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2030 young class’ ⑫ 조아라]애들아, 안전이별 해야 해!’라고 말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오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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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2030 young class’ ⑫ 조아라]애들아, 안전이별 해야 해!’라고 말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오길 바라며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0.12.03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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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청소년부를 담당하고 있는 나에게 학생들은 가끔 본인의 연애상담 또는 타인의 이야기들을 들려주곤 한다. 그리고 늘 이야기의 끝은 누굴 만나든 안전이별 하자로 결론이 맺어진다.

안전이별이란 이별을 통보한 전 연인을 대상으로 폭행 등을 저지르는 이별범죄가 급증하면서 등장한 용어로, 자신의 안위와 자존감을 보전하면서 이별하는 것을 뜻한다. [출처:네이버 지식백과]

11월 초, 제주도에서는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를 자신의 집에 감금한 채 성폭행하고 둔기 등으로 온몸을 때려 갈비뼈가 골절되고 비장이 파열되는 등의 중상을 입힌 사건이 발생하였다. 또한, 지난 531일 경기도 군포에서는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의 집에 들어가 흉기를 휘둘러 전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함께 있던 아버지에게 상처를 입힌 사건도 발생했다.

이처럼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는 이별이 슬픔과 추억이 아닌 무섭고, 걱정해야 하는 일이 되어버렸다.

이별범죄는 해마다 발생·증가하고 있으며, 구글에는 안전이별 수칙, 안전이별 방법과 같은 키워드도 등장하였다.

한국여성의전화가 발표한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언론에 보도된 사건 분석을 통해 혼인이나 데이트 관계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 통계 분노의 게이지에 따르면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으로부터 살해당한 여성은 975명에 달하며, 살인미수까지 포함하면 1,810, 주변인 살해 및 살인미수까지 포함하면 2,229명이라고 한다.

또한 ‘2019 분노의 게이지통계분석에 따르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살인·살인미수 피해자가 229명에 달했으며 이 중 29.6%(58)는 이혼결별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살해됐다. 언론에 보도된 사건만을 분석한 최소한의 숫자임을 고려해 볼 때, 더 많은 여성이 죽거나 죽을 뻔할 위기에 처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위 사례 및 통계처럼 상대방의 이별 통보에 무차별적 폭력과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이별범죄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지만 이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은 역부족이다. 이별범죄로 이어지기 전, 데이트폭력과 스토킹이라는 전조 증상이 발생하는데 현행법상 스토킹 범죄는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1항 제41(지속적 괴롭힘)에 규정, 1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받는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올해 4월 프로 바둑기사 조혜연 9단을 1년간 괴롭히며 스토킹한 혐의로 구속된 40대 남성이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가해자는 조혜연 9단이 운영하는 학원 외벽에 너는 내 여자’, ‘음란한 여자’, ‘더러운 여자등의 낙서를 하거나 학원에 들어와 조혜연은 나와 결혼한 사이다. 여기서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라고 허위사실을 소리 지르며 소란을 피운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씨는 8차례나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가해자를 타일러 보내거나 벌금 5만 원을 부과하는 등 조 씨를 향한 제대로 된 보호와 조치는 없었다. 그 사이 조 씨의 스트레스와 공포감은 더욱 커졌고 결국 경찰에 정식적으로 고소장을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 무서워 학원 건물 밖으로 뛰어내릴 생각을 할 만큼 피해자가 받은 공포감은 컸지만 그에 비해 가해자가 받은 처벌은 벌금 5만원과 이후 피해자의 수차례 신고 끝에 받은 징역 2년이 다였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스토킹 범죄의 신고는 2,756건으로 집계되었다. 하루 평균 12.9건의 스토킹 범죄가 일어나고 있는 셈이나 이 중 처벌된 건수는 10.8%(298)8만 원의 범칙금을 내는 데 그쳤다.

19·20대 국회에서는 이별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스토킹 방지법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진행하지 못한 채 발의된 법안은 모두 폐기되었다.

남녀 간에 발생한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적인 문제라고 생각돼서일까? 누군가에게는 목숨이 달린 중요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법안 통과 및 가해자의 강력한 처벌은 진전이 되지 않고 있다.

이별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인터넷에는 단둘이 있는 공간에서의 이별 통보 금지, 스토킹을 당할 경우 분명한 거절의사 표시 등 내 딸이 알아야 할 안전이별 5가지 수칙이런 남자 피해라라는 키워드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우리 사회는 또 여성에게만 조심하라고 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가 과연 여성이 조심한다고 해결될 문제인가? 그리고 여성이 뭘 어떻게 조심해야 할 일인지도 의문스럽다.

연인 간의 사적인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 더 나아가서는 한 생명을 살리는 문제라고 생각하고 이별범죄와 같은 데이트폭력의 문제 해결을 위한 법과 제도가 하루빨리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처럼 우리가 원하는 사회로 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관심과 공감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3·8세계 여성의 날, 미투 운동 등 누군가의 외침에 여러 사람이 관심을 갖고 공감하며 시작된 움직임이 공론화되기 시작하면 우리 사회는 분명히 더 크게 움직일 것이다. 가해자의 관점에서 피해자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 피해자의 관점에서 공감하고 잘못된 점이 무언인지 인지한다면 혼자서 외롭게 스토킹과 이별범죄로부터 공포감에 떨고 있을 피해자는 없어지지 않을까?

더는 청소년들에게 안전이별을 말하며 겪지 않고 몰라도 될 일들에 대해 알려주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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