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읽기-홍선기 목포대 교수] 사토야마(里山)-사토우미(里海), 일본의 마을경관 재생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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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읽기-홍선기 목포대 교수] 사토야마(里山)-사토우미(里海), 일본의 마을경관 재생모델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0.06.2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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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홍선기/목포대도서문화연구원(생태학)
홍선기/목포대도서문화연구원(생태학)

최근 도시재생 사업이 붐을 이루면서 도시재생전문가라는 새로운 직업까지 생기게 되었다. 한때 대학생들 중심으로 산촌마을, 농촌마을에 들어가 농활을 하면서 지내다가 정착하여 마을의 정주공간을 개선하고 주민들을 계몽하는 역할을 해 왔던 시대가 있었다. 일본에서는 1960년대 극한으로 치닫던 학생운동이 끝나가면서, 철학을 가진 젊을 청년들이 도시를 떠나 산촌에 들어가 마을 가꾸기, 숲 가꾸기 등을 통하여 생활을 했던 시대가 있었다. 대부분의 학생운동 주력 세력들이 섬으로 들어갔는데, 가고시마현의 아마미오오시마, 도쿄도의 오가사와라섬이 대표적인 곳이다. 당시 이 섬에서는 젊은이들의 사회상을 반영하듯 자립공생의 삶을 이어나가며 농산촌의 지속가능성을 구현하는데 다양한 실험을 하였다. 그 중 하나가 사토야마(里山) 운동이다. 사토야마는 한자 그대로 마을 산이다. 우리식으로 표현하자면 동산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뒷동산은 땔감이나 비료도 제공해 줬으며, 소도 키우고, 봄에 산나물이 날 때는 귀중한 식재료를 제공하였다. 때로는 놀이동산이기도 하였다. 식생생태학적으로 보면, 인간이 간섭이 없을 경우, 숲은 천이(遷移)단계를 밟아 가면서 자연적으로 최고의 안정 상태인 극상(climax, 極相)이라는 생태환경에 도달한다. 그러나 기후가 불안전하던지, 인간이 자주 간섭을 하여 숲에 영향을 주게 되면 최고 단계에 도달하지 못하고, 늘 중간 단계에 머물게 되는데, 사토야마는 그러한 단계에 머물러 있는 산림이나 생태계를 말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생물다양성 이론으로 볼 때 천이의 중간단계에 있는 숲이 오히려 특정 생물종의 다양성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 이처럼 사토야마는 적절한 간섭을 계속하여 숲의 생태적 단계를 유지하면서 지속가능하게 이용하는 자원이라 할 수 있다. 과거 우리나라에도 금송(禁松)림이 있었고, 강원도에는 송이를 채취하기 위하여 특별히 관리하는 숲들이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숲 중에서도 특히 소나무숲은 마을숲의 상징적인 의미를 간직하고 중요하게 다뤄오고 있다.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은 우리나라의 마을산은 산의 색이 누렇게 보일만큼 황폐화되었다. 1970년대 대규모 조림이 시행되었지만, 해외 속성수를 중심으로 조림을 한 결과, 거의 숲을 구성하는 수종이 단조롭게 되었다. 식생학자, 생태학자들을 중심으로 같은 수종의 조림지의 임상(林相) 조건을 달리하여 시간을 두고 생물다양성의 조사를 한 결과, 빛의 투과율, 토양의 건조, 주변 교목의 밀도, 수계와의 접근성 등 조건에 따라서 임상별 생물(식물)다양성이 차별적으로 나타남을 확인하였다. 이처럼 사토야마는 인간의 간섭을 적절하게 이용하면서 숲의 생태적 다양성을 높여서 다양한 생물을 유인하자는데 목적이 있고, 최근에 이러한 사토야마 운동은 도시재생사업까지 연계되면서 학교 숲, 동네공원, 자투리 숲, 도심 비오톱 조성 등 국민적인 생태운동으로까지 확대되었다. 한편 사토우미(里海)는 늘 친숙하게 이용해온 바닷가 마을, 수변공간의 재생과 관련이 있다. 1970년대까지 일본 세토내해(瀬戸内海) 연안지역엔 천일염전이 가득하였다. 70년대 중반, 일본 정부에 의한 천일염 생산 금지가 법제화 되고, 염전지대가 산업공단지역으로 바뀌면서 바다로 가는 길이 끊기게 된다. 결국 연안에서 오랫동안 바다와 함께 살아온 사람들은 타지로 이주하여 살게 된다. 2000년대 들면서 사토야마운동이 성공을 거두었고, 세계적인 명성이 알려지자 그 확산의 의미로서 일본 환경성은 사토우미의 개념을 발굴, 바다 마을 살리기 운동으로 확산 시킨다. 사토우미는 우리 식으로 말하면 갯마을, 갯가 등 바다의 생활공간이다. 바지락, 백합을 잡고, 다양한 어류를 잡아서 생활했던 과거의 추억을 되살려서 어촌 마을을 활성화 하자는 것이다. 동상을 세운다던지 조형물을 세우고, 관광지를 만드는 우리나라의 섬, 어촌사업과는 방식이 다르다. 주민 삶의 터전을 재확보하는 것이고, 주민들의 생업을 지원하거나 훼손된 바다생태계, 갯벌생태계를 복원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 주체는 다양하다. 예를 들면, 가고시마현의 어떤 바닷가 마을은 갑자기 사라지고 있는 백합조개의 서식처를 다시 찾고자 환경성에 국립공원 지정을 요청하였고, 국립공원측에서는 주민과 함께 백합서식처 복원사업을 하고 있다. 사토야마-사토우미의 개념은 일본 유엔대학의 연구자들과 세계 각지의 학자들의 의견에 의해서 종합적으로 논의하여 정해지고 있다. 필자도 사토야마 이니셔티브를 구축한 한 사람이기도 하고, 관련하여 2010년 일본 나고야에서 개최된 COP10의 나고야의정서 채택에 도움을 주기도 하였다. 일본에서는 숲은 바다의 애인이라는 말이 있다. 바다에서 물고기를 많이 잡으려면 나무를 많이 심고, 숲을 잘 가꿔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에 이러한 옛말들이 학술 연구를 통해 보고가 되는데, 산의 나무를 많이 심어서 숲을 잘 가꾸면, 다양한 미생물들이 토양에 서식하게 되어 건강한 생태계가 조성되며, 하천을 통해 유기물이 바다로 흘러내리면서 플랑크톤의 중요한 먹이가 된다는 것이다. 플랑크톤이 모이면 당연히 물고기들이 모이게 되며, 그 물고기를 먹으려 더 큰 물고기들이 모이고, 또 더 큰 물고기들이 모이는 먹이사슬에 의하여 연안 생태계가 풍요롭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방풍림이나 방조림의 역할을 해 왔던 어부림이라는 마을숲이 남아있다. 산의 유기물은 하천으로 이어져 바다로 흘러들어가면서 생태계 물질순환의 과정을 보여준다. 풍요로운 바다는 단순히 바다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산의 숲, 토양, 하천의 특성에 의하여 결정되고, 특히 해안방조제는 이러한 산과 바다로부터의 물질흐름을 방해하는 간섭체로서 작용한다. 최근 사토우미 운동은 무인도와 해역의 보전을 위한 바다숲 조성으로 한몫하고 있다. 이처럼 사토야마-사토우미는 산과 바다의 생태적 관계성을 추구하는 생태철학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토야마-사토우미 운동은 농산촌과 어촌마을의 생태적 재생에도 크게 관여하고 있다. 재생은 각 시스템이 갖고 있는 순환의 길목을 터주고, 흐름을 연결하는 생태성을 확보하는 것이라 본다. 그런 의미에서 경관생태학은 생태계네트워크의 건강성을 평가하는 학문분야로서 자리잡고 있다. 도시재생, 섬 재생 등 재생이 넘치는 사회에 살고 있지만, 그것이 지역의 생태계와 정체성, 생업의 지속가능성의 특성을 충분히 부여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하여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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