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는 부정적 정신 습관인 ‘인지적 오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인지적 오류’란 어떤 일을 결정할 때 사람들이 내 의견을 묻지 않았다고 해서 나를 무시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임의적 추론’,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생각하는 ‘선택적 추상화’, 내가 다가가자 사람들이 하던 이야기를 멈추면 나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하는 ‘개인화’,  세상 모든 일은 옳고 그름으로 나뉜다고 생각하는 ‘이분법적 사고’, 최악의 상황을 먼저 생각하는 ‘파국화’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걱정스러운 점은 우리나라 국민 중 10명 중 9명이 ‘인지적 오류’에 해당하는 습관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는 사실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펴낸 '한국 국민의 건강형태와 정신적 습관(Mental Habits)의 현황과 정책대응'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9월 12세 이상 일반 국민 1만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에서 ‘인지적 오류’ 영역에 해당하는 5개 세부항목 중 1개 이상에 대해 ‘그런 습관이 있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이 90.9%에 달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다른 항목에서 부정적 정신적 습관이 있다고 응답한 이들도 많았다. 과거의 잘못과 실수, 실패를 되새기는 ‘반추’(3개 항목)나 어떤 일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시간이 부족하거나 잘못되지 않을까부터 생각하는 ‘걱정’(3개 항목)에서 1개 이상 항목에 해당한다고 답한 이의 비율은 각각 82.4%, 70.8%였다. 자신을 가치 없는 인간으로 여기는 '자신에 대한 부정적 사고'(4개 항목)는 60.1%,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무망’(4개 항목)은 47.6%, 어려운 일에 직면하면 회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보는 ‘자기 도피’(4개 항목)는 48.2%였다.

조사결과 남성보다는 여성이, 연령별로는 60대 이상이 부정적 정신습관을 갖고 있는 비율이 더 높았다. 이는 여성이 남성보다 우울 등 정신건강에서 더 취약하고, 60대 이상이 우울을 겪는 비율이나 자살률이 높은 현상과 일맥상통하는 결과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고(故) 법정스님도 인지적 오류의 문제를 간파하신 듯하다. 법정스님의 산문 중 “오해”라는 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져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중심적인 고정관념을 지니고 살게 마련이다. 그러기 때문에 어떤 사물에 대한 이해도 따지고 보면 그 관념의 신축 작용에 지나지 않는다. 하나의 현상으로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은 걸 봐도 저마다 자기 나름의 이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나름의 이해’란 곧 오해의 발판이다.  우리는 하나의 색맹에 불과한 존재다. 그런데 세상에는 그 색맹이 또 다른 색맹을 향해 이해해 주지 않는다고 안달이다.”

문제는 이러한 인지적 오류로 인해 발생하는 개인적인 고통과 타인과의 갈등 그리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부정적인 지역사회문화, 분쟁과 대립, 증오, 부적응, 소외, 가족갈등, 가족해체, 자살 등의 사회문제 들이다. 사실관계가 명확한 일로 인한 갈등이나 다툼도 그 해결과정이 힘들고 어려운 데, 인지적 오류로 인한 갈등이나 다툼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스트레스나 마음의 소모는 말할 것도 없다. 우리나라의 망국적인 지역감정이나 용공조작으로 인한 희생자들도 대중들의 인지적 오류를 악용해서 나타난 대표적인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불통’도 결국 인지적 오류가 가져다 준 결과이다.

변화의 ‘바람’이 부는 이 시기에 우리의 잘못된 인지적 오류들, 특히 ‘불통’과 억울한 희생자들을 만들어 왔던 ‘질 나쁜’ 인지적 오류들이 한꺼번에 사라져버리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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