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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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7.03.14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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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세계사-

오천 년의 방대한 인류사를 엮어내는 일의 시작은 일관된 분석 기준을 설정하는 데 있다. 시간의 흐름을 중심으로 하거나 문명별, 대륙별, 사건별로 분류하여 기술하는 방법이 일반적이지만, 이러한 역사 서술 방식으로도 기나긴 세계사를 한눈에 파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하나의 분석 기준으로는 복잡한 세계사의 사건들을 빠짐없이 이해하기 어렵고, 누군가의 기록에 의존하게 되는 세계사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새롭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석 기준이 필요하다. 이는 역사라는 것이 본래 시간과 공간으로 구성된 사건의 누적이며 다종다양한 관점의 축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기존의 분석 기준을 통한 역사 서술 방식과는 다르게, 이 책의 저자는 ‘세계사의 분기점은 언제일까?’라는 단순한 질문에서 출발하여 시간을 중심으로 하는 역사 서술 방식의 한계점을 설명하고 공간을 기준으로 한 새로운 관점을 제안한다. 저자는 독일의 법학자이자 정치학자인 카를 슈미트가 『육지와 바다』에서 제시한 ‘육지의 역사’와 ‘바다의 역사’라는 이론적 근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인류의 탄생부터 21세기 현대사회까지 다양한 역사적 사건을 ‘공간혁명’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가 들려주는 여섯 번에 걸친 공간혁명은 다음과 같다. 1) 약 5,000년 전, 문명의 발단이 된 건조 지대 큰 강 유역에서 거대한 농업공간 형성, 2) 약 2,500년 전, 이동과 전쟁의 수단이 된 말을 이용하는 유목민과 그들이 이끈 유라시아의 여러 지역세계 형성, 3) 약 1,400년 전, 이슬람 제국에서 시작된 유목민과 상인에 의한 유라시아의 통합, 4) 약 500년 전, 항해기술이 발전한 대항해 시대 이후 대양이 대륙을 잇는 대공간의 성장과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근대체제의 성립, 5) 약 200년 전, 유럽의 산업혁명 이후 철도와 증기선에 의해 형성된 자본을 중심으로 연결된 통합 공간, 6) 약 20년 전, 인터넷의 발달에 의한 전자공간이다. 저자는 기나긴 세계사를 강, 말, 항해, 자본, 전자 등 우리에게 익숙한 구체적인 요소를 들어 기술하고 있으며, 도표와 그래프 등을 이용하여 세계사의 주요 사건들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또한 오랜 세계사 교육의 경험을 통해 역사뿐 아니라 경제, 지리,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읽는 이에게 재미를 선사한다. 
 
여섯 개의 공간혁명을 이야기하는 이 책에서 독자들은 세 가지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저자가 결론부에서 말하듯 공간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결국 인간의 욕망이며, 그 욕망을 위해 사용하는 수단의 발달이다. 농업을 통해 식량문제를 해결하려는 욕망이 그 수단으로서의 관개농업을 발달시켰다. 또한 말, 증기기관 등 이동수단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공간 질서가 형성되고, 이러한 공간의 전개방식은 대항해 시대를 통해 대륙 간의 연결로 이어지며 자본이라는 수단과 전자기술의 발전을 통해 끊임없이 확장된다. 또 다른 하나의 사실은 역사의 주기적 반복성이다. 영국의 낭만파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은 “역사라는 책은 그 두께에도 불구하고 단 한 장의 페이지로 되어 있다”고 했고,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과거는 그대로 반복되지 않을지 몰라도, 분명 그 운율은 반복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저자가 설명하고 있는 공간혁명은 반복된다. 마지막으로 알 수 있는 것은 공간을 잇는 연계망이 성장함에 따라 대공간은 끊임없이 통합·재편되고, 그 연계망을 활용하는 국가는 번영하며 적절한 대비를 하지 못한 국가는 쇠퇴한다는 사실이다. 결국 공간혁명이 가져오는 변화는 동일한 공간 질서 속에서 통합된 공간의 확장인 동시에 다양한 세부 공간의 분화이며, 서로 다른 공간의 연결은 다양한 공간의 격동을 촉진한다. 무역자율화와 세계화의 이면에 브렉시트와 민족주의 극우파가 등장하는 것처럼, 오늘날에도 세계 공간의 복합화는 가속되고 있다. 
 
저자가 제시하는 역사 서술 방식은 국가 간의 교류가 갈수록 증대되고,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세계의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현대사회에서 길을 잃지 않게 해주는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해줄 것이다. 세계사에 대한 일종의 입문서와도 같은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세상을 읽는 새로운 시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조훈희 (프랑스 인문ㆍ지역 지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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