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시민신문] 최근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발생한 배재고등학교 야구부의 광주일고 조롱 사태는 단순한 스포츠 현장의 ‘철없는 야유’로 치부할 수 없는 무거운 사회적 과제를 던졌다.
경기 중 더그아웃에서 율동까지 맞춰가며 특정 지역과 역사적 비극을 비하하는 밈(Meme: 유희형 혐오표현)을 소비한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의 혐오와 갈라치기 문화가 청소년들의 일상과 엘리트 체육 현장에 얼마나 깊숙이 침투했는지를 보여주는 서글픈 단면이다.
언어학적으로 ‘다름’과 ‘틀림’은 엄연히 분리되어야 한다. 가치관, 지역, 문화의 차이는 존중받아야 할 ‘다름’의 영역이다.
반면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고, 고인을 모독하며,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는 행위는 단호히 교정되어야 할 ‘틀림’의 영역이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틀린 존재’로 낙인찍고 혐오의 언어로 공격하는 일이 일상화되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혐오가 디지털 미디어를 타고 ‘놀이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태를 일으킨 학생들은 “특별한 의도 없이 유발적으로 따라 했다”고 해명했다.
죄책감 없이 타인의 아픔을 웃음거리로 삼는 도덕적 불감증은 비단 이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극적인 갈등을 부추겨 이익을 얻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알고리즘과, 이를 방치한 기성사회의 책임이 크다.
‘틀린 표현’이 유행어라는 가면을 쓰고 ‘다른 생각’인 양 교실과 운동장을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제 교육과 사회적 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첫째, 체육·엘리트 교육 현장에 역사 및 인권 감수성과 함께 '역지사지(易地思之:처지를 서로 바꾸어 생각함 )'의 시민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
승리와 성과만을 정답으로 여기는 무한 경쟁 속에서 정작 가장 중요한 페어플레이 정신과 공동체 시민의식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만약 내가, 혹은 내 가족이 저 비극의 당사자였다면 어땠을까'라는 역지사지의 마음을 품지 못하는 교육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경기장 내 혐오 표현이 타인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며, 결국 자신의 삶과 사회에도 치명적인 ‘틀림’이 될 수 있음을 확실히 인지시켜야 한다.
둘째, 무관용 원칙에 기반한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인종, 지역, 역사적 비극을 비하하는 혐오에 대해서는 개인과 팀 전체에 강력한 연대 책임을 묻는 엄격한 규정을 신설해 공동체의 자정 작용을 유도해야 한다.
사태의 어둠 속에서 유일한 희망을 보여준 것은 광주일고 야구부의 의연함이었다.
이들은 상대의 저급한 도발에 야유로 맞서지 않고, 가해 학생들의 사회적 낙인을 우려하며 품어주는 성숙함을 보여주었다.
진정한 승자는 상대를 깎아내리는 쪽이 아니라 품위와 공존의 가치를 지키는 쪽임을, 그리고 상대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몸소 증명한 것이다.
언어를 지배하는 자가 프레임을 지배한다.
혐오를 멈추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 사회가 "표현의 자유 뒤에 숨은 혐오는 결코 ‘다름’으로 존중받을 수 없는 범죄"라고 확실히 선언하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 삼아 우리 교육 현장이 갈라치기 혐오를 끊어내고, 상대의 처지를 깊이 헤아리는 '역지사지의 정신'과 나와 다른 타인을 존중하는 '공존의 언어'를 회복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