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하라! 긍정하라!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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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하라! 긍정하라! 사랑하라!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7.06.08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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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환 문학평론가

몽테뉴(Michel de Montaigne, 1533?1592)의 "에세Les Essais(1580)"는 흔히 "수상록(隨想錄)"으로 번역되는데, 한국에서는 수필(隨筆)로 분류되는 글의 기원이다. 그리고 ‘에세essai’는 ‘무게를 달아보다’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 ‘exagium’에 어원을 둔 프랑스어 동사형 ‘에세예essayer’에서 기원한 낱말로, ‘essayer’는 ‘자신의 힘을 시험하다, 시도하다, 노력하다, 어떤 것을 하려고 하다’의 뜻을 지닌다. 그런 점에서 ‘에세essai’는 어떤 것을 시도하고 자신의 힘을 시험함으로써 자신의 삶에 대한 무게를 달아보고 가늠하는 행위를 함의한다. 더 나아가 단수 ‘essai’의 복수형 ‘les essais’에는 단 한 번의 시도가 아니라 여러 번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결코 시도를 멈추지 않는 삶의 태도가 깃들어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당시 귀족이었던 몽테뉴는 법률을 배우고 25살에 보르도 고등법원 판사가 된다. 뒤이어 그는 보르도 시장이 되었는데, 전쟁 후 보르도 시의 행정질서를 바로잡는 일에 주력하여 재선에 성공할 만큼 시민들의 삶에 기여하였다. 그러나 그는 점차 승진에 대한 매력을 잃고 은퇴하여 대부분의 시간을 성탑 3층의 서재에서 독서와 명상을 즐겼다. 그는 스토아 사상을 받아들여 자신의 삶을 위한 쾌락과 행복을 찾아도 좋다는 입장을 취한다. 그는 어떤 원칙에 자아를 종속시키지 않고 완전한 자유인의 정신을 끝없이 추구하는 합리주의자로서 근대적 주체의 면모를 드러내는 한편, 소크라테스의 괴로움 없는 태연한 죽음을 추구하였다. 
 
그는 ‘나는 무엇을 아는가?(Que sais je?)’라는 물음을 통해 회의주의자로서 일상의 삶과 덕목을 성찰하면서 진리는 상대적이며 사람은 사실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상을 전개한다. 그러나 결국, 그는 이성의 힘을 긍정하며 이성을 통해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사유에 도달하면서 중용과 절제의 삶을 제안한다. “나는 춤출 때 춤춘다. 나는 잠을 잘 때 잠을 잔다. 그리고 내가 아름다운 정원을 혼자서 산책할 때, 내 마음이 낯선 시간의 어떤 부분, 또 다른 부분의 발생을 유지한다면, 나는 산책, 식물원, 이 고독의 감미로움, 내 자신으로 돌아온다. 자연은 어머니답게 우리의 필요와 쾌락이 되는 것을 위해 명령했던 규칙을 준수해왔다. 이성뿐만 아니라 욕망에 의해서도 우리는 자연으로 유도해간다. 자연의 규칙을 손상시키는 것은 부당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춤출 시간에 춤추는 일상, 잠 잘 시간에 잠자는 일상을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일로 규정하면서 그 일상의 쾌락을 추구하는 행복을 인간의 본성으로 파악한다. 이는 어떤 성공과 성취에 매인 삶보다 자연의 규칙에 따르는 일상의 쾌락 추구를 강조하면서 그 일상의 행복 추구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임을 암시한다. 
 
그런 점에서 수필로 번역되는 ‘에세’는 끝없이 시도하고 실패하면서도 긍정하는 사유를 전개하는 문학의 장르이다. ‘에세’는 삶의 경험에 대한 성찰과 절대적 앎에 대한 회의 속에서 일상적 삶의 행복 추구와 사유의 전개를 펼치는 글인 것이다. 남중수의 '함께 빛나는'은 그 ‘에세’의 한 지점에 있는 수필집이다. "함께 빛나는"에는 대기업의 임원을 역임하고 현재 대학의 총장으로서 학생들에게 삶의 전망과 용기를 불어넣으려는 그의 의지가 스며있다. 성실한 자세로 기업과 정부에서 일하면서 체득한 풍부한 삶의 경험은 그가 학생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대화의 원천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가치를 찾아라”, “타인에 대한 배려는 매우 중요하다”, “행운은 우연이 아니라 노력으로 인해 주어지는 기회이다”, “내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새로운 길을 두려워하지 마라”, “사고를 긍정적 방향으로 바꿔라” 등의 조언들은 그가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불안해하고 있는 학생들과 청년들에게 건네는 삶의 지혜이다. 끊임없이 시도하고 실패를 긍정하며 불완전한 삶을 사랑하는 것! 그것이 그가 우리에게 가리키는 삶의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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