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제대로 알자<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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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제대로 알자<50>
  • 정거배기자
  • 승인 2016.03.03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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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거 배 <인터넷전남뉴스 기자/중국언어와 문화학 전공>
▲ 기원전 207년 진나라를 멸망시킨 유방과 항우가 천하를 놓고 쟁패를 시작한다. 지난 2012년 개봉된 ‘왕의 연회’에서 홍문에서 있었던 연회자리에서 항장이 유방을 죽이기 위해 칼춤을 추는 장면.

[목포시민신문]왕이 외교부장은 2월 12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사드의 엑스(X)밴드 레이더는 탐지 범위가 한반도를 넘어 아시아 대륙 한복판까지 이르러 중국의 전략적 안보에 직접 해를 끼친다”며 “미국은 북한 핵·미사일 국면을 틈타 중국의 안보를 훼손해선 안 된다”며 미국을 향해 날을 세웠다.

한국의 외교부장관인 왕 부장이 직접 사드의 엑스밴드 레이더 성능을 언급하거나 미국의 사드 배치 의도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왕 부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고사성어까지 동원해가며 미국과 맞섰다. 또 “사드가 한반도 방어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통사람도 다 안다”고 덧붙였다.

‘항장무검 의재패공’(項莊舞劒 意在沛公) : 2200년 전 있었던 홍문연회 자리에서 항우의 조카 항장이 칼춤을 추는 속내는 유방을 죽일 목적이었다.‘ 여기서 패공은 유방을 일컫는다.
왕 부장은 한반도 비핵화,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기존 북핵 해법에다가 추가해 “중국의 정당한 국가이익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는 부분을 새로 언급했다. 앞으로 북핵 대응 과정에서 사드 등 중국의 안보 이해를 침해하는 부분은 중국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홍문의 연회, 중국역사상 드라마틱한 장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말한 ‘항장의 칼춤’은 바로 2천200년 전 항우와 유방의 운명이 갈린 홍문의 연회(鴻門之會)를 말한다. 이 사건은 지금까지도 중국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명장면으로 기억되고 있다.
기원전 221년 진나라는 춘추시대를 마감하고 중국 역사상 처음으로 천하를 통일했다. 그러나 진나라는 진승과 오광의 농민반란을 시작으로 15년도 채 못 버티고 유방과 항우군대의 의해 기원전 207년 멸망한다. 그 후 기원전 206년부터 유방과 항우가 천하를 놓고 경쟁하는 초한쟁패기에 접어든다. 바로 이 시기에 ‘홍문의 술자리’라는 역사적 사건이 있었다.

기원전 221년 진나라에 멸망당한 초나라 사람인 항우의 숙부 항량은 옛 초(楚)나라 왕실의 회복을 꿈꿨다. 그래서 15년 전 초나라의 마지막 왕인 회왕(懷王)의 손자인 심(心)이라는 사람을 내세워 똑같은 회왕이라고 부르고 반진나라 세력을 결집시켜 봉기했다.

진나라의 수도는 지금의 산시성 시안(西安) 부근이었다. 당시는 함양 또는 관중이라고 불렀는데 유방군대는 남쪽에서 진격해 올라왔다. 항우군대는 지금의 허난지역을 거쳐 북쪽에서 밀고 함양성을 향해 밀고 내려왔다. 회왕은 유방과 항우 중에서 관중 땅에 먼저 들어간 사람을 관중왕(關中王)으로 삼을 것을 이미 밝힌 바 있었다.

항우는 싸움에서 백전백승하는 명장이었다. 가는 곳마다 진나라 군대를 궤멸시켰다. 심지어 투항해 온 진나라 군대도 생매장 시킬 정도로 잔인했다. 자신에게 맞서는 자에게는 용서가 없었다. 그런데 기원전 207년 10월 유방이 항우군대보다 두달 먼저 함양성을 접수해 버렸다. 함양성에는 진나라 마지막 황제인 자영(子?)이 있었다. 자영은 유방 앞에서 무릎을 꿇고 순순히 항복했다. 천하의 진나라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유방이 먼저 함양성(함곡관)에 도착해 성문을 닫아버렸다는 소식을 접한 항우는 격노했다. 두달이 지난 뒤 함양성 부근 홍문까지 온 항우는 계략을 짰다. 항우의 옆에는 유명한 책사 범증이 있었다. 연회를 열어 유방을 초청해 죽이기로 했다.

범증은 항우에게 “유방이 한 걸음 먼저 함양에서 들어온 것은 회왕께서 약속한대로 그가 왕이 되려는 속셈입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당신이 3년 동안 고군분투하고 노심초사한 것이 모두 허사가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지만 항우는 자신만만했다. 항우군은 군사 수적인 면에서도 유방군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범증의 주문대로 항우측에서는 유방에게 편지를 썼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전에 이미 회왕과 약속한데로 형제 결의를 했다. 유방 당신이 먼저 함양성을 접수한 것은 내(항우)가 진나라의 장수 장한의 군대를 제압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장한의 항복을 받아내지 않았다면 당신이 먼저 도착할 수가 없었다. 남의 공을 빼앗아 자기 공으로 하는 것은 대장부의 할 짓이 아니다.”

편지를 받은 유방은 진땀을 흘렸다. 이런 가운데 항우의 지략가 범증은 유방을 항우진영으로 유인하는 작전을 짰다. 범증이 직접 유방에게 편지를 썼다.

“당신이 함양성을 접수해 진나라를 멸망시킨 것은 천하의 경사스러운 일이다. 마땅히 경축 연회를 베풀기로 했으니 홍문으로 오시라.” 유방은 편지를 받고 이튿날 함양성을 나와 지략가 장량, 번쾌 등과 함께 홍문으로 향한다. 그러나 불안한 기색은 역력했다. 홍문 입구까지 도착한 유방은 무기가 널려 있고 여기저기서 북치고 징치는 소리를 듣고 더욱 기가 죽었다. 장량은 “겁내지 마십시오. 여기까지 온 이상 앞으로 나아가면 이롭고 뒤로 물러나면 해롭습니다. 한 걸음이라도 물러나면 항우의 계책에 빠집니다.” 

유방과 항우, 운명을 갈랐다

근심스러운 기색이 역력한 유방은 항우와 대면했다. 항우는 “그대는 내게 세 가지 죄를 지었는데 그 죄를 아는가?” 유방은 허리를 굽히며 해명하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모두 장군(항우)의 명령에 따라 해왔습니다. 어떤 일도 제 마음대로 방자하게 해 온 일이 없습니다.”

항우는 호령 비슷한 목소리로 “그대가 관중에 들어와 진나라 왕 자영의 항복을 받고 마음대로 석방한 죄, 백성들의 환심을 사려고 진나라 법을 고쳐 마음대로 공약 삼장을 반포한 죄, 함양성 성문을 잠그고 제후들을 못 들어오게 한 죄이니라.”

그러자 유방은 자신의 결백을 호소하고 무죄함을 주장했다. 유방은 항우가 오해했다며 나름대로 논리를 들이대며 설득했다. 비로소 항우가 해명을 듣고 유방의 손을 잡고 말했다. “부하가 고자질해서 의심했을 뿐”이라며 유방을 연회장으로 데리고 갔다. 이때 이미 항우는 유방을 죽이지 않기로 마음을 바꾼 것 같다.

연회장에는 악사들이 연주하는 풍악이 울리고 술잔이 오갔다. 술자리가 무르익고 범증의 지시를 받아 유방을 처치할 항우의 조카 항장이 등장했다. 범증은 이미 항장에게 검무를 추면서 유방의 목을 벨 것을 지시해 놓은 상태였다.

항장이 항우 앞에 나서서 “풍악만 울리는 것은 우리 무인들에게는 그다지 흥취있는 일이 아닙니다. 제가 여러 어른들의 흥취를 돕기 위해 검무를 추어올리겠습니다.” 칼을 뽑아 들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분위기에 취한 항우는 쉽게 허락했다. 이제 유방의 목이 잘려나갈 차례였다. 그러나 웬일인가. 항우의 숙부인 항백이 갑자기 일어났다. “옛부터 검무는 혼자 추는 것보다는 적수가 있어서 두 사람이 추는 것을 일컬어 왔습니다. 지금부터 쌍무를 추겠으니 지켜봐 주십시오.” 숙부 항백이 오히려 유방을 살리기 위해 나선 것이다.   

그는 유방의 책사 장량과 사전에 정보를 주고받았던 터였다. 상황 판단을 하지 못한 항우는 친척들이 검무를 춘다고 하니 기분이 더 좋아졌다. 의도를 가진 항장이 유방쪽으로 접근하면서 춤을 추려고 하면 항백이 가로 막고 춤을 췄다. 결국 범증의 유방 살해 계획은 실패로 돌아가고 유방은 우여곡절 끝에 장량과 번쾌 등 참모들의 도움으로 홍문의 술자리를 빠져나왔다. 항백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 장량과 인연을 갖고 있었던 항백은 초한쟁패시기 막판 항우측에서 유방측으로 투항해 한나라가 건국되는 과정에서 개국공신이 된다.

항우측에서는 유방을 죽일 계획이 세웠지만 결국 우유부단한 성격 탓에다가, 유방이 살려놔도 별볼일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사지에서 빠져 나온 유방은 기사회생했다. 그 뒤 그는 항우와 4년간 초한쟁패 끝에 승리한다. 항우군을 제압하고 세운 중국 역사상 두 번째 통일국가가 한나라이며 유방이 바로 한고조이다. 한나라를 건국한 유방고조는 공신들에게 자신이 항우를 제압하고 천하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한 분석을 요구했다. 사마천이 기록한 사기(史記)에 기록돼 있다.

황제가 자신에 대한 평가를 신하들에게 요구한 것도 드문 일이다. 이 자리에서 유방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군대와 식량을 지원해 주며 후방을 튼튼히 했던 소하보다 못하고, 장막 안에서 천리 밖 계책을 짜내는 장량보다 못하고, 가는 곳마다 성을 빼앗아 연전연승하는 한신보다 못하다. 그러나 항우는 하나 밖에 없는 책사 범증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나한테 잡힌 것이요.”

사드, 미국의 중국 압박 전략

<신화통신>은 2월 14일 평론에서 “미국과 한국은 사드 배치가 최근 북한의 도발 때문이라고 내세우지만 여러 해 전부터 미국은 아시아 회귀 전략에 따른 미사일방어체계를 도입하려 한국에 사드를 강권해왔다”고 주장했다. 왕 부장은 이들 성어를 거론한 뒤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세 가지 원칙'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상황이 어떻게 변하든 반도는 핵을 가질 수 없다. 그것은 북방(북한)이든 남방(한국)이든 마찬가지다. 스스로 제조하는 것도 (외부에서) 가져와 배치하는 것도 모두 포함된다"고 말했다.

또 "무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중국은 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하고 난(난리)이 발생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세 번째, 중국의 정당한 국가 안전이익은 반드시 효과적으로 보호되고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왕 부장의 이같은 강경한 어조와 마치 호응이라도 하듯 중국 관변 학자들의 사드 문제에 대한 표현 수위도 더욱 노골적으로 변했다. 뤼차오(呂超) 랴오닝(遼寧)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전날 관영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사드를 배치하는 것은 "친구와 함께 밥을 먹으면서 식탁 아래에 기관총을 놔두는 격"이라고 비난했다. 이 연구원은 과거 폴란드와 루마니아가 자국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미사일방어(MD) 배치를 허용한 뒤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 목표물로 설정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주한중국 대사 "한중 관계 파괴될 것

추궈홍(邱國洪) 주한 중국 대사는 2월 23일 "중국 정부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에 대해 강력한 반대 입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를 강행하면, 한중 관계는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추궈홍 주한 중국 대사는 이날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만나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 협상을 공식 가동키로 했는데,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면서 세 가지 반대 이유를 밝혔다.

추 대사는 "첫째, 사드는 중국의 안보 이익에 군사 기술적으로 큰 악영향을 미친다"면서 "이런 문제들이 중국의 안보 이익을 훼손한다면 양국 관계는 어쩔 수 없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고, 양국 관계가 순식간에 한 가지 문제 때문에 파괴될 수 있다"고 발언 수위를 높혔다.

추 대사는 "한국 정부는 (사드를 배치해도) 레이더 탐지 거리를 좁히고 사드의 성능을 낮추는 조치를 취한다고 하는데, 이런 조치들에 대해 중국 정부는 마음 놓고 믿을 수 없다"면서 "기술적으로 탐지 거리를 조정하고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쉬운 일"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중국은 좋은 친구로서 한국 측의 약속을 믿을 수 있지만, 문제는 미국이 사드를 배치하고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이라며 "미국에 대해서도 중국이 한국을 믿는 것처럼 믿을 수 있는지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사드는 한국을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결국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 대사는 "둘째, 사드는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깨뜨리고 냉전식 대결과 군비 경쟁을 초래해 긴장과 불안을 고조시키는 악순환을 가져올 것"이라며 "이런 국면이 닥치더라도 과연 한국의 안전이 보장되는지에 대해서는 다시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한국 정부에 경고했다.

추 대사는 "셋째,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제재가 시급한 과제로 국제 사회가 다함께 노력하는 시점에서 사드 협상을 가동하는 것은 국제 사회의 일치된 대응을 분산시키는 셈"이라면서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협상 과정에 장애가 되고 있으며, 사드가 없었다면 이미 안보리 결의가 채택됐을 것"이라고 말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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