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 왜 목포학생들은 배고픔의 대가마저 비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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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 왜 목포학생들은 배고픔의 대가마저 비쌀까?
  • 이효빈
  • 승인 2018.09.12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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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학생들을 규제한다. 법의 테두리 내에서 학교의 보호를 받는 학생들은 학교 밖을 쉽사리 벗어날 수 없다. 당연히 배고픔도 학교 안에서 달래야 한다. 인근 편의점이나 슈퍼를 가기 위해선 담임선생님께 외출증을 끊어야 하지만, 쉽지 않다. 아침을 못 먹고 등교하거나, 급식이 맛이 없어 다른 메뉴를 먹고 싶거나, 수업 중간 중간 쉬는 시간에 입이 궁금하거나. 그럴 때 학생들은 학교 내에 위치한 매점을 이용한다.

문제는 매점물건들의 품질과 비싼 가격이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매점물건가격이 터무니없이 올라도, 카드를 내면 현금보다 더 비싼 가격에 물건을 사야해도, 편의점에 비해 품질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비위생적이여도 어쩔 수 없다. 매점 외엔 다른 대안이 없으니 그저 이용하는 거다. 이런 매점의 최종 책임자는 학교장이다. 매점 물건가격이 오르면 매점운영자는 그 사실을 학교장에게 알리도록 되어 있다. 학교장은 매점이 학생들에게 ‘갑질’하고 있음을 알고도 묵인하는 셈이다. 학생들은 학교장이 책임자라는 사실을 몰랐다. 그저 차근차근 억울함을 마음속에 쌓아뒀다. 배고프니 어쩔 수 없다고. 그렇게 사회를 배워갔다.

이런 상황에서 매점과 관련된 목포시민신문의 기사는 학생들을 자극했다. 목포에서 가장 물건가격이 많이 올랐던 목상고 학생들이 기사를 보고 움직였다. 방학 때 마주한 기사는 개학날 교장실로 학생들을 달려가게 했다. 학교가 조금씩 바뀌었다. 카드가격과 현금가격은 동일해졌고 과도한 물건가격은 인하됐다. 하지만 긴급처방일 뿐이다. 매점운영자들은 수익을 내야하고, 학생들은 그걸 감당해야하는 매점의 고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다른 대안은 정녕 없을까? 그렇지 않다. 도내 광양의 사례를 살펴보면 된다. 광양중학교는 목포 매점들의 문제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광양중은 학교와 학생들, 학부모로 이루어진 사회적 협동조합을 만들어 조합에서 매점을 운영하기로 했다. 물건들은 직접 도매가로 떼와 박리다매를 노렸다. 당연히 물건가는 시중 편의점가격보다 쌌다. 품질이 우수하고 가격이 저렴하니 현재, 광양중학교 학생들은 매점을 애용중이다. 매일 흑자를 기록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목포의 매점과 관련한 취재에서 도교육청 담당자들과 해당학교장들은 매점을 규제할 수 없다고 했다.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기 바빴다. 심지어 매점이 학생들을 상대로 폭리를 취하고 있는 줄 처음 알았다며 부랴부랴 규제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눈만 조금 돌리면 학생들의 교육은 물론, 얼마든지 좋은 대책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목포의 매점들은 눈에 보이는 문제점들만 수정하기 급급할 뿐이다. 이런 상황들을 보며 학생들은 무얼 배우고 자랄까. 어른들의 무책임한 태도와 문제의식에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좋지 못한 어른들의 모습을 보고 자란 학생들은 학교가 교육하는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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