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읽기] 목포 개항 129년,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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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읽기] 목포 개항 129년,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6.07.0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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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마을로(협)문화센터 이사장 정은채

[목포시민신문] 목포가 개항한 지 129년이 되었다. 대한민국 근대사의 관문이었고, 서남권 경제와 문화의 중심이었던 도시.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희생, 그리고 꿈이 쌓여 오늘의 목포를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의 목포를 바라보면 자부심보다 안타까움이 먼저 앞선다.

이번 민선9기 인수위원회 활동을 마치면서 필자는 많은 생각에 잠겼다. 행정의 내부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기대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큰 답답함을 안고 돌아왔다. 밖에서 바라보던 문제보다 안에서 확인한 현실은 더욱 무거웠다. 변화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는 높았지만, 변화의 속도는 너무 느렸고, 오랫동안 굳어진 행정의 관성과 정치의 문화는 여전히 높은 벽처럼 느껴졌다. 목포의 문제는 단순히 재정이 어렵고 인구가 줄어드는 데만 있지 않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치와 행정, 그리고 시민사회가 서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행정은 절차와 관행 속에서 움직이고, 정치는 이해관계 속에서 흔들리며, 시민들은 점점 시정을 믿지 못한다. 그 결과는 무관심이다. 시민들은 "달라질 것이 없다"고 말하고, 지역을 사랑하는 전문가들은 하나둘 현장을 떠난다. 남아 있는 사람들마저 침묵하거나 외면하는 현실은 목포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위기다. 도시는 건물로 성장하지 않는다. 사람으로 성장한다. 사람을 잃는 도시는 결국 미래도 잃는다. 목포가 오늘의 어려움을 겪는 이유도 결국 사람을 중심에 두지 못한 정책과 행정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인수위원회 기간 동안 여러 부서를 살펴보며 느낀 것은 공무원 개인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공직자들도 많았다. 문제는 시스템이었다. 잘못된 관행이 반복되고, 책임보다 안전을 우선하는 문화가 조직을 지배하고 있었다. 새로운 정책을 고민하기보다 전례를 따르는 것이 익숙했고, 시민의 눈높이보다 내부 절차가 우선되는 모습도 적지 않았다. 행정은 시민을 위해 존재한다. 시민이 행정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행정은 스스로를 보호하는 조직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변화는 제도를 만드는 것보다 조직문화를 바꾸는 일이 더 어렵다. 하지만 그 어려운 일을 시작하지 않으면 목포의 미래도 바뀌지 않는다. 정치 역시 마찬가지다. 선거는 끝났지만 정치는 이제 시작이다. 선거에서 시민들은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 과거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목포를 맡길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학연과 지연, 혈연 중심의 정치문화에서 벗어나 실력과 미래를 선택하겠다는 시민들의 의지가 표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제 정치는 시민의 선택에 응답해야 한다. 정치는 행정을 감시하면서도 함께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비판만 하는 정치도, 무조건 협조만 하는 정치도 건강하지 않다. 시민의 삶을 중심에 두고 함께 해법을 찾는 정치가 필요하다. 정치와 행정이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라 시민을 위해 협력하는 관계가 될 때 도시는 비로소 성장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지역의 많은 전문가와 지식인들의 침묵이다. 목포에는 도시계획 전문가도 있고, 문화예술인도 있으며, 건축과 디자인, 관광, 해양산업, 교육 분야의 훌륭한 인재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들이 시정에 참여할 기회는 많지 않고, 참여하려 해도 벽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지역을 위해 일하려던 사람들도 하나둘 떠나거나 더 이상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도시는 전문가를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전문성을 존중하지 않는 도시는 결국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시민사회 또한 비판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정책을 제안하고 함께 책임지는 문화로 나아가야 한다. 목포는 지금 대전환의 기로에 서 있다. 인구는 줄고 있고, 청년들은 떠나고 있으며, 원도심은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재정은 넉넉하지 않고 지역경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위기는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목포는 대한민국 어느 도시보다 뛰어난 역사와 문화, 해양자원을 가지고 있다. 유달산과 다도해, 근대역사문화공간, 항구의 풍경, 맛의 도시라는 브랜드, 그리고 남도문화의 중심이라는 자산은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러한 자산을 하나의 미래 전략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문화는 문화대로, 관광은 관광대로, 산업은 산업대로 따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도시 전체를 하나의 브랜드로 디자인하고, 시민이 주체가 되는 문화도시를 만들며, 청년이 돌아오는 일자리와 창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원도심 재생도 단순한 건물 정비가 아니라 사람이 다시 모이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 행정은 부서를 넘어 협업해야 하고, 시민과 전문가가 함께 정책을 만드는 구조로 전환되어야 한다.

민선9기는 과거를 답습할 시간이 없다. 지금부터의 4년은 목포의 향후 30년을 결정할 수도 있는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시민들은 더 이상 화려한 구호를 원하지 않는다. 작은 변화라도 실제로 삶이 달라지는 정책을 원한다. 투명한 행정, 공정한 인사, 책임 있는 예산 집행, 시민과의 끊임없는 소통이 그 출발점이다. 목포 개항 129년의 역사는 우리에게 자부심만을 주는 숫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 역사는 지금의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는 과연 후손들에게 어떤 목포를 물려줄 것인가.

정치는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가. 행정은 시민의 삶을 바꾸고 있는가. 시민사회는 지역의 미래를 위해 충분히 목소리를 내고 있는가. 전문가들은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지역에 돌려주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당당히 답하지 못한다면 목포의 내일은 결코 밝을 수 없다. 이제는 서로를 탓할 시간이 아니다. 정치는 신뢰를 회복하고, 행정은 혁신을 시작하며, 시민은 참여하고, 전문가는 지혜를 보태야 한다. 그 네 축이 함께 움직일 때 비로소 목포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 목포는 이미 수많은 위기를 이겨낸 도시다. 개항의 역사도, 산업의 변화도, 수많은 시련도 견뎌냈다. 그렇기에 지금 필요한 것은 비관이 아니라 용기이고, 침묵이 아니라 실천이며, 외면이 아니라 참여이다. 이제는 과거를 기념하는 도시가 아니라 미래를 설계하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역사적 책임이며, 시민들이 정치와 행정에 맡긴 가장 간절한 바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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