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형 도시행정가의 젠트리피케이션 대응기
상태바
21세기형 도시행정가의 젠트리피케이션 대응기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7.03.07 15: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시의 역설, 젠트리피케이션-
도시의 역설,  젠트리피케이션

낙후된 도시공간이 활성화되면서 사람들과 자본이 집중되고, 결과적으로 도시공간의 점유계층이 저소득층에서 중산층으로 변하는 현상을 뜻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시개발이 시작된 이래로 개발의 그림자처럼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최근에 이르러서야 사회문제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사회병리 현상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시점에서 저자는 서울시 성동구의 선출직 공무원으로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공론화하고 해법을 찾기 위한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형 도시재생시범사업 대상지 중 하나로 선정된 성동구에서 ‘지속가능발전구역’으로 성수동을 지정하고, ‘주민협의체’를 구성하여 소위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조례’로 불리는 지자체 조례를 공포했다. 이 책은 국내 어느 지자체에서도 시도하지 않은 젠트리피케이션 관련 정책과 제도들을 일궈가는 일련의 과정을 엮은 것이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정책을 현실화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저자 역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을 수행하면서 도시행정을 감성적이고 당위적으로 접근한다는 비판과 도시성장 및 발전의 중요성을 간과한다는 비판, 시장질서에 대한 무리한 정부개입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던 듯하다.

저자는 이러한 비판들에 논리적으로 반박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시의 성장 잠재력을 파괴하여 궁극적으로는 도시경쟁력을 상실하게 한다는 게 핵심이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에 관한 김근배 교수의 저서와 마이클 샌델의 정의론에 입각하여, 시장실패이자 사회적 병리현상인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해 정책적 치유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펼친다. 얼핏 이론가로 보일 수 있으나, 저자는 실상 적극적인 행동가의 면모를 자랑하고 있다. 정책개입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성동구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자료를 수집·분석하고,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발로 뛰며 이해관계가 다른 건물주들을 설득하고, 부재한 상위법을 보완하기 위해 여론을 모았다. 그 결과 서울시에서는 성동구의 사례를 바탕으로 ‘젠트리피케이션 종합대책’을 내놓았고, 국회에서는 ‘지역상권 상생발전에 관한 법률‘ 입법을 추진 중이다. 
 
책장을 넘기면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저자의 노력과 추진력에 감탄하면서도 몇 가지 의문을 해소할 수 없었다. 책에서는 상업 젠트리피케이션의 원인으로 저성장과 불안정한 고용환경, 미흡한 복지제도로 인한 자영업의 증가와 저소득층 주거지의 건축물 용도변경을 언급하고 있다. 지역 임대료의 급등은 매도 호가의 거래방식 때문에 합리적 의사결정이 불가능하여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해법은 이 문제들을 직접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성동구의 정책은 ‘조물주 위의 건물주’와 ‘창조계급 임차인’의 갈등을 완화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데 집중되어 있다. 성동구에서 장려하는 지역문화의 형성은 예술가들의 독특한 상점과 벤처기업 육성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이러한 창조계급의 유입이 기존의 거주민과 제조업 종사자들을 위협하는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창조계급도 상당수가 외지인이다. 없던 권리금이 생겨나고 한정된 공간을 새로운 사람들과 나누어 사용하다 보면 공간에 대한 경합이 발생한다. 지켜야 할 성동구의 정통성이 두리반이나 테이크아웃드로잉에 있지 않다는 말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건물주 협약과 자산화 정책만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부동산 가격을 통제하거나 소상공인이 지속가능하게 영업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지대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노력은 국내의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대응의 첫 단추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지속가능한 도시계획을 추진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저자의 21세기형 도시정책은 수저계급시대의 성난 젊은이들을 달래주는 노력임에 틀림없다.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국외의 선례를 적극적으로 학습하여 지역 특색에 맞게 변주하는 저자의 도전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정치인의 역할은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현실에 민첩하게 대처하고 상상력을 발휘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과 더불어 이를 실현시키는 것이다. 이론과 실행력으로 무장하여 전문가들과 대중을 설득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책이 도시행정가의 이론에 기반한 의사결정과 정책 추진 과정을 제시하고 있는 기록물로서 행정, 도시계획 등의 분야에서 좋은 참고문헌으로 활용될 수 있으리라 예상해본다. 저자의 노력의 결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면, 그것이 아름다운 결실이든 다소 실망스러운 아쉬움이든 간에 그 과정에서 창출된 창조적 지식과 노하우 역시 전수되어 상생·공유·협치를 위한 도시행정의 시금석이 되기를 희망한다.
서평자 : 허자연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공학박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