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을 목포 원도심의 사회적자산으로
상태바
빈집을 목포 원도심의 사회적자산으로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7.03.21 14: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선국(사회적 기업 목포 지부장)
▲ 최선국(사회적 기업 목포 지부장)

1969년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실험을 위해 슬럼가의 골목에 두 대의 중고 자동차 보닛을 열어 놓은 채 놔뒀다. 한 대는 유리창을 조금 깨뜨려 놓았다. 그로부터 1주일 후. 보닛만 열어놓은 차는 별로 변화가 없었으나, 유리창을 깬 차는 고철더미가 됐다. 나머지 유리창까지 몽땅 부서진 것은 물론 낙서투성이에 타이어, 배터리까지 사라졌다.

바로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 Theory)’이다. 후미진 도시에 유리창 하나가 깨진 집이 있다. 내버려 두면 행인들이 버려진 집으로 생각하고 돌을 던져 나머지 유리창을 모조리 깨뜨린다. 이어 인근의 빈집과 건물들의 유리창이 파손되고, 벽들은 페인트 낙서로 주변은 쓰레기로 덮인다. 도시는 늙어갈 수밖에 없다. 늙은 도시엔 전염병처럼 빈집이 생겨난다. 빈집은 주변 집을 다시 빈집으로 만드는 악순환을 유발한다. 그렇게 도시는 슬럼화 된다.

현재 목포시 원도심의 빈집은 무려 1400여채. 불과 5년전 조사에 800여채였던 것에 비하면 71%나 급속하게 빈집이 늘어났다. 앞만 보고 달려온 남악, 옥암 개발이 남긴 도시의 생채기다. 문제는 원도심의 빈집이 붕괴사고, 청소년탈선및 화재등의 각종 문제들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잠재적 시한폭탄이라는 점이다. 목포시는 그동안 소유자의 허락을 얻어 철거후 소규모 쉼터, 텃밭등을 조성하는 사업을 진행했지만 원도심 빈집의 엄청난 확산속도를 따라잡기엔 사실상 역부족인 상태다. 빈집이 개인사유지라 강제집행등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고 열악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목포시 재정탓으로 매입을 통한 빈집활용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도 지난달 20일 국회에선 ‘빈집 및 소규모 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빈집 문제와 도심 슬럼화를 더 이상 방치 할 수 없다는 공감대의 결과다.  법안의 골자는 도시 내 빈집을 공공 목적에 맞게 활용하고, 소규모 주택 정비를 간소화 할 수 있게 했다. 내년 2월 시행된다. 법이 시행되면 지자체장은 빈집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 정비계획을 수립해 시행할 수 있고, 안전사고나 범죄 발생의 우려가 높은 경우, 또한 6개월 이상 비워진 빈집엔 직권 철거도 가능하다.

다른 지자체들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서울시의 ‘빈집살리기프로젝트’다. 오래된 빈집의 소유자는 일단 집을 무료로 고친다. 단 서울시와 협약 장기임대협약을 맺는다. 서울시는 사회적기업등과 연계해 주택리모델링 비용의 50%(약 4천만원)를 지원해 준다. 사회적기업은 나머지 절반의 리모델링비용을 부담하고 대신 수리된 집의 임대사업자로서 임대수입을 얻게되는 구조다. 새로 들어올 무주택청년과 사회적약자들인 세입자는 대신 주변 시세의 50-80%정도의 저렴한 임대료를 부담하며 주거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집주인, 세입자, 사회적기업과 지역 사회가 모두 선순환하는 구조인 셈이다. 다른 지역에서도 빈집소유주와 협약을 맺어 지역 예술인들의 작업실과 마을기업및 사회적경제기업에 내주거나 소규모 노인복지시설로 활용하는 식으로 도시 빈집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는 상태다.

이제 목포 원도심의 빈집은 골칫거리가 아니라 원도심 재생을 위한 중요한 자산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빈집은 잘만 활용한다면 인구가 유입되는 원도심 재생사업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빈집자산을 조사하고 연구하고 활용하는 장기적인 원도심 재생프로젝트가 시급하게 마련되어야 하는 이유다. 깨진 유리창이 넘쳐나는 원도심에 시민들이 다시 돌아올 리가 없다.
빈집은 또다른 빈집을 부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