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먼데일리의 '성장을 넘어서 -지속 가능한 발전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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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먼데일리의 '성장을 넘어서 -지속 가능한 발전의 경제학'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8.01.1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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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성장 넘어 질적성장 위한 지속 가능한 발전 경제학
 

연말이 되면서 국내외 주요 연구기관에서 2017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 대부분은 한국 경제가 이제 성장의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에 경제성장률이 2% 초반을 넘어서기가 매우 힘들 것 같다는 전망이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한국 경제가 일본이 겪은 것과 같은 장기 불황의 초입에 들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주류 경제학에서는 성장의 세 가지 요소로 노동 증가, 자본 증가, 생산성 혁신을 들고 있는데, 현재 한국 경제는 이 세 가지 요소가 모두 한계에 도달했다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때에 출간된 허먼 데일리의 『성장을 넘어서-지속 가능한 발전의 경제학』은 경제의 양적 성장만이 발전이라 믿고 성장의 한계에 실망하던 사람들에게 “양적 성장을 넘어서 질적 성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해주는 새로운 시각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옮긴이의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제공해 주는 책은 흔하게 접할 수 있지만 우리의 사고 체계를 바꿔 주는 책은 그리 많지 않다”는 평가가 가슴에 와 닿는다. 이 책은 주류 경제학의 경제 성장 틀에 갇혀서 양적 성장의 한계에 절망하고 있는 한국 경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조망하고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생태 경제학자인 허먼 데일리가 1970년 이래 경제 발전, 인구, 자원, 환경 등을 주제로 활발한 연구 활동을 한 결과를 집대성하여 1996년에 출간한 저서이다. 그는 이 책에서 아담 스미스 이후 주류 경제학으로 자리 잡은 시장경제에 바탕을 둔 경제 성장의 한계를 절감하는 시점에서, 경제의 양적 성장을 넘어서 질적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발전의 경제학이 필요하다는, 당시로서는 신선한 이론을 제시했다. 저자는 인류의 경제 활동이 더 이상은 지구의 자연환경 속에서 양적 성장이 불가능한 지점까지 팽창해왔다는 판단 아래, “인구나 물적 자본은 제로 성장 상태이지만, 기술과 윤리는 지속적으로 향상되는 상태”, 즉 성장이 자원의 재생과 폐기물 흡수라는 지속 가능한 환경의 역량을 넘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지는 ‘정상 상태 경제(Steady-State Economy)’를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상으로 규정하였다. 지구온난화 등으로 중병을 앓고 있는 우리의 환경을 더 이상 훼손하지 않고, 양적 발전이 아닌 질적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것이다. 

책이 발간된 이후, 지속 가능한 발전에 관한 담론은 이미 보편화되었다. 그 사례로 파리 협정이라고도 불리는 유엔 기후 변화 협약에서 많은 국가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축소해 나가기로 한 것을 들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저자가 ‘오염 배출권’으로 말한 탄소 배출권 거래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태양광, 수력, 풍력 등의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진 것도 그동안 자원을 고갈시키고 환경을 파괴한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을 줄이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인류의 한 걸음이라 볼 수 있다.

저자는 세계은행 환경부 수석 경제학자를 거쳐 생태 경제학자로서 연구하며 축적한 다양한 경험을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주제와 접목시켜 기존 주류 경제학에 대한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이 책은 경제학 원론 수준의 기본적인 지식이 없는 일반 독자들이 읽기에는 어려울 수 있다.

예를 들어 5부 ‘국제무역과 지속 가능한 발전’에서 자유무역에 대한 저자의 비판을 쉽게 이해하려면 고전학파 경제학자인 리카르도의 비교우위론을 이해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또 다른 한계점으로는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96년에 저술된 책이기 때문에 인용된 자료나 수치가 70-80년대 것으로 적시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이산화탄소의 지나친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 무분별한 자원 개발로 인한 환경 파괴 및 오염, 자유무역을 기초로 한 세계 무역 체제에 대한 반발, 빈익빈 부익부 문제의 심화, 그리고 경제 성장의 정체로 인해 글로벌 경제위기를 경험하고 있는 인류가 어떠한 자세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삶의 질을 높여 갈지에 대한 좌표를 제공해줄 것이라 기대한다.
박종찬 (고려대학교 경상대학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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