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시민신문] 20여 년째 맨드라미를 그리는 남자가 있다. “태양을 정면으로 응시한 붉은 꽃의 열정, 광택 도는 검은색 씨가 품은 욕망은 그 자체로 인간의 삶을 은유하기 충분하다. 맨드라미는 사막 가운데 선 듯한 장엄함과 숭고함이 느껴진다.”고 말하는 화가의 이름은 김지원. 독일 유학에서 돌아온 직후 우연히 만난 맨드라미는 화가를 매혹시켰고 오래도록 맨드라미를 소재로 다양한 변주를 보여주고 있다. 화가가 그토록 사랑하는 맨드라미가 가득한 섬이 신안에 있다. 버려진 황무지를 일궈 맨드라미 세상으로 바꾼 병풍도로 떠나보자.
맨드라미 섬
과거 병풍도는 1,000여명의 사람들이 거주하는 활기 찬 섬이었지만 도시를 향해 하나 둘 떠나면서 병풍 분교는 폐교 되었고 돌보지 않는 땅도 늘었다. 폐허로 변해가는 병풍도를 아름다운 섬으로 만들자는 신안군의 제안에 주민들이 팔을 걷어붙이면서 작은 기적이 시작되었다. 잡목과 우거진 풀을 제거하고 거친 땅을 일궈 맨드라미가 가득한 섬으로 가꾸었다.
병풍도에 가을이 찾아오면 맨드라미가 화려하게 피어난다. 맨드라미 꽃동산과 함께 보기선착장에서 시작하는 4km 구간과 맨드라미 거리 10km가 꽃길로 이어져 맨드라미섬으로 변신한다. 가을이 아니라도 맨드라미의 매력이 궁금하다면 언제든 병풍도가 답을 준다. 맨드라미섬으로 특화하면서 병풍도의 지붕을 맨드라미를 상징하는 붉은 색 옷으로 갈아입혔다.
맨드라미 공원에 오르면 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보기 좋은데 푸른 바다와 초록 초록한 대지 위에 까치발을 하고 올라 온 빨강 지붕들은 마치 커다란 맨드라미가 핀 것 같이 예쁘다. 마을로 내려가 골목길을 걷다보면 잘 그려진 맨드라미들이 여행자를 반겨준다.
조선시대의 맨드라미
맨드라미는 5월부터 7월 사이에 파종을 하면 7월에서 8월에 원줄기 끝에 닭의 볏처럼 생긴 꽃이 핀다. 모양이 수탉의 벼슬과 비슷하게 생겨 조선시대에는 계관(鷄冠), 계두(鷄頭)라고 불렀고 빨간색의 맨드라미가 그려진 조선시대의 그림은 벼슬길에 나아감을 의미했다. 그래서 닭과 함께 그려지는 맨드라미는 벼슬길에서 잇달아 승진하기를 기원하는 관상가관(冠上加冠)의 마음을 담고 있었다.
노두길
병풍도에서 975m 길이의 노두길을 건너면 대기점도에 도착한다. 그곳에는 생각하는 집이 여행자를 맞아준다. 신안의 바다는 천여 개의 섬들로 빼곡하게 들어차 있고 그 아래는 거대한 갯벌이 숨 쉬고 있다. 썰물 때에는 갯벌이 드러나 나룻배가 다닐 수 없어 갯벌 위에 징검다리를 놓고 건너다녔다. 이 길을 노두(露頭)길이라고 한다.
이 길은 하루에 두 번 열리고 또 두 번 물에 잠긴다. 물이 차고 빠지면서 돌에 물이끼나 해초가 붙어 미끄럽기 때문에 일 년에 한 번씩 마을주민이 모여 돌을 뒤집으며 해초 제거작업을 했다. 지금은 징검다리 위에 시멘트 포장을 해서 트럭도 다닐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 완전히 바닷물을 막은 것은 아니다. 물이 들어오면 자연스레 잠긴다. 노두길 양쪽으로 펼쳐진 광활한 갯벌은 병풍도의 가장 큰 재산이다.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지역으로 지정된 갯벌에서 낙지, 게, 고둥, 조개 등이 서식하고 있다.
병풍바위
병풍도는 50m 높이의 나지막한 구릉지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평지로 되어 있어 걷기 편한 섬이다. 보기선착장에 내려 맨드라미 꽃동산을 지나 마을구경을 마쳤다면 섬 이름이 된 병풍바위를 빠뜨릴 수 없다. 병풍도 서북쪽에 있는 산이 북서계절풍과 바닷물에 깎이고 부서져 그 모양이 마치 병풍처럼 보인다. 그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워 신선이 내려와 살면서 이 섬을 병풍도(屛風島)라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병풍도 가는 길
병풍도는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면 병풍리에 속한 섬으로 증도, 지도, 압해도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필자는 송도어시장에서 싱싱한 제철 생선으로 점심식사를 한 후 송도선착장에서 출발하는 여객선을 타고 병풍도로 향했다. 30분 시원한 바다를 구경하다보니 어느새 보기선착장에 도착했다. 병풍도에 간다 했는데 선착장 이름이 왜 보기선착장일까? 고개가 갸웃해 졌다. 원래 보기섬은 별개의 섬이었다고 한다.
보기섬은 병풍도와 연결되면서 농경지와 염전이 만들어 졌다. 병풍도와 한 몸이 되었지만 옛 섬의 이름을 살려 이곳을 보기선착장이라 부른다고 한다. 병풍도는 크지 않은 섬이지만 북쪽에 보기선착장, 남쪽에 뱃나시 선착장 두 곳이 있다.
참고로 송도선착장이나 증도 버지선착장에서 여객선을 타고 출발하면 보기선착장에 도착하고 압해 송공선착장이나 무안 신월선착장에서 출발하면 뱃나시 선착장에 도착한다. ‣지도 송도선착장 (신안군 지도읍 송도2길 68) ‣압해 송공선착장 (신안군 압해읍 압해로 1852-14)‣증도 버지선착장 (신안군 증도면 대초리 1648-10) ‣무안 신월선착장 (무안군 운남면 내리 1004-4) 병풍도 여객선 시간표는 신안군 홈페이지 섬관광에서 확인하면 된다.
참고: 사진 중 일부는 신안군 관광진흥과에서 제공해 주었습니다.
글 사진 양소희 여행전문가
저서로는 <ENJOY 타이완>, <타이베이에 반하다>, <담양여행>, <부산에 반하다>, <인천섬여행>, <화천에서 놀자>, <영광여행>, <담양에서 한달살기>, <목포에서 한달살기>, <가고 싶은 섬 안마도> 등 다수의 한국어 여행서와 부산과 강원도를 중국어로 소개한 <釜山美好旅行提案200>, <快點來 江原道> 가 있다. 대만정부로부터 관광공헌상을 수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