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칼럼] 노론의 300년 권력과 우리나라의 정당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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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칼럼] 노론의 300년 권력과 우리나라의 정당 정치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9.12.0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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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목포시의회 의장
김대중 전 목포시의회 의장

[목포시민신문] 조선이 왜 망하고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느냐? 사색당파(붕당) 때문에 망했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붕당은 조선시대 민주주의 제도였다. 조선왕조 500년은 세계에서 가장 긴 왕조였다. 잘 짜여진 제도가 있었기 때문에 유지되었던 것이다. 조선의 권력구조는 왕권과 신권(臣權)5:5로 서로 견제할 수 있는, 유럽에서도 볼 수 없었던 합리적인 구조였다. 이 때 붕당이 민주주의 정당의 역할을 하였다. 그런데 광해군이 당시 명나라와 청나라 간의 중립(실리)외교를 실시하자, 서인이 명에 사대해야 한다는 명분 등으로 인조반정(쿠데타)을 일으켜 권력을 장악한 후 사실상 서인의 주류 세력인 노론의 1당 독재가 시작되었다. 권력이 오래가면 썩기 마련이다. 결국 조선은 패망하고 일제 식민지가 되었다.

노론의 마지막 당수가 이완용이고, 나라를 팔아먹은 대가로 일제로부터 귀족 작위와 막대한 은사금을 받은 매국노 대다수가 노론이었다. 이 노론 세력은 을사늑약 이후 41년간 일제 치하의 지배세력으로 있다가 해방 후 미국과 이승만 정권의 반공이데올로기에 편승해 다시 주류 세력이 되었으며, 산업화 시대 박정희,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주류로 300여 년간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승만에 의해 반민특위가 해체된 뒤 어느 한 분야도 친일 잔재가 제대로 청산된 곳이 없다. 독립운동가의 얼굴이 새겨진 화폐 하나 없는 나라이고, 친일파의 동상이 여러 대학에 버젓이 세워진 나라이다. 상해임시정부의 정통성마저 부정하려는 국가이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 민족. 민주주의 세력과의 심각한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우리 사회는 대통령이 누가 되든 관계없이 300여 년 이어온 이 노론 세력이 사회 주류세력이다 보니 이런 갈등이 지속된다. 인조반정 이후 처음으로 김대중 대통령에 의해서 1당 독재가 바뀐다. 그 뒤를 이어 노무현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노론 주류 세력과의 갈등이 증폭된다. 검사들과의 대화 때 나랑 한번 해보자는 겁니까?” 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은 지금도 생생하다. 300여 년 동안 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노론 적폐세력이 대통령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았다. 그 이후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적폐현상은 더 심화되었고 고이게 되면서 촛불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한국 학계를 지배하고 있는 노론사관과 식민사관의 문제점을 꾸준하게 지적해 온 이덕일 한가람문화연구소 소장은 세월호 사건으로 드러난 한국 사회의 민낯이 낯설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선장과 선원이 공모해서 승객을 버리고 배에서 빠져나가는 장면이나, 진입 명령을 받은 해경이 진입하지 않은 것은 광복 직후 친일 세력이 다시 득세한 반역사적 반문명적 현실에서 근원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친일 세력의 뿌리는 망해가고 있는 명나라를 명분으로 인조반정을 일으킨 세력에 닿아있고, 사도세자를 죽이고 정조를 독살한 세력에 닿아있다. 외국 침략자에 붙어서 매국 행위를 한 자들이 처벌을 받기는커녕 광복된 대한민국의 공직자로 부활했을 때 이들에게 국가란 무엇이겠는가. 그야말로 사적, 집단적, 당파적 이익을 추구하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이익 추구가 ()피아를 비롯한 한국사회의 온갖 학벌, 지역 카르텔로 나타났고, 그 적폐가 채 피지도 못한 꽃봉오리 300여 송이의 희생으로 한국 사회를 덮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지금 문재인 정권에서는 태극기 부대 등 각종 집회 주도 세력과 남.북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호도하는 집단이 자기들의 기득권을 방어하기 위하여 이 나라 전체가 흔들리고 경제가 무너진 것처럼 과장하여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있다. 자기들의 위기를 나라의 위기로 착각하고 있다. 그들은 부조리하고 불평등한 제도 개혁의 의지를 가진 정권, 교육, 언론, 단체를 여전히 종북좌파로 매도하면서 국민들을 선동하고 있다. 나라를 가져다 북한에 바치려 한다는 그들의 거짓에 속고 또 속는 국민들을 총알받이 삼아서 재집권을 위하여 필사적인 노력을 하는 노론의 후예들, 친일파의 후손들, 군부독재의 아들들의 소행이 어쩌면 그리도 조선의 멸망을 가속화시키고 끝내는 멸망시켰던 노론 벼슬아치의 모습을 그대로 닮았는지!

이러한 300여 년 노론세력의 적폐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정당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그 정당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사회적 갈등만이 난무하고 있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기존 양당의 독과점 때문이다. 이에 대한 국민의 불만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낮은 투표율이 보여주듯이 정치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보듯이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한 독과점이 지속되는 이유는 새로운 정당의 국회 진출을 막고 현행 선거제도(승자독식, 지역주의제)에 있으며, 그 책임은 지역주의에 편승하여 생긴 자신의 기득권 때문에 끝내 이를 고치지 않으려는 퇴행적 정치세력에 있다. 지금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는 선거법 개정이 한계는 있지만 대단히 중요하다. 이마저도 못해낸다면 300여 년 동안 집권하고 있는 노론붕당은 계속될 것이고 촛불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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