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과 둘째 아들 學游의 이야기
상태바
다산과 둘째 아들 學游의 이야기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7.10.25 15: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좋은 책을 한 권 받았습니다. 작가 안소영이 『다산의 아버님께』(보림사간)라는 재미있는 책을 전해주었습니다. 초판이 2008년에 간행되었으니, 꽤 시간이 지난 책인데, 이제야 제가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도 신간 책들에 어두운 점이 많지만, 저자도 조금 그렇습니다. 애초에 이 책은 제가 1979년 11월에 번역하여 처음으로 간행했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라는 책을 읽으면서 탄생한 책이라는데, 진즉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번역한 저에게는 한 권쯤 보내줄 만도 했는데, 10년이 가까워 오는 이제야 책을 보냈으니 조금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늦게라도 보내주어서 다산에 관한 책을 한 권 더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주어서 감사한 마음이 가득할 뿐입니다. 아마 작가는 16세 때에 다산의 서간문을 읽었으며, 그때 작가의 아버님은 정치범으로 투옥되어 옥중에서 딸에게 계속 편지를 보내주던 때라고 합니다. 다산이 귀양살이를 떠나던 1801년은 다산의 둘째 아들 학유가 16세이던 때였기에, 이런 대목에서 생각이 머물자 작가는 자신을 학유에 대비하고 다산을 자신의 아버지로 견주어 끝없는 대화를 나누고 싶은 충동을 받았나 봅니다. 그런 충동을 20년 가까이 가슴에 안고 지내다가 마침내 그 책이 탄생하게 되었다는 내용이 작가의 서문에 나와 있습니다.

책 전체를 통독하지는 못했으나 서문만 읽어보고도 저에게는 매우 끌리는 책으로 여겨졌습니다. 너무 큰 산이자 망망대해인 다산에게 아무나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데 작가는 아주 쉽게 다산에 접근할 길을 택했습니다. “그간 내게 다산은 500권에 이르는 방대한 저술에 압도되어서인지 다가가기가 어려운 큰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에게도 고향에 두고 온 어린 자식들을 생각하며 뒤척이는 밤이 있었고, 젊은 날 못다 펼친 포부를 그리는 회환이 있었습니다. 괘념치 않는다 하여도 소식 한 장 보내지 않는 옛 벗들과 스산해하고, 연연해하지 않는다 하여도 고향으로 돌아가고픈 생각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다고 토로하던 사람이었습니다”라고 다산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꿰뚫어보는 안목이 작가에게는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더 깊이 다산을 이해합니다. “모든 것을 다 빼앗긴 낯설고 외딴 유배지에 던져졌을 때도 절망하거나 체념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꿋꿋이 보듬고 지켜나간 사람이었습니다. 유배지에서 보낸 세월이 오래되면서 머리도 빠지고 몸도 쇠약해졌지만 그의 눈빛과 정신만은 더욱 형형하게 빛났습니다. 그러니 다산의 수많은 저서들은 그저 방대한 저작물이 아니라, 주어진 가혹한 처지에 체념하거나 굴복하지 않은 인간 정신의 위대한 산물이기도 합니다”라고 말한 부분만 보아도 작가는 이미 다산의 마음속을 올바르게 들여다보았으며, 빠르고 옳게 다산을 평가할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감옥에서 보내주는 아버지의 편지에 답하듯이 다산이 학유에게 보낸 편지에 답하는 양식을 통해, 귀양 사는 아버지 때문에 다산의 집안 식구들이 어떻게 살아가는 아픔을 겪었는가를 소상하게 밝혀주는 내용이 이 책의 주제였습니다. 인간 다산, 다산 아들들의 간난신고의 삶을 이처럼 생생하게 보여주는 책은 많지 않습니다. 이렇게 인간적으로 다산에게 접근해가는 책들이 많이 나오기를 바라면서 이 책 읽기를 권해드립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