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힘내다…평생 봉사와 희생 받은 만큼 갚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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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힘내다…평생 봉사와 희생 받은 만큼 갚겠다
  • 이효빈
  • 승인 2017.03.07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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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옥문화재단 장학금대상 선정 목포혜인여고 2학년 윤해아양
▲ 목포혜인여자고등학교 2학년 윤해아양.

[목포시민신문=이효빈기자]고난과 역경에 쳐해 있는 사람이 이를 극복해내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감동에 휩싸인다. 최근 목포혜인여자고등학교(교장 조웅현)에 재학중인 윤해아(17)양이 성옥문화재단에서 수여하는 장학금 일천만원의 수혜자가 되면서 지역사회 감동의 주인공이 되었다. 해아양은 왜소증으로 인해 116cm의 키에 28kg의 체중을 가지고 있는 학생이다. 또한 난치성 희귀질환 신경모세포종(암의 일종)을 앓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또래 친구들에 비해 약한 신체와 아픈 병을 안고 자라왔지만 해아양의 주변사람들은 자신의 어려움에도 남을 도우는 따뜻함과 밝음을 기억한다고 한다. 하지만 해아양의 신체는 햇빛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어지럼증과 고열로 숨이 차고 쓰러진다. 또 한 번 쏟으면 다량의 코피를 쏟아 응급실에서 치료를 해야 멈추는 등 일상생활을 지속하는데 힘겨운 상태다.

이 같은 아픔에도 해아양은 2016년 한 해 214시간이라는 엄청난 양의 봉사시간을 채웠다. 보통 고등학생의 의무 봉사시간은 일 년에 20시간이다. 일반 학생보다 힘겨운 신체와 환경을 가졌지만 10배가량의 봉사활동을 해낸 것에 주위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또한 학교 도서봉사부 동아리에 속해 신간도서 정리와 서가 정리 등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적극적인 봉사활동을 펼쳐 모범학생 표창 대상자로 봉사부문에 표창을 받았다.

현재 해아양은 평일엔 학교생활, 주말엔 목포시 청소년 참여위원회(16기)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며 생활하고 있는 중이다. YMCA에 속해있는 청소년 참여위원회는 중학교 3학년 재학중에 꿈 발표대회에서 대상을 받아 선생님의 추천으로 들어오게 됐다. 청소년 참여위원회에선 ‘목포 어린이 대잔치’,‘세계 환경의 날’ 행사 준비를 맡아 부스를 운영했다. 뿐만 아니라 목포시 청소년 정책 제안대회 ‘도깨비’를 개최하기 위해 계획안을 작성하고 홍보활동을 하였으며, ‘2016 청소년 참여기구 활동 보고서’에서 활동 실적 우수사례 발표를 맡아 성공적으로 발표를 마쳤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엄청난 열정으로 일반학생 3~4명 몫을 해내는 해아양은 이웃과 사회에 봉사함을 통해 우리나라가 선진 복지국가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불리한 신체를 가졌는데 주위 학생들에게 정말 본보기가 된다. 자신이 받았던 도움을 봉사활동을 통해서 배로 돌려주는 대단한 학생이다. 자존감이 굉장히 높고 뭐든 열심히 하려고 한다. 한마디로 기특하다. 자신의 저치를 비관하지 않고 밝게 살아간다. 나무랄데가 없는 아이다.” 해아양의 1학년 담임선생님 말이다. 체육선생님 또한 “체육활동에 있어서 적극적이었다. 해아학생을 보면서 선생인 나도 느끼는 바가 많다”라고 극찬했다. 

해아양이 지금의 아픔을 가진 건 6살 무렵이다. 골수이식수술을 하였지만 암이 전이되었다. 전이 된 후 신장 절개 수술을 하면서 1개의 신장으로 생활 중이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상태가 좋아졌으나  6학년이 시작됨과 동시에 다시 급격하게 아파왔다. 초등학교는 또래와 성장하는 속도가 학생별로 다르고 학생들이 성장 중이었기에 해아양의 병이 외면적으로 비교되지 않았다. 하지만 중학교에 진학한 후 받았던 동정과 호기심의 시선들은 감수성 예민한 여중생이 감당하기에 벅찼다.

“항상 생각했던건 선생님들이 날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대해주었으면 좋겠다는 거였어요”라는 해아양은 중학교 때 선생님들이 해아양을 특히나 배려해주셨다고 한다. 그 상황들을 지켜본 다른 학생들은 해아양만 편애하고 특별대우를 받는다는 생각에 질투를 많이 했었다. 또래친구들이 우선이 되는 청소년기에서 친구들의 수근거림과 질투 섞인 시선은 해아양을 힘들게 했다.

“처음엔 자책을 많이 했어요. 난 왜 이렇게 태어났나. 왜 이럴까. 그런데 계속 부정적인 생각을 하다보면 앞으로의 나날들이 불행해질 것 같았어요”. 해아양이 처한 어려움을 극복해내는 방법은 ‘생각 바꾸기’였다. 부정적인 생각으로 마음의 모든 면이 가득 차려고 할 때쯤 문득 깨달았다고 한다. 깨달음 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노력을 계속하니 주위의 시선들에서 벗어나 진짜 자신과 마주할 수 있었다. 이는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고 몸을 잘 쓰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직업을 찾는 구체적인 고민 끝에 ‘사회복지 공무원’이 되어 해아양과 똑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어루만지며 공감하고 도움을 주고 싶단다.

이에 인문계고등학교에 진학하기로 결정 후 고등학교 진학과정에서 근거리 배정을 원했지만 평준화 지역 컴퓨터 배정에 의해 거리가 먼 혜인여자고등학교에 배정되었다.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유달산 자락에 위치해있고 계단도 많아 등하교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그런 해아양에게 학교의 등하교 시간 배려와 책상과 의자의 높이 조절, 친구들의 편견 없는 시선과 도움, 교육청의 택시운전자협회의 연계를 통한 택시 대절등은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다.

“고등학교 생활에서 또래 친구들과의 추억 쌓기를 하고 싶어 학급원 전체가 참여하는 교내 축제와 찬양제에서 춤을 췄다”고 한다. 장기간 앉아있을 수 없기에 남아서 늦게까지 연습하는 반 학생들을 보며 오후에는 반 친구에게 코칭을 받고 저녁엔 집에서 혼자 연습했었다. 작은 신체 때문에 친구들과 함게 처음부터 끝까지 춤을 출 순 없어, 하이라이트와 마지막 부분에서만 췄었다. 해아양의 이러한 노력하는 모습은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자신의 불리한 신체와 아픔을 통해 본인과 “비슷한 사람의 아픔을 이해하고 편견 없는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들의 인격을 존중하는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다”는 해아양은 “사람들의 시선이 나한텐 무척 크다. 나를 보는 시각과 시선들이 조금만 바뀌었으면 좋겠다”며 “다른 사람들에 비해 불리한 신체를 갖고 있지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당찬 포부를 전했다. 해아양의 따뜻한 시각과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엄청난 열정이 다른 이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된다면, 해아양을 통해 이 사회가 조금 더 따뜻한 사회가 될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제 활짝 날개를 피고 비상할 해아양을 열렬히 응원한다.
이효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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