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신서의 교육이야기] 교육 불평등의 심화와 새로운 교육의 모색
상태바
[구신서의 교육이야기] 교육 불평등의 심화와 새로운 교육의 모색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1.02.11 19: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 신 서(전남도교육청 정책기획 자문관)

[목포시민신문] 막히고 닫혔던 어두운 굴을 빠져나와 들판을 가로 질러 새로운 밝음을 향해 나아가기를 바라는 날들이다. 설 연휴를 앞두고 방역당국은 또다시 확산의 위험 때문에 긴장하고 있다.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2021128일 현재 1억 백만 명을 넘어섰다. 20191231일 세계보건기구(WHO)에 코로나19 발병이 보고된 지 120여일 만에 확진자가 1억명을 넘어 섰다. 세계 인구가 78억 명임을 고려하면, 78명 중 1명꼴로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이다. 사망자 또한 22십만 명에 육박했다. 이 중 미국인이 2616만 명으로, 전체 확진자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뉴질랜드와 대만 등 모범 방역국도 확진자 발생으로 비상이 걸렸다. 중국 또한 북경으로의 확산을 막기 위해 또다시 인근도시를 봉쇄했다. 코로나19의 변종이 영국 형, 남아프리카 형, 브라질 형 등으로 다양한 변이가 발생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영국 형과 남아프리카 형 변종이 발견되고 있다. 작년 20201월 대구 신천지, 8월 광화문 보수단체와 일부종교단체가 주도한 집회이후 2차 대 확산이 시작되었고 작년 12월 하루 확진 자가 1000명이 넘어서는 3차 대유행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해가 바뀐 현시점은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고 있다. 백신이 보급되어 팬데믹을 극복하고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희망과 코로나19 재 확산이 상존하고 집단면역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이어서 깊은 불황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불황으로 정부부채, 기업부채,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경제회복의 온기가 사회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악마는 꼴찌부터 공격한다라는 서양 속담처럼 재난을 비롯한 경제 위기는 평등하지 않아서 불평등과 격차를 심화시켰다. 경제 봉쇄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서비스업의 저소득층 노동자들,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의 바이든 정부는 취임 이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투자를 포함한 적극적인 공공투자, 기업과 부자에 대한 증세와 소득 재분배 확대 그리고 노조의 강화와 임금 인상 등을 제시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도 위기가 극복될 때까지 취약계층의 사회안전망을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의 핵심도 이러한 방향이었으면 한다.

코로나발 학력 격차 증대와 중위권의 실종

최근 학술지 <공간과 사회>(74)에 실린 논문 코로나19 이후 거주 환경의 차이가 초등학생의 학습, 게임, 놀이 시간에 미치는 영향 분석에서, 이시효 박사는 지난해 7~8월 경기도 부천시 세 지역의 초등학교 3곳에 다니는 3~6학년 학생 446명을 설문조사했다. 세 지역은 각각 신도시 아파트 단지, 오래된 아파트 단지, 30년 이상 된 단독주택·빌라촌으로 집값에서 차이가 나는 지역이다. 조사 결과를 보면, 신도시 아파트 단지 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원격수업에 들인 시간이 하루 평균 155분인 반면 오래된 아파트 단지는 127, 단독주택·빌라촌은 83분으로 현저히 떨어졌다. 반대로 코로나 이후 게임을 하는 시간은 고소득 지역 학생들은 30분 늘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지만, 저소득 지역 학생들은 2시간 이상 늘었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특히 저소득 지역의 경우 네 명 중 한명이 하루에 4시간 이상 게임을 한다고 답해 게임 중독징후까지 우려됐다. 세 학교 모두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아닌 자료 의존형 온라인 수업을 했다는 점에서, 부모의 도움과 학교의 준비 정도 등 학습 여건이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초등학생 때 기초학력이 제대로 다져지지 않으면 중고등학생 때까지 격차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간과해선 안 될 심각한 문제다. 논문을 작성한 이시효 박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어린이가 경험하는 코로나19는 어른들 생각보다 훨씬 가혹한데다,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격차가 벌어지는 양극화 현상까지 확인되고 있다. 방역의 성공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취약계층을 위한 전사회적인 교육과 돌봄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또한, <한겨레>가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일선 고교들을 취재해 보도한 내용을 보면, 중위권 성적 학생들이 대거 하위권으로 쏠리는 성적 양극화현상이 확인됐다고 한다. ‘중위권 실종현상은 국어·영어·수학에서 두드러지고, 특히 수학의 평균 점수가 예년보다 크게 떨어졌다고 밝히고 있다. 지필평가 비중이 높고 사교육을 많이 받는 과목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 과목의 상위권 성적은 별 차이가 없었다고 하니, 원격수업이 채우지 못하는 대면수업의 공백을 사교육과 부모들의 학습 관리역량으로 결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문제였던 공교육에서의 부유층 우위가 더욱 강화된 셈이다. 결론적으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공고해지고 중위층이 하위로 밀려나면서 중위층 실종이 심해지고 있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계층간 불평등교육의 심화

얼마 전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교육개발원이 처음 개발한 교육 양극화 지수를 바탕으로 교육실태를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다. 소득 하위 20% 집단이 사교육비나 학업성취 등 교육 분야 핵심 지표에서 상위 20%에 속할 가능성이 지난 10년간 더 악화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한마디로 개천에서 용 나오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개인의 배경 등에 의해 교육의 기회, 과정, 결과에서 상하집단으로 쏠리게 되면서 중간층이 감소하고 집단 간 이질성이 커지는 가운데, 집단 간 이동성이 약화되는 현상으로 교육 양극화를 규정했다. 중간층 감소는 소득 중위 집단이 하위 집단에 더 가까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세부 지표에서 보면 사교육비와 역량(학업성취) 등에서 양극화 수준이 심각했다. 공교육보다 가정의 소득수준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교육비 투자에서 양극화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교육에 대한 새로운 길의 모색

저성장과 불황이 지속되면서 계층간 불평등의 상태를 넘어 중간층이 소멸되고 상층권이 부의 상당부분을 독식하는 시대가 도래 할 것이란 우려가 깊다. 앞서 제기했듯이 교육 또한 마찬가지다. 중간층이 하향으로 밀려나는 교육격차의 증대는 더 커질 전망이다. 원격교육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디지털교육의 접근성과 가족에서의 돌봄 역량의 양극화, 그에 따른 학습격차 문제는 이미 검증되어 가고 있다. 양극화된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교육지원 대상의 지형을 과감히 확대해야 한다. 취약계층 자녀 대상 교육복지정책은 필수이고, 더 나아가 중간 계층 복원을 위한 교육지원 대상의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

코로나 사태가 하루속히 종식돼 등교수업이 정상화되는 게 가장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교육당국은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만반의 준비를 마쳐야 한다. 지난해 1년 동안 사실상 방치되다시피 한 공교육이 올해에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심각한 직무유기라는 걸 교육당국은 명심해야 한다. 작년 한 해 동안 필자가 가졌던 교육적 화두는 코로나 이후의 교육, 4차 산업혁명시대의 교육, 기후변화의 위기가 급격해지는 시기의 교육, 그리고 우리나라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전남의 경우 가장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와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른 교육이었다. 금년에도 이 교육적 문제는 여전히 고려되어야 하고 교육정책을 설계하거나 집행하는 교육부, 시도교육청에서도 충분히 검토되기를 희망한다.

그 누구도 현재의 진단 속에서 미래를 예측하고 대응방향을 제시하기 힘든 불확실성의 시기이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면 길의 끝에서, 그 들판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가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세계 각국이 명확하게 방향을 선도하지 못한다면 한국형 교육체제 구축으로 새로운 교육을 구상하는 집단지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