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읽기-조준 동신대 교수]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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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읽기-조준 동신대 교수]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하지 못한다?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1.03.03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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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준(동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목포시민신문] 우리가 많이 들어 왔던 속담으로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빈곤은 근본적으로 해결하기가 어려운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여진다. 문제는 이 말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맞는 말이라고 수긍하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도 그 말이 진짜인 줄 믿었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이 말은 틀려도 한참 틀린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랏님은 가난을 구제하라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떻게 이런 엉터리 말을 오랫동안 세뇌받았던 것일까? 이런 말들로 혹독하게 사람들을 몰아 이득을 얻은 그들은 얼마나 잘 살고 있는 걸까? 세계 경제규모 11위 대한민국. 우리는 잘사는 나라이다. 동남아시아를 여행하면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눈부신 경제대국이지만, 번화가에서 한 블록만 벗어나도 골목 켜켜이 가난이 서 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기초수급을 신청할 수 없는 법적으로 애매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 국가의 도움을 구하기 힘들어 하는 사람들. 가난을 증명할 수 없는 사람들. 인간으로서의 품위는 고사하고 생명을 유지하는 것조차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바로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억울함의 한가운데에 부양의무자제도가 있었다.

가난한 사람들을 지원해주는 우리나라 공공부조제도는 1961년에 제정된 생활보호법시대에서부터 1999년에 제정되어 2000년부터 시행된 지금의 국민기초생활보장법시대로 이어져왔다. 김대중 정부에서 시작된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지금 되돌아보면 이전의 생활보호제도와 비교해보았을 때 정말 엄청난 진전을 이루었던 제도였다. 우리 사회가 평등과 권리의 관점에서 빈곤층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가난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고 빈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정성을 가지고 국가가 나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제도가 시행된 지 어느덧 20년이 지났다. 그동안 2015년 기준중위소득도입을 통한 맞춤형 급여 시행 등 제도의 포괄성과 보장성 측면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다. 그러나 진전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도 생활보호제도때부터 존재했던, 가난의 일차적인 책임은 개인과 가족에게 있다는 부양의무자기준이 늘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08더 많은 국민의, 더 나은 기본생활 보장을 목표로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복지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포용적 복지국가이념이 반영된 이 계획의 핵심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수급자를 선정할 때 적용되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기초생활보장제도 시행 20년 만에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것이다. 이 계획에 의거해 금년 11일부터 노인과 한부모가정이 포함된 가구의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었고, 2022년부터는 모든 가구에서 생계급여 수급자를 선정할 때 부양의무자기준을 적용하지 않을 계획이다. 그동안 부양자가 있더라도 실제 함께 살지 않거나 부양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바람에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연락이 닿지 않는데도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생계급여를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았다. “차라리 자식을 호적에서 파내주라는 민원도 많았다. 어쩌면 이제야 비로써 모든 국민이 헌법상 규정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라는 말이 이제 가난은 국가가 나서 구제해야 한다로 바뀌고 있다. 가난구제는 국가의 책임이자 의무이다. 그 실질적인 첫걸음이 부양의무자제도의 폐지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 만족해선 안 된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가난을 진정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난하다는 이유로 최소한의 생활과 미래를 꿈꾸는 일이 불가능해지는 현실을 타파해야 한다. 이는 노동과 세금, 부동산과 상속에 관한 법, 교육 제도 등을 고치지 않고서는 불가능 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를 합법적으로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국가의 합법적 권력 말고는 없다. 이를 위해서는 합법적 국가의 권력을 소수가 아닌, 국민 '다수가 원하는 권력으로 유지해나가는 것이 필수적이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기본소득 도입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가난은 국민 다수가 원하는 권력‘, 나랏님이 구제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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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 2023-07-12 14:42:16
옛부터 내려오는 대부분의 격언은 많은 지혜와 인증된 경험이 담겨있다. 따라서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라는 말은 사회주의, 자본주의 등의 모든 이론의 정곡을 찌르는 옳은 말같다. 그 말에 실제로 "도전"한 나랏님이 바로 박정희였던것 같다. 60년대 세계에서 두번째로 가난한 나라에서 11번째 경제 대국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 그러나 60년대나 지금이나 가난한 사람은 아직도 있다. 2022년 LA Times 기사에 보니, 캘리포니아주가 세계 4번째 경제가 된단다. 한 주가 그렇게 부자이고, 엄청난 돈을 "사회복지"에 쓰고 있지만, 2023년 현재 행락자 문제는 더욱 심각해 지고 있고, 세금의 과중으로 인해 많은 기업과 개인들이 다른 주로 이주하고 있다. "가난은 나라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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