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바쁘다면 정말 잘못 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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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바쁘다면 정말 잘못 살고 있는 것일까?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7.04.1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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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바쁘다면 잘못 살고 있는 것이다 -

본 책은 2014년에 발행된 『내 안의 침팬지 길들이기』의 개정판이다. 번역서 초판 제목과 개정판 제목을 비교해보건대 저자는 바쁜 원인을 “내 안의 침팬지”로 전제하고 ‘나’를 변화시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책 내용은 통제, 초점, 정성, 추진력이라는 네 개의 주제로 파트(Part)를 나누고 세부적으로 개인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 다양한 심리학, 경제학 등의 경험칙적 연구를 차용하고 있다. 
 
'Part 1. 통제’에서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에서 쏟아지는 정보로 인해 통제력을 잃고 있는 현대인을 조망하면서 이러한 환경에서 할 수 있는 선택으로 ‘인풋’이 아닌 ‘아웃풋’에 집중해 계획을 짜고, 휴식과 같은 의식(儀式)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이어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다니엘 카너먼의 시스템론과 사회심리학자인 솔로몬 애쉬의 사회적 동조효과론, 식품을 위주로 소비자행동을 연구하는 브라이언 완싱크의 과식원인연구, 스탠리 밀그램의 권위론 등을 소개하면서 생각 없이 ‘비합리적’으로 움직이지 말고 능동적으로 자기 삶을 관리하도록 다양한 상황을 설정하고 여기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서술하고 있다. 
 
'Part 2. 초점’에서는 자신을 차별화하고 브랜드화하여 가치를 높이라고 한다. 여기서도 유명한 ‘깨진 유리창법칙’을 차용하여 일상의 사소한 것들을 잘 관리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에게 신뢰를 보이도록 조언하고 또 다양한 연구들을 통해 멀티태스킹의 비효율성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면서 주의를 분산시키지 말고 단순하게 집중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Part 3. 정성’에서는 그동안 잊고 있었던 핵심가치인 소중한 것들의 회복을 다루면서 인간관계를 되돌아보도록 조언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Part 4. 추진력’에서는 소중한 가치들의 선택과 집중을 향하여 행동으로 옮기라고 마무리하고 있다. 특히 ‘이타심’과 ‘의무, 약속’ 등의 가치가 우리 삶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있음을 신경학적, 사회학적 연구를 통해 실증적으로 보여주면서 우리 행동,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가 지적한 것처럼, 우리의 일상이 분주한 것은 진정 소중한 것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수많은 정보들에 파묻혀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못한데 있을지도 모른다. 소중한 사람들, 소중한 가치들을 위하여 시간을 내지 못하는 바쁨이란 분명히 ‘나쁜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소중한 사람들과 소중한 가치들을 위해 시간 내지 못할 우리의 분주함이 비단 개개인의 어리석음에만 기인한 것일까? 저자가 예시로 보여주고 있는 많은 사회심리학적 연구결과물들은 외국에서는 타당할 수 있다. 그러나 청년실업률이 최고치에 달한 2017년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청년들, 그리고 취업 후에도 1/3에 해당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과 정규직이라 해도 명예퇴직을 강요받으며 살얼음판 직장에서 버티고 있는 우리 직장인들의 분주함에도 타당한 것인가? 정말 정신 차려서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시간을 내고 소중한 가치들을 실천하기 위하여 행동하면 잘 살아간다고 할 수 있을까?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에 쏟아지고 있는 심리학과 행동경제학 관련 번역서들은 우리의 불안한 현실, 불안한 마음을 잘 대변해준다. 그러나 많은 저서들이 보여주는 내용들은 일부 유명 연구자의 실험결과들만 반복하여 차용되고 있고, 이 책도 곳곳에 그 연구결과물들을 집약해 보여주면서 어떻게 행동하라고 제언하고 있다. 심리학 연구의 결과물은 우리가 인식 또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나타나는 행동을 통해 무의식적 심리상태를 깨닫게 하는데 일차적 의의가 있다. 그러나 연구결과물을 일상생활에 접목시켜 올바른, 합리적인 행동 또는 선택을 하도록 이차적으로 응용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그 일상생활을 이끄는 환경적 토대인 사회적 시스템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바로 그동안의 심리학적 연구결과들을 응용하여 어떻게 행동하라고 구체적으로 그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 방향성과 해답이 일상생활을 이끄는 다양한 시스템 속에서 과연 일반화 가능할지 의문스럽다. 더욱이 현재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시민들의 분주함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그 방향성을 통해 나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될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분주함이 나쁜 것이 아니라 분주하도록 방치하고 강요하고 있는 우리 시스템이 나쁜 것은 아닐는지. 물론 사회적 시스템은 대체로 하향식의 전달이지만, 개개인의 의식변화를 통해 그리고 변화된 집단행동을 통해 상향식으로 바꿀 수 있음을 우리는 경험했다. 책의 마지막에서 제시하고 있는 선한 의도를 갖고 행동하면, 우리의 시스템도 변화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정말 우리 모두 잘 살아나가기를 희망해본다. 
서평자 : 홍승희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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