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광장] 퍼플섬 신안 안좌의 반월도 장성, 정영화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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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광장] 퍼플섬 신안 안좌의 반월도 장성, 정영화 부부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9.12.0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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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사람 나들목 갯골처럼 맑은 삶 담은 노 부부의 노을이 진다

[목포시민신문]

가고 싶은 섬 반월도 사람들의 보라색 섬 활성화 구슬땀

김파래 특산품에 숭어 건정, 싱싱한 채소 한가득 섬 밥상

관광객들까지 보라색으로 물드는 섬 라벤다 향 곳곳 가득

 

목포에서 마을기업을 준비하는 일행들과 이른 아침 천사대교를 건넜다. 목포를 찾는 외지인들중 상당수가 신안 섬을 가고 싶어 하기에 목포와 신안을 잇는 생태관광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다. 목적지는 신안군 안좌면의 반월도. 섬의 모양이 반달을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인데, 인근 박지도와 함께 2015년 전라남도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되었다.

 

가고 싶은 섬, 보라색 섬

반월도의 견산(201.5m)과 대덕산(215m)의 두 봉우리는 서로 마주 보고 있는데 그 형상이 멀리서 봤을 때 어깨처럼 보인다. 그래서 예로부터 인근 해역을 항해할 때 자신의 현재 위치를 눈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되었다. 2008년 개통당시 천사의 다리로 불리다가 이번에 퍼플(보라색)로 이름이 바뀐 보행교를 걷고 싶었지만 박지도-반월도 구간이 공사 중이라 배를 타야 했다. 과거 이곳에서 반월도까지 노두가 있어 돌다리로 건너다녔지만 이젠 옛말이 됐다.

갯벌이 드러난 이곳에서 배를 타고 간다니 일행 중 한명이 어디 배가 다니는 길이 있단 말인가?’하고 이해를 못했다. 하지만 갯골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늘 물이 이어지는 갯골까지 선착장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105분 안좌도 두리를 출발하는 배에 탔더니 선장이 여성이었다. 배를 운행하는 것이 왠지 남성적인 느낌이 강한 것이 사실인데, 이제는 선입견일 뿐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성의 구분이 무너졌다는 반증이다.

반월도 선창에 도착한 순간 보라색의 물결을 보았다. 마치 동화속의 세상에 떨어진 느낌이었다. 건물, 담장, 지붕, 차량까지 모두 보라색....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마을이 온통 보라색일 뿐 아니라 주민들이 입는 옷과 양말, 심지어 속옷까지 보라색이라고 했다. 한 가지 테마를 정해 일률적으로 반영시키는 힘, 그것은 전체주의라고 하기에는 섬사람들의 처절한 몸부림이 아닌가 싶었다. 그만큼 주민들이 가고 싶은 섬에 모든 것을 걸고 방문객들의 유입을 기대하고 있었다. 마을로 진입하는 길에서 만난 주민들이 반갑게 어디서 오셨소?’하고 인사를 건냈다. 모두 밝게 맞아주었다. 화려하고 잘 단장된 인동 장씨 제각과 세장산을 지나며, 신안의 인동 장씨 세력이 참 강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반월도가 인동 장씨 마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성 옹.
장성 옹.

마을 초입에 당숲이 위용을 자랑했다. 특히 당집이 있었던 자리에 돌담이 그대로 남아 신령스러운 느낌마저 전해졌다. 이제 더 이상 당제는 진행되지 않지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을 수상한 기록을 가진 경이로운 곳이다.

마을 위쪽에 20173월 폐교된 학교가 있었다. 안좌국민학교 반월분교는 19544월 개교해 한때는 200명 가까운 학생들이 있었다고 한다. 1968년 졸업사진을 보면 서양화가 고 김암기 선생님과 그의 아내 서순덕 여사의 모습도 보인다. 지금은 벌써 환갑을 훌쩍 넘긴 이들이 그 사진속의 주인공들이다. 그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장성, 정영화 부부

정영화 할머니

 

 

마을의 전 이장을 맡았던 장성(77) 정영화(74) 부부의 집을 찾았다. 장성은 일본에서 태어나 4살 때 이 섬에 들어왔다. 부모님을 통해 일본에서 생활했던 곳이 구지라고 들었는데, 그곳이 어디인지 전혀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검색을 해 보니 구지시(久慈市)라고 이와테현의 도시로 확인됐다. 일본 동북지역의 도시로 태평양에 연한 곳이다. 일반적으로 재일교포들이 큐슈나 혼슈의 가까운 지역에 거주했는데, 더 먼 동해안까지 갔던 것이 낯설었지만 분명히 그곳으로 짐작된다. 장성 선생은 일본의 그곳을 꼭 한번 가보고 싶다고 했다.

부인 정영화의 친정은 안좌면 마명리이다. 본 섬이라고 하지만 섬에서 더 작은 섬으로 시집 온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결혼은 부모님의 중매로 결정되었기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반월도에서의 삶은 행복했다. 생업에 열중하고,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신안문화원의 프로그램에 참석하며 보람을 느낀 일들이 오래 기억된다고 했다.

반월도를 찾는 방문객들은 마을식당에 미리 예약을 하고 식사를 할 수 있지만, 이런 비수기에는 쉽지 않다. 그래서 이 집에 미리 점심을 예약해 뒀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식사를 하는데, 밥그릇과 국그릇이 모두 보라색이었다. 신안군에서 이런 세심한 곳까지 지원하며 퍼플섬의 특색을 강화시킨 탓이다. 이제 진짜 감동적인 것은 로컬푸드일 수밖에 없는 섬 밥상이었다.

 

반월도 섬 밥상

 

김양식으로 유명한 섬답게 김과 파래가 섞인 무침이 밥상에 자연의 향기를 뿜어 주었다. 마른 김파래도 함께 나왔다. 커다란 숭어 건정은 흔히 짤 수도 있었지만 전혀 짜지 않고 맛있었다. 직접 캔 굴(석화)을 무쳐왔는데, 도시처럼 숙성되지 않은 싱싱한 맛 그대로였다. 또 마을사람들 중 전복 양식하는 분들이 많아 어린 개체일 때 추려낸 작은 전복을 얻어다 매추리알, 고추와 함께 간장에 조려 낸 것도 별미였다. 우리 모두 한결 같이 섬 밥상에 감동받았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올 때 콜라비를 선물 받았다. 밭에 콜라비가 여전히 많이 심겨져 있는 것을 보았는데, 상업용으로 파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이런 것을 팔수 없어라고 체념적으로 이야기하며, 그래서 나눠주는 것이라고 했다. 아니, 이게 무슨 말인가. 섬을 찾는 외지인들이 섬을 걷고, 마을을 둘러본 후 나갈 때 무엇인가 기념품을 가져가고 싶어하지 않은가. 주민들이 재배한 농산물, 해조류 등을 비롯해 공유지에 많이 심어둔 라벤더와 같은 식물들을 선착장, 혹은 퍼플교 입구에 매장을 만들어 내 논다면 좋겠다. 퍼플교가 만들어졌지만 두리의 출발지점과 박지도의 중간 지점 식당과 카페, 간이음식 판매점만 장사가 잘 된다는 반월도 주민들의 푸념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이다. 이미 만들어진 반월도 카페를 잘 활용하는 것도 좋겠다. 반월도의 섬 밥상과 로컬푸드를 소포장으로 예쁘게 포장해 둔다면 분명 경쟁력은 있다.

함께 간 예비 마을기업 여성들도 섬주민들의 이런 노력에 기꺼이 부응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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