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위기, 교육자치로 넘는다
상태바
교육위기, 교육자치로 넘는다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9.10.30 14: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대중 전 목포시의회 의장.

[목포시민신문] 지난 1023일부터 3일간 고양시 킨텍스에서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와 교육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세계경제계발협력기구(OECD) 11개 기관이 주최하는 -OECD 국제교육 콘퍼런스가 열렸다. 2030년 미래 교육의 방향과 과제에 대한 구상을 공유하고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4차 산업혁명과 인구절벽, 양극화 심화 등에 대응하는 교육적 해법으로 역량 중심의 학습 혁명을 제안하고, 기본학습역량을 기본권 수준으로 책임지는 교육과 평생학습 기회를 시민권으로써 보장하는 교육을 강조했다. 슐라이허 OECD 교육국장은 한국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에 비해 삶의 만족도가 최저 수준인 점에 주목하여, 한국 학생의 성공은 학업성취에서 삶의 질 향상으로 재정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교육과정은 반복된 인지능력 개발보다는 복잡한 방식의 사고력과 실천력, 집단적 능력을 갖추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사 교육은 고도의 지식 전문직이 될 수 있도록, 업무조직이 수평적 연대조직으로 재조정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런데 이 국제교육 콘퍼런스를 하루 앞둔 22,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대입 정시 비중 상향을 공언하고, 25일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소집한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에서 대입 공정성 확보를 위해 정시 확대를 주문하였다. 이러다 보니 국민들은 세계 미래 교육 방향 속에서 한국 교육체계를 수립하기 위한 의제보다는 한국 대학 입시 공정성 문제에 관심이 집중되어 버렸다. 왜 이때 대입 정시 비중 상향을 대통령이 직접 발표해야 했을까?

한국교육의 가장 큰 폐단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학입시제도가 바뀌는 일이었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14번 바뀌었다. 교육백년대계(敎育百年大計)가 아닌 조령모계교육(朝領暮開敎育)이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바뀌지 않도록 국가교육위원회설치를 위한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그 전 단계로 국가교육회의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국가교육회의나 교육부가 아닌 대통령이 직접 주문함으로써 또 대학 입시가 바뀌게 되는 상황이 되었다.

교육부 유은혜 장관이 학생부 종합전형의 투명성과 공공성이라는 방향으로 대입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발표한 후에 한 달이 채 되기 전에 문재인 대통령은 정시확대를 선언했다. 국가교육회의 김진경 의장은 우리 사회에서 교육 문제, 특히 대학 입시 전형을 두고 벌이는 논란은 지위 획득을 위한 게임의 규칙이 유리한지 불리한지 따지는 이해관계 다툼에 가까우며, 이는 교육의 외적 공정성의 문제라면서 부모나 사교육 등 학교 밖 힘을 동원하는 문제와 관련한 공정성 다툼은 이해관계 조정의 문제여서 단기적 해답이 없다고 밝혔다. 정부 기관 안에서도 이렇게 방향이 다르다. 국민들과 교육 현장은 대단히 혼란스럽다.

 

한국교육의 위기의 근원은 대학입시 제도에 있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따라서 교육개혁의 제일 과제는 대학 입시 개선이다. 그런데 대통령을 비롯한 중앙 정치에 기대할 수 있을까. 이번 정부에서도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 돌이켜 보면 그래도 한국 교육의 가시적 발전은 지방 교육자치가 이루어 냈다. 10년 전 민선 교육감 시대가 되면서 진보를 표방한 교육감들이 중심이 되어 무상급식 등 교육복지정책으로 교육 개혁의 새로운 희망을 이루어 냈고 국민적 지지를 받게 되었다. 또한 교육을 살리는 길은 학교가 시험문제 풀이하는 곳이 아니라 교육하는 곳으로 만드는 공교육 정상화다. 이를 학교 현장에 실현해 가는 진보 교육의 상징인 혁신학교확산이 교육을 아래로부터 바꾸어 가고 있다.

이러한 성과들은 민선 교육감들과 주민들이 중앙정부와 끊임없는 투쟁으로 이루어 냈고, 이 과정에서 교육뿐만 아니라 서울시장을 교체시키는 등 정치도 바꾸어 내고 있다. 한국 교육의 큰 변화인 2015년 개정 교육과정, 중학교 자유학기제, 2025년에 시행되는 고교학점제와 성취평가제 등이 지방 교육자치의 힘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성과에 대한 국민적 신뢰로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17개 시.도 중 14개 시.도에서 진보를 표방한 교육감이 당선되었다.

대학 입시 공정성 논란이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 대학 입시 정시확대를 주문하였다. 그러나 -OECD 국제교육콘퍼런스에서 제시한 미래 한국 교육체제 등을 깊이 성찰하고 국민과 충분한 협의 없이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면, 그동안 교육 개혁의 성과를 뒤로 돌리는 위기가 될 수 있다. 민선 교육감들의 역할을 믿고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