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파시’의 불빛에 가려진 삼학도①] 축제는 끝났고 주인공은 지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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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파시’의 불빛에 가려진 삼학도①] 축제는 끝났고 주인공은 지워졌다
  • 류용철
  • 승인 2026.11.03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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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했던 사흘간의 파시 뒤편에 남은 적막감

‘파시’의 불빛이 꺼진 삼학도에는 무엇이 남는가. 목포항구축제의 화려함 뒤로 공간 공동화와 공원 정체성 상실이라는 과제가 놓여 있다. 본지는 11월 4일부터 5회에 걸쳐 2천억여 원이 투입된 공원화 사업의 현주소를 추적한다. 잡목에 가려진 8천만 년 전 화산 지질 자원의 가치를 조명하고, 삼학도를 시민의 일상과 생태·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되살릴 길을 모색한다./편집자주

<글 게재 순서>

❶ 축제는 끝났고 주인공은 지워졌다

② 2천억 공원에 삼학도 이름은 없다

③ 잡목에 가려진 8천년 전 삼학도

④ 섬 곳곳에 방치된 근현대사의 흔적

⑤ 목포시 소삼학도의 바위를 틔워라

2026 목포항구축제 마지막날 18일 오후 삼학도 궂은 날씨에도 난영가요제 많은 인파들이 모였다.

[목포시민신문/장용기 시민기자] 2026년 10월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간 목포항과 삼학도 일원을 뜨겁게 달군 ‘2026 목포항구축제’가 막을 내렸다.

안강망 어선이 석양을 등지고 동명부두에 들어서며 재현한 ‘전통 파시’와 목포수협이 동참한 깜짝 경매쇼, ‘RETRO 선창거리’는 목포항의 정취를 재현하며 일부 관광객들에게 가을 한 상을 받은 듯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목포시는 다회용기 사용과 저렴한 먹거리 부스 운영 등 친환경 축제로서의 흥행 성공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자화자찬식 보도자료를 쏟아내기에 바쁘다. 축제 추진위와 시 당국은 역대 최대 인파가 몰려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보고서를 내놓으며 항구도시 목포의 문화적 저력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축제의 화려한 불빛이 꺼지고 임시 무대 시설들이 철거되기 시작한 지금, 본 기자가 현장에서 마주한 삼학도의 실상은 참담할 정도로 적막하다.

축제 기간 그토록 붐비던 인파는 삼학도라는 공간 자체의 매력에 이끌려 온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단지 축제라는 일회성 이벤트를 소비하기 위해 잠시 장소를 빌려 썼을 뿐이다.

축제장 구역을 단 몇십 미터만 벗어나면 삼학도의 상설 관광 인프라인 평지공원과 인공 수로는 축제 분위기와 철저히 단절된 채 적막감만 감돌고 있었다.

가장 심각한 것은 관광객들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조성한 상설 보트장과 카누 체험장이다. 축제장의 소음과 달리 이곳은 상설 운영을 위한 마땅한 구상이나 행정적 지원이 전무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다. 화려한 행사의 이면에 가려진 이 기이한 적막감은 목포시 관광 행정의 기획력 부재와 밑바닥 수준의 공간 활용 능력을 그대로 드러낸다.

 

장소 대여로 전락한 목포의 브랜드와 공간의 위기

 

삼학도는 유달산과 함께 목포를 먹여 살리는 최고의 브랜드이자 지리적 정체성이다. 하지만 현재 목포시의 행정 속에서 삼학도는 그저 1년에 한 번 큰 행사를 치르기 위한 거대한 '장소 대여 공간'으로 완전히 전락했다.

본 기자가 축제 기간과 그 이후 삼학도 구석구석을 취재하며 만난 외지 관광객들은 한결같이 "축제는 재미있지만 삼학도가 어딘지 어떤 곳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공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상설 활용 구상 없이 치러지는 일회성 축제는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다. 축제 기획자들은 삼학도라는 섬의 역사나 지질학적 배경을 축제 프로그램에 녹여내려는 최소한의 고민조차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삼학도는 주차장과 노점상 부지로 소비되었을 뿐이다.

삼학도라는 이름이 가진 본연의 무게와 지질학적, 역사적 가치를 관광 자원으로 녹여내지 못한다면, 내년에 찾아올 축제 역시 삼학도의 정체성을 지우는 또 다른 일회성 소음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축제 기간에만 반짝 불을 켜고 평상시에는 버려두는 박제된 행정은 생활인구 100만 시대를 꿈꾸는 목포의 발목을 잡는 독소 조항이다.

이제는 보여주기식 이벤트에서 벗어나 삼학도가 지닌 상설 공간의 매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 프로세스가 작동해야 할 때다.

매번 똑같은 패턴의 초청 가수 공연과 먹거리 장터로 채워지는 축제는 삼학도의 미래를 구원할 수 없다. 평상시에도 외지인이 찾아와 머물 수 있는 체류형 콘텐츠가 결합되지 않는 한, 삼학도의 공동화 현상은 갈수록 심화될 것이며 축제 예산은 일회성 소모품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음을 목포시는 뼈아프게 인식해야 한다.

현장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의 경고를 무시한 채 겉포장만 화려한 행정을 반복한다면 삼학도의 미래는 없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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