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 해안선에서 조상대대로 먹고살며 이어져 온 삶의 현장
청계‧탄도‧함평만 일대 바지락·굴‧낙지 등 갯벌 생태계 보고
환경영향평가에 축산·어업·관광 영업손실까지 함께 담아야
[목포시민신문=문보현 전문기자] 연재를 시작하며 ― 이 연재는 찬반을 가르려는 것이 아니다. 바다를 끼고 형성된 마을들의 삶과 경제가 어떻게 바뀌는지, 소음 대책은 무엇인지, 지난 7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무안 갯벌이 이 활주로와 어떤 관계에 놓이는지를 현장과 공개 자료로 확인하려는 것이다. 확정된 사실과 아직 공개되지 않은 것을 엄격히 구분해 적는다. 9월 14~19일 목포민주시민연구소가 목포 시민 525명에게 물은 인식조사 결과도 회차마다 나눠 싣는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무엇이 오는지, 아무도 모른다”
② 데시벨의 무덤, 87웨클의 일상이 삼킨 것들
❸ 황토갯벌과 축사의 비명, 미래 먹거리를 묻다
④ ‘상생’이라는 이름의 청구서와 닫혀버린 자유공항
⑤ 지도 위의 선을 넘어, 하나의 바다를 위한 선택
무안군은 전라남도 22개 시·군 가운데 면적 17위(448.95㎢)다. 그러나 해안선은 약 220㎞에 이른다. 긴 해안선과 황토갯벌, 그 배후의 농지와 축사가 이 지역 경제의 뼈대다.
무안군은 공식 견해에서 군공항 예정 부지가 “지리적으로 무안군의 가장 중심부에 위치하고, 향후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핵심 지역”이며 “약 220㎞의 해안선과 관광자원의 중심부”에 놓인다고 밝혔다. 그리고 “도내 상위권인 축산업, 수산업, 관광관련업 등 주민소득 감소”를 예상했다.
이번 회는 그 세 갈래, 축산과 수산·양식과 관광을 차례로 확인한다. 갈래마다 같은 질문이 따라붙는다. 손실이 생기면 누가 보상하는가.
△ 축사의 비명
가축은 사람보다 소음에 약하다. 상황을 예측할 수 없고, 축사에 갇혀 있어 피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 축산연구원 자료(류일선 수의연구관, 2007)는 소음·진동이 동물에게 미치는 영향으로 혈압 상승, 심박수 증가, 심장기능 약화, 불면증, 위장 연동기능 소실, 백혈구 감소, 혈중 콜레스테롤 증가, 허약, 발작을 꼽는다. 소음과 진동이 함께 오면 영향이 커진다.
돼지가 가장 취약하다. 발육은 빠르지만 신경이 섬세해 외부 환경 변화와 스트레스에 예민하다. 소음에 노출되면 식욕부진, 놀람과 공포, 호흡수와 심박동수 증가, 무리 지어 소리를 지르며 날뛰는 행동을 보인다. 어미 돼지는 유산·사산하거나 분만 뒤 폐사·도태되고, 새끼를 물어 죽이기도 한다. 돈사 소음으로 어미 돼지의 젖 분비량이 20% 줄었다는 보고가 있고, 사료 섭취가 줄어 수태율과 산자수도 떨어진다. 밀집 사육 환경에서는 압사·골절 피해가 더해진다. 충남 서산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주변에서는 어미 돼지 19마리가 스트레스로 피해를 입은 사례가 보도됐다.
닭은 쉽게 놀라고 작은 상처에도 쉽게 죽는다. 90dB 이상 소음에 노출되면 놀람 반응을 보이고, 갑자기 놀라면 심박동이 두 배로 뛰며 심하면 장 파열로 폐사한다. 오래 노출되면 이상란, 사료섭취 감소, 발육 저하, 산란율 감소가 온다. 전북 군산 미군 비행훈련장 주변에서는 소음으로 토끼 170여 마리가 집단 폐사한 사례가 보도됐다.
소 같은 반추동물은 상대적으로 소음에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변동이 적은 지속적 소음에는 거의 영향이 없다는 보고도 있다. 그러나 발파나 항타처럼 충격적이고 순간적인 소음에는 민감해, 심하게 노출되면 비육우는 수태율 저하와 성장 지연, 유·사산이, 젖소는 유량과 증체량 감소가 보고됐다. 전투기 이착륙과 선회훈련 소음이 어느 쪽에 가까운지는 실측으로 확인할 문제다. 다만 부지 조성 단계의 발파·항타 소음은 분명히 후자다. 공사 기간의 피해를 따로 다뤄야 하는 이유다.
공통적으로 임신한 가축, 어린 가축, 암컷이 더 민감하고, 사육 밀도가 높을수록 피해가 커진다.
그런데 보상 근거가 없다. 2회에서 본 세 번째 빈칸이다. 현행 군소음보상법은 주민 개인에게 보상할 뿐 축산농가의 영업손실을 다루지 않는다. 어미 돼지가 유산해도, 산란율이 떨어져도, 폐사가 나도 농가가 받을 수 있는 것은 주민 개인 자격의 월 3만~6만 원이다. 피해를 입증해 민사소송으로 다투는 길이 남아 있지만 개별 농가가 감당할 수 있는 길은 아니다.
△ 황토 갯벌 어장, 소음보다‘어떻게 짓느냐’
수산 분야는 접근이 다르다. 어류가 높은 수중 소음에 청각기관을 다친다는 연구는 있지만, 이는 수중 소음에 관한 일반 연구다. 항공기 소음이 수면을 거쳐 물속으로 얼마나 전달되는지는 따로 조사해야 할 영역이다. 이 점을 흐리면 주장 전체의 신뢰가 흔들린다.
이 분야의 핵심 쟁점은 소음이 아니라 부지 조성 방식이다. 15.3㎢ 규모의 시설을 해안에 조성하면서 갯벌 매립·성토가 얼마나 필요한지가 관건이다. 조간대 지형과 조류(潮流)가 바뀌면 영향은 부지 경계에서 멈추지 않는다. 퇴적과 침식의 양상이 달라지고, 그것이 인근 어장과 양식장으로 이어진다.
청계만, 탄도만, 함평만 일대는 바지락·굴·낙지 등 갯벌 양식과 연안어업이 이뤄지는 곳이다. 탄도만에서는 낙지와 감태를 잡는다. 신안군 대책위가 “군공항 건설과 운용 과정의 해양환경 변화로 신안의 핵심 산업이 직접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한 이유다. 무안군도 “바다 매립으로 인한 경관, 환경 피해 발생 우려”와 “청계만, 탄도만, 함평만 등 주변지역 개발 저해 및 재산권 행사 피해”를 공식 견해로 밝혔다.
관광도 같은 사각지대에 놓인다. 무안의 해수욕장과 갯벌체험장, 해안 숙박업소와 음식점은 조용한 바다와 자연경관을 상품으로 삼는다. 군용기의 반복 비행과 공사 소음, 갯벌 매립에 따른 경관 변화가 관광객 감소로 이어지더라도 현행 군소음보상법만으로는 예약 취소나 매출 감소를 보상받기 어렵다. 축산·수산·관광은 서로 떨어진 산업도 아니다. 갯벌에서 생산한 낙지와 바지락이 음식점으로 가고, 갯벌체험과 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이 숙박업소와 지역 상점을 이용한다. 한 곳의 손실이 지역경제 전체로 번지는 구조다.
군 공항 이전과 함께 제시된 국가산업단지와 주민지원사업이 이런 기존 소득을 실제로 대체할 수 있는지도 따져야 한다. 지원금 총액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착공에 앞서 축사별 사육 규모와 번식률, 어장·양식장 생산량, 관광업소 매출과 방문객 수를 조사해 피해 이전의 기준선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공사와 군용기 운항 이후 발생한 손실을 비교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환경영향평가에도 소음과 수질뿐 아니라 축산·어업·관광의 영업손실을 함께 담아야 한다. 미래 먹거리를 지킨다는 것은 새로운 산업을 들이는 일만이 아니라, 지금 이 바다와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득을 먼저 보전하는 일이다.
여기에 제도 문제가 겹친다.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10조는 이전사업 시행자에게 개발부담금, 농지보전부담금, 대체산림자원조성비, 공유수면 점용료·사용료, 개발제한구역 보전부담금을 면제한다. 갯벌과 공유수면을 쓰는 비용이 법으로 면제되는 것이다. 매립의 경제적 문턱은 낮아지고, 생태적 비용은 사업비에 잡히지 않는다. 5조 7,480억 원으로 추정되는 총사업비에 갯벌의 값은 0원으로 들어간다. 이 문제는 마지막 회에서 세계자연유산과 함께 다시 본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