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새로운 패러다임: 직접민주주의 강화를 위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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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새로운 패러다임: 직접민주주의 강화를 위한 도전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7.04.19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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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듣도 보도 못한 정치 -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사태를 거치면서 대의민주주의가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데 대한 국민적 불만이 고조되며 직접민주주의 제도 도입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었다. 촛불광장에서 제기된 ‘이게 나라냐?’라는 질책은 국가와 국정의 총체적 개혁을 바라는 국민적 요구의 표현이기도 하다. 시민의회에 대한 요구가 봇물처럼 터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의제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정치시스템 때문에 정치가 시민들의 요구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고 있으며, 기득권 집단에 의해 독점된 ‘그들만의 리그’에 분노한 시민들의 목소리에 어떻게 답할 것인가가 이 책이 천착하는 주제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국내 최초의 정치 스타트업 와글(WAGL, We All Govern Lab)의 멤버들로 인터넷 기반의 직접민주주의, 지역기반의 상향식 정치를 모색하고 있다. 그들은 인터넷과 SNS에 기반을 둔 직접민주제 도입은 의사결정의 오류를 최소화하고 예산 낭비를 줄인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저비용 고효율의 합리적 보완책이라고 믿고 있다. 기존의 국민 목소리에 ‘반응하지 않는 정치’, 결과를 ‘책임지지 않는 정치’에서 벗어나 인터넷과 SNS에 기반을 두어 나와 이웃의 공감대를 확인하고 함께 잘 살 수 있는 최선의 방편을 찾기 위한 집단지성의 모색이 이 책의 일관된 주제이다. 저자들은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대의민주주의의 대안을 모색하기 위하여 등장한 대안정당들과 온라인 시대의 직접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플랫폼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1부에서는 보통사람들이 평등하고 투명하게 정책결정에 참여하고 정당의 노선과 규약을 결정하며 지지기반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새로운 정당 모델들을 소개하고 있다. 스페인의 지역정당 바르셀로나 엔 코무, 전국정당 포데모스, 이탈리아의 오성운동, 그리고 아이슬란드의 해적당이 그 사례들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모두 전통적인 양당체제가 부패와 특권남용으로 국민들의 지탄을 받는 상황에서 어떻게 제3의 정당들이 출현하여 시민의 지지를 확보해 나가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낡은 정치시스템을 거부하며 등장한 시민주도형 정당들의 특징은 우리 정치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첫째, 정책과 공약, 후보자 선출이 시민의 토론과 표결에 의해 이루어진다. 둘째, 직업정치인의 특권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다. 권력을 사유화할 수 없도록 3선 금지를 당규로 정한 이탈리아 오성운동의 사례나 시의원들의 급여 상한액을 대폭 낮추고 관용차와 같은 특권도 폐지한 바르셀로나 엔 코무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셋째, 투명한 정보공개와 돈 안 드는 온라인 선거운동이다. 결국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기존 정당과는 다른 또 하나의 정당을 내세우는 것이 아닌 ‘정치의 게임 룰’을 전면적으로 바꾸려는 시도이다. 새로운 정치는 인물교체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스템’으로 의사결정 과정을 혁신하고 시민에게 권력을 부여할 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정치를 가능하도록 하는 것은 시민참여정치를 촉진하는 온라인 플랫폼에 있다. 온라인 플랫폼은 누구나 평등하게 토론에 참여하고 자신의 정치적 선호를 표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한다. 2부에서 소개하는 루미오, 브리게이드, 폴리스, 데모크라시OS 등은 활동 시간대와 지역에 관계없이 특정 사안에 대해 다양한 공동체 구성원들이 의견을 모으고 집단행동을 준비하는 지렛대 역할을 한다. 이러한 플랫폼은 공동체 구성원들로 하여금 보다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토론을 이끌어내고 이를 통하여 집단지성을 도출하는 도구로써 유용하다.

21세기 온라인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과거 19세기적 대의민주주의 모델은 분명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대의민주주의 한계 극복을 위해 직접민주주의의 도입은 유용하나 그것이 대의민주주의를 대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국민소환제나 국민발안제 도입논의가 공감을 얻고 있으나 신중론도 만만하지 않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악용되거나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인구가 작은 국가의 사례가 곧 모든 국가에 적실성을 가질 것이라는 예견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풀뿌리 차원에서의 다양한 실험이 축적된 후 전국적인 도입을 모색해보는 것도 방안이 될 것이다. 아울러 한 사회 내의 디지털 정보격차(digital divide)를 어떻게 해소하여 세대 간, 지역 간 격차 없는 민주주의 모델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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