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시민신문] 정치적 지성인의 역할은 권력을 감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때로 자신이 속한 공동체와 진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냉철하게 짚어내고, 혼란 속에서 통합의 이정표를 제시하는 일이어야 한다. 과거 날카로운 논리와 대중적 언어로 진보 진영의 대표적 논객이자 지성인으로 자리매김했던 유시민의 최근 행보는 그래서 더 깊은 우려와 짙은 아쉬움을 남긴다.
현재 그가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쏟아내는 거친 독설과 감정적 비난은 권력에 대한 정당한 비판이라기보다, 진영 내부의 연대를 허무는 자해적 분열의 정치이자 지성인으로서의 책무를 저버린 오만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한때 그가 말했던 지성인의 책무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그의 거침없는 언사 속에서 발견되는 것은 객관적 진실이나 건설적인 대안이 아니라, 오직 상대방을 깎아내리려는 감정적 과잉과 독선이다. 현직 대통령의 정책적 오판이나 정국 운영의 미숙함을 지적하는 것은 언론과 평론가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다. 하지만 유시민의 비판 방식은 그 선을 훌쩍 넘어섰다.
합리적 근거에 기반한 정책 비판이 아닌, 인신공격성 언사와 조롱에 가까운 독설은 듣는 이로 하여금 지성인의 고뇌가 아닌 정치적 원한이나 사소한 감정의 찌꺼기를 목격하게 만든다.
대중의 이성을 자극하던 그의 날카로운 메스는 어느덧 상대의 상처를 헤집는 무뎌진 칼날이 되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비판이 가져오는 정치적 파급효과, 즉 '진영 내부의 분열'이라는 치명적인 오류에 있다. 정치는 현실이다. 특히 거대 양당의 대립이 극에 달한 작금의 대한민국 정치 지형에서, 집권 세력 내부 혹은 우호 진영에서의 내부 총질은 상대 진영에게 가장 손쉬운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뿐이다.
유시민이 쏟아내는 독설은 결과적으로 진보 진영을 지지하는 대중을 갈라치기하고, 정권의 동력을 내부에서부터 갉아먹는 자멸적 결과를 낳고 있다.
자신이 가진 스피커의 무게와 사회적 영향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 자신의 말 한마디가 가져올 진영 내 지각변동과 지지층의 혼란을 계산하지 못했을 리 없다. 알고도 행했다면 오만이고, 모르고 행했다면 지성인으로서의 직무유기다.
역사적으로 내부의 분열로 무너지지 않은 권력이나 진영은 없었다. 외부의 강력한 공격보다 내부의 불신과 반목이 공동체를 더 빠르게 와해시킨다. 유시민의 최근 행보는 대중에게 '내가 맞고 너는 틀리다'는 식의 엘리트주의적 독선으로 비친다. 그는 과거 자신이 펼쳤던 수많은 논리와 가치들을 스스로 부정하며, 오직 현재의 감정적 확신만을 절대 선으로 여겨 타인을 난도질하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대화와 타협, 그리고 진영 내 연대의 가치를 뿌리째 흔드는 일이다. 동지를 적으로 돌리는 논객의 칼춤에 춤출 대중은 더 이상 많지 않다.
지금 대한민국이 마주한 위기는 엄중하다.
이재명 정부가 직면한 국내외적 과제와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진영을 막론하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이 시점에서 유시민에게 필요했던 역할은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아첨꾼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조롱 섞인 독설로 진영을 파탄 내는 파괴자도 아니었다. 그에게 기대했던 것은 정부가 길을 잃었을 때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무게감 있는 조언, 지지층의 갈등을 봉합하고 통합으로 이끌 수 있는 성숙한 지성이었다.
유시민은 이제 독설의 확성기를 내려놓고 자신의 언어가 남긴 황폐한 발자국을 돌아보아야 한다. 지성인의 언어는 공동체를 파괴하는 무기가 아니라,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를 건설하는 도구여야 한다. 자신의 한마디가 진영의 분열을 가속화하고 정치적 퇴행을 부추기고 있다면, 그것은 이미 지성의 역할을 상실한 확신범의 선동에 불과하다.
그가 과거의 서슬 퍼런 지성인으로 기억될지, 아니면 진영을 망친 고집스러운 독설가로 퇴장할지는 앞으로 그가 보여줄 언어의 온도가 결정할 것이다.
분열의 정치를 멈추고 지성의 본령으로 돌아오기를 촉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