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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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9.08.14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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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 강에서 유람선 사고로 탑승객의 대부분이던 우리 국민 33명 중 7명만 생존하고 1명 실종, 25명이 사망하였다. 필자는 이 소식을 접하자마자 “세월호를 겪은 국민인데 왜 또 이런 참사가!”라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헝가리 당국에서 사고에 대해 수사 중이지만 국내 패키지 관광회사나 탑승객들의 안전 대비가 충분했다면 희생을 줄일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아쉬운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보다는 돈을 좇아 여객선을 개조한 선사, 향응과 접대에 매수되어 최대 화물 적재정량의 두 배를 실은 세월호 운항을 허가한 부패한 단속기관, 국민을 구조할 의무를 다하지 못한 해경 등 안전부처, 학생들의 생존과 안전 교육을 제대로 못한 교육 당국 등을 한탄하며, 이런 참사를 야기한 모든 적폐를 청산하고 절대로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1,000만 국민이 촛불을 들었다. 그리고 정치 등 많은 부분의 가시적인 변화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우리 국민 관광객이 다른 나라에서 사고 유형은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세월호와 같은 참사가 재현되었다.

헝가리 참사 이후 6월 10일 뉴욕타임스가 “과적 여객선이 전복됐고, 학생 수백 명이 익사했다. 이런 참사가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라는 제목으로 세월호에 대한 보도를 냈다는 기사를 접했다. 세월호 참사 주기도 지나고 특별한 펙트가 나온 것도 없는데 기획 보도를 냈다. 뉴욕타임스는 세월호의 참사 원인을 ‘탐욕’으로 규정했다. 눈앞의 돈만 보고 안전을 희생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의 법규와 처벌은 강화됐고, 제도는 고쳐졌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이를 운영하는 관행과 문화는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제주 해경은 2017년 한 화물 운송회사가 중량을 측정하지도 않고 1,400개가 넘는 계량 증명서를 위조한 것을 발견했다. 2018년에는 중량측정소를 통과해 계량 증명서를 발급받은 뒤 항구로 가는 도중 추가로 화물을 적재한 화물운송업자 21명을 적발했다. 규칙을 어기는 행위는 아직도 널리 퍼져있다. 여전히 이런저런 이유로 부실하게 대응한 정부 고위관리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은 부분에 대해 세월호 유가족들이 분개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 3년 후 한국 선사 소유의 선박인 스텔라데이지호는 심하게 부식된 것을 무시하고 남대서양을 운항하다 화물칸 침수로 침몰하여 선원 24명 중 2명만이 목숨을 구했다. 이 배를 제대로 검사하지 않은 회사는 바로 세월호의 위험한 개조에 합격 점수를 준 회사다.

“그동안 쌓인 모든 적폐를 다 도려내고 반드시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 희생된 모든 것이 절대 헛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이렇게 약속했다. 수백 명의 꽃다운 학생들이 사라진 뒤 내놓은 뒤늦은 그 약속은 지켜지고 있는가? 적폐 청산을 국정의 제1과제로 선포한 문재인 정부에서는 어떠한가? 수익보다 안전을, 돈보다 사람을 우선시하는 국가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내놨으나, 그 약속은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런 국가에서 국민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국가가 있은 이후 수천 년에 걸쳐서 되풀이되어 온  질문이라고, 최근 출간된 소설 ‘천년의 질문’에서 조정래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국민과 국가와의 올바른 관계는 정치가 결정짓는데, 그 책임은 정치인에게 절반, 국민에게 절반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올바른 국가를 위하여 국민은 정치를 끊임없는 감시, 감독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나라 정치는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언론, 재벌 등 5대 권력기관과의 끊임없는 결탁으로, 부조리하고 양극화되어 국가가 파탄으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정래 작가는 이렇게 잘못된 정치를 막아내기 위해서는 단결하고 저항하는 국민이 되어야 하며, 그 방법으로는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네덜란드 등 서유럽 모범국가처럼 강력한 시민단체 활동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나라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전교조, 민변 등 시민들이 조직한 시민단체 활동을 통해 경제민주화, 교육민주화, 미국배심원제도 도입 등을 이루어 내야 한다고 쓰고 있다. 그러면서 작가는 책 출간 후 여러 매체를 통해 우리 국민 1,000만 명이 매월 1,000원씩 기부하여 평화혁명의 상비군으로 100개의 시민단체를 육성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필자가 소설 ‘천년의 질문’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유달산을 걷다가 목포 신항에 거치돼 있는 황폐한 세월호를 바라보았다. 일본에서 18년간 운행되다 선령이 다 돼 폐선 될 상태인 이 배를  한국이 사들인 것이다. 이 배를 사들인 선사는 세월호라고 이름 짓고 정부의 비호 아래 안전보다는 수익만 생각하고 무리하게 개조하여 운행하다 침몰당한 것이다. 황폐한 세월호가 마치 침몰하고 있는 한국의 정치를 떠올리게 하였다.

9월이면 목포 유달산 케이블카가 운행된다고 한다. 많은 관광객이 찾아올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케이블카의 최종 도착지는 세월호 바로 앞이다. 이제는 국민의 책임을 생각하게 하는 세월호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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