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가 운명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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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가 운명을 바꾼다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9.09.1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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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칼럼의 김대중.

 

최초의 인간은 누구일까? 하나님이 창조한 ‘아담’일까, 아니면 진화된 최초의 인간 ‘루시’일까. 누구이든 간에 현재를 살고 있는 인간과 생김새, 생각, 말은 다르겠지만 분명한 공통점은 직립보행을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태어나면 누구나 걸음마를 배우고 걷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인간이 된다. 그리고 늙어지면 못 걷게 되어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인간은 직립보행을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걷고 있을 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가장 완전한 인간이 된다. 요즈음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위하여 걷기에 열중하고 있다. 그러면서 걷기에 대한 많은 정보와 다양한 책들이 붐을 이루고 있다.

일본 효고현에서 동네 의사로 일하면서 <병의 90%는 걷기만 해도 낫는다>는 책을 쓴 나가오 가즈히로는 걷기가 운명을 바꾼다고 주장한다. 의사로서는 용기 있는 주장이다. 그는 일본정부가 국민건강을 위하여 걷기를 권장하지 않는 이유는 환자가 줄어들면 의료계가 곤란해지고, 세계적인 제약회사와의 이해관계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한, 사람들은 걷지 않을 것을 전제로 생활하고 사회 시스템도 국민이 걷지 않을 것을 전제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병에 걸릴 것을 전제로 정부가 의료와 요양을 하나의 산업으로 보호하려 하기 때문에 의료시설과 노인 요양 시설이 증가하는 것이라고 가즈히로는 의심한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이 의사는 지난 20년간의 진료경험을 토대로, 일부 질환을 제외하고 병원에서 진찰하는 대부분의 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데 걷기가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리고 모두가 걷기를 실천해 환자가 감소하고, 자립해서 생활할 수 있는 노인이 많아지면 의료비와 간병에 쏟는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하였다. 최근 고령층이 증가하며 의료비와 간병비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모두가 걸으면 이러한 부담은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하였다. 필자의 경험과 주관으로는 이 의사의 주장에 매우 공감하고 동의한다.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매일 오전 4시45분에 일어나 시계처럼 정확히 일과를 마치고 산책로를 걸었다. 주민들이 그의 산책하는 모습을 보고 시계를 맞출 정도였다. 칸트는 “걸으면 앉아 있을 때보다 더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 그것은 나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이고 책으로 얻지 못하는 무언가를 가득 채워주며 버릴 것은 버리게 해준다”고 걷기를 예찬했다. 철학의 거장이나 대문호 등 넓고 깊은 사고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 종사했던 사람들은 한결같이 걷기를 예찬하고 습관화했다. 어쩌면 걸었기 때문에 거장이나 대문호가 되었을 것이다.

요즈음 걷기 붐이 육체적 영역에서 인문학적 영역으로 진화하고 있다. 걸으면서 나 자신에 대해 성찰해 보고, 걸으면서 창조적인 질문을 해보고, 걸으면서 연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떠올리는 등 인간의 문제를 사색한다. 걷기는 육체적 건강과 함께 인문학적 사색으로 정신적인 고양을 가져다준다, 유한한 삶을 살아야 하는 인간에게는 시간이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이 고귀한 시간을 어떻게 잘 써야 할까? 필자는 인간이 걷고 있을 때 시간을 가장 가치 있게 쓴다고 생각한다. 걸음 수가 많이 쌓일수록 가치 있는 삶이 쌓여간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10여 년간 하루에 만보 이상 걷고 있다. 밥 먹는 습관, 잠자는 습관 외에 걷는 습관이 있다. 습관이기 때문에 걷지 않으면 불편하다. 매일 걸으면서 스마트폰에 내장된 오디오 북과 유튜브를 통해 인문 고전 등을 듣고 있다. 매우 유익하고 즐겁다. 그리고 걸으면서 읽어주는 책을 듣는 것은 책상에서 눈으로 읽을 때와는 달리 흡수도 잘되고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인간은 걸을 때 정신적, 육체적으로 완전하게 된다는 사실을 체험하며 느끼고 있다. 의사 나가오 가즈히로가 “병의 90%는 걷기만 해도 낫는다.”고 했다. 필자는 걷기가 자신의 삶 뿐 아니라 사회를 바꾸는 동력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걷기 습관을 가졌으면 좋겠다.

“술을 두려워하라. 참으로 술맛이란 입술을 적시는 데 있는 것이다. 소가 물을 마시듯 마시는 사람은 입술이나 혀는 적시지 않고 곧 바로 목구멍으로 넘어가니 무슨 맛이 있겠느냐. 술의 정취는 살짝 취하는 데 있는 것이다…. 요컨대 술 마시기를 좋아하는 자들은 대부분 폭사하게 된다. 술이 오장육보에 스며들어 하루아침에 썩기 시작하면 온몸이 망가지고 만다. 이것이 바로 크게 두려워 할 일이다.”

 


200여 년 전 다산이 강진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보낸 편지 글이다. 필자는 이 글을 걸으면서 오디오 북으로 듣고 필자의 수십 년간 몸에 밴 술 마시는 습관을 고치고 있다. 오늘 아침에도 유달산 둘레길을 걸으면서, 다시 듣고 새겼다.

김대중 칼럼의 김대중.
김대중 칼럼의 김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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