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AI 투자의 진짜 성적표, '화려한 준공식'보다 '채용 공고'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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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AI 투자의 진짜 성적표, '화려한 준공식'보다 '채용 공고'에 있다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6.11.03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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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철 목포대학교 행정학 박사

[목포시민신문] 피아노를 들여놓는다고 음악이 흐르지는 않는다. 건반 앞에 앉을 사람과 배우는 시간이 필요하다. AI 투자도 같다. 나는 정부의 투자계획에서 공장의 크기보다 그곳에서 일할 사람이 오를 계단을 먼저 찾는다.

지난 10월 12일 정부는 목포·영암에 5,960억 원의 민관투자를 통해 AI 조선소 등대공장을 구축하고, 인근 9개 협력사로 기술을 확산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의미 있는 출발이다. 그러나 발표된 투자액은 성과가 아니다. 공장이 들어설 주소와 지식이 쌓일 주소도 반드시 같지는 않다.

생산설비는 지역에 있지만 핵심 설계와 소프트웨어 개발, 데이터 분석을 외부에서 모두 맡을 수 있다. 자동화로 생산량이 늘어도 고용과 임금이 함께 늘어난다는 보장은 없다. 반대로 현장에서 설비를 개선하고 AI의 오류를 바로잡는 경험이 쌓이면 새로운 전문직무가 자랄 수 있다. 기술의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이 어떤 기능을 어디에 두고, 누구를 키우느냐다.

생산직의 가치를 낮추자는 말이 아니다. 숙련된 손과 눈에는 매뉴얼에 다 담지 못하는 판단이 있다. 그 경험을 설계·품질·안전 개선으로 연결해야 한다. 반복 작업을 기계에 넘긴다면, 그 일을 하던 사람이 새로운 직무로 옮겨갈 길도 마련해야 한다. 재교육을 자동화 사업의 부록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한국은행은 2023년 보고서에서 고학력자 유출과 지역경제 약화의 악순환을 지적했다. 기대소득뿐 아니라 문화·의료 서비스의 격차도 이동에 작용했다. AI 사업을 다룬 연구는 아니지만, 설비 유치만으로 정착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경고다. 배운 것을 쓸 일자리와 경력 경로가 없다면 사람은 떠날 수 있다. 외부 인재에게도 채용 한 번이 경력 전체를 대신하지 못한다. 공동연구·실습을 채용과 재교육으로 연결하고 주거·돌봄도 함께 봐야 한다. 인재에게 필요한 것은 머물 방만이 아니라 오래 일하며 성장할 자리다.

모든 공장에 연구소를 붙이자는 게 아니다. 기업·대학·전문기관이 함께 문제를 풀고 지식을 현장에 남겨야 한다. 공공기관의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유지해온 내게 중요한 질문은 하나다. 계약이 끝난 뒤 누가 이 시스템을 고칠 수 있는가. 데이터가 쌓여도 이를 읽고 고칠 사람이 없으면 기술 의존은 깊어진다. 공급업체가 바뀌어도 데이터를 옮기고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 도입비를 낮추고 유지비를 뒤로 미루는 것을 효율이라 부를 수는 없다.

이제 유치 실적표를 바꿔야 한다. 첫째, 공사 중 생긴 일자리와 가동 뒤 남는 상시고용을 나눠 보자. 둘째, 총인원 옆에 직무와 임금, 교육 기회, 재직·정착 현황을 적자. 교육 뒤 실제로 어떤 일을 맡는지, 더 높은 숙련과 책임으로 나아갈 길이 있는지도 점검하자. 셋째, 약속한 기술 이전과 협력사 육성이 실제로 이뤄졌는지 일정 기간 뒤 확인하자. 원래 늘던 고용과 사업 덕분에 늘어난 고용도 가능한 범위에서 구별해야 한다. 발표 숫자를 더하는 것만으로는 정책의 효과를 알 수 없다.

기업마다 사정은 다르다. 따라서 지원 조건과 점검 기준은 사업 특성에 맞게 미리 합의해야 한다. 확인되지 않은 일자리 효과를 홍보부터 하거나, 시간이 지난 뒤 책임을 흐리는 관행을 끊어야 한다. 시민의 질문은 투자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아니라 계획을 고치는 단서다.

이 문제는 어느 지역이 더 가져가느냐의 경쟁이 아니다. 국가가 지원한 기술 전환이 기업의 경쟁력과 사람의 성장으로 함께 이어지는지를 묻는 일이다. 나는 준공식보다 그다음 채용 공고를 보겠다. AI 투자의 성적표에는 들어선 설비뿐 아니라, 그곳에서 사람이 쌓은 경력도 적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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