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제대로 알자<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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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제대로 알자<51>
  • 정거배
  • 승인 2016.03.0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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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거 배 <인터넷전남뉴스기자/중국언어와 문화학 전공>
▲ 최대 명절인 춘제는 중국인들에게 있어서 가족을 결속시키는 전통적인 의미를 넘어 정부차원에서 56개 민족의 단합과 조화를 강조하고 있다. 올해 춘제 기간에도 CCTV 등 중국의 주요 매체들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역설했다.

▲ 정 거 배 <인터넷전남뉴스기자/중국언어와 문화학 전공>
중국인들은 한국의 설 명절에 해당하는 음력 1월 1일 춘제(春節)를 가장 중요한 명절로 여긴다. 춘제를 지내는 것은 궈녠(過年)인데, 이는 새해를 맞는다는 뜻을 갖고 있다.  중국 역사문헌 등 기록에 따르면 한 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시작하는 날인 "설(過年)"은 3600년 전인 은(殷)나라와 상(商)나라 때 신과 조상들에게 제를 지내는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날자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첫 통일왕조 진(秦)나라 이전에는 전후해 12월과 11월 10월의 첫째날이 "설"이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유방이 세운 한나라 때 7대 황제 무제가 "태초력(太初歷)"이라는 역법을 시행하면서부터 정월초하루가 한 해를 시작하는"설"날이 됐다. 중국은 중앙텔레비전(CCTV)에서 춘제 연휴가 시작되는 10일 전부터 춘제 특별뉴스를 내보내며 귀성객 수송을 위한 철도와 버스, 그리고 각 지방의 명절준비 상황 등을 내보낼 정도로 대륙이 들썩인다.

민족 대이동, 10일 전부터 톱뉴스로

2016년 올해 춘제 특별이동 기간에 이동인원이 30억 명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는 중국의 총 인구 14억 명 중 귀성객 수와 관광객 등 여러 번 이동하는 숫자까지 합쳐지기 때문에 전체 인구의 배 이상이 된다. 중국인들은 최대 명절 춘제에 고향으로 가서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특히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주한 농민공들은 고향에 맡겨진 자녀들을 볼 기회가 춘제기간이다.  춘제 휴일도 길어 보통 1주일에서 10일까지 쉰다. 춘제를 준비하기 위해서 집집마다 대청소를 하고 복(福 )와 녠화(年畵)를 붙인다. 그리고 폭죽을 터뜨린다.  섣달 그믐날 저녁에서 가족과 함께 집에서 CCTV가 주최한 춘제 프로그램(春節晩會)를 시청한다. 보통 4시간 넘게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유명 연예인들이 나와 노래와 각종 쇼, 코메디, 만남 등 순서로 진행되며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중화민족의 단합을 위한 취지로 방송된다.  올해는 베이징 뿐 만 아니라 푸젠성 온저우와 광둥성 광저우, 그리고 산시성 시안과 북쪽 내몽고 자치구 지역까지 네크워크 방식으로 현지 연결해 방송함으로써 넓은 대륙의 입체감을 더했다.

세뱃돈 홍빠오의 유래

춘제는 원래 위안단(元旦) 또는 위안르(元日)라고 했다. 그러나 1911년 쑨원이 주도한 신해혁명을 청조를 멸망시킨 것을 계기로 양력 1월 1일을 위안단이라고 불렀다. 대신에 음력 1월 1일을 춘제라고 부르게 됐다. 특히 음력 섣달 그믐날 밤에는 모처럼 한곳에 모인 가족과 함께 제야음식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또 세뱃돈 홍빠오(紅包)가 있다. 유래는 "야수이첸(壓歲錢)"이라고 불렀는데, 아주 먼 옛날 수이(?)라 부르는 귀신이 섣달 그믐날 밤마다 나타나 잠든 아이의 머리를 손으로 만졌다. 이에 놀란 아이는 머리가 아프거나 열이 오르면서 바보가 됐다고 한다. 그 뒤에 부모는 동전 8개를 빨간 종이봉투로 감싼 뒤 아이 머리 밑에 놓아두었는데 이를 보고 귀신이 놀라 달아났다고 한다. 중국인들은 이 동전을 "야수이첸(壓?錢)"이라 불렀는데 "수이(?)"자와 "수이(歲)"자가 비슷한 음을 나타내면서 "야수이첸"은 "야수이첸"으로 점차 변했다.
홍빠오는 붉은색 봉투로 결혼식 때도 축의금을 말하기도 한다. 중국인들에게 붉은 색은 잡귀를 쫓아낸다는 의미에서 파생된 문화이자, 번성한다는 뜻을 갖고 있다. 한국인들이 통상 사용하는 흰색 봉투는 중국인들은 장례식 때 조의금을 넣을 때 사용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홍빠오에 돈을 넣을 때 지폐의 수와 금액의 합을 짝수로 한다. 2016년 춘제기간에 중국에서는 전자세뱃돈 홍빠오가 유행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전자세뱃돈이 새로운 풍속으로 등장했다. 올해 춘제 때는 한국 카카오톡과 같은 위챗을 비롯해 알리페이, QQ, 바이두 윌렛 등 전자 홍빠오 관련 각종 상품을 출시해 현금과 쇼핑쿠폰을 선물하는 등 새해인사를 했다.

정월 초하룻날은 빗자루질 안한다

중국인들에게도 춘제를 전후해 독특한 풍습이 있다. 정월 초하루에 빗자루질을 안한다. 빗자루질을 하면 좋은 운수를 쓸어 내버리거나 재물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여겨서 그렇다. 바닥을 꼭 쓸어야 할 경우 바깥에서부터 안으로 쓸어야 한다. 이런 풍습은 많이 사라졌지만 지금까지도 시골 등 일부지역에서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또 설날에는 가구를 깨뜨리는 것을 매우 불길하게 생각한다.  만약 가구가 부서지게 되면 파산의 조짐을 의미하기 때문에 빨리 "쑤이쑤이핑안(歲歲平安: 해마다 평안하기를 기원하다의 뜻, 중국어의 碎는 와 같은 발음이라서 쑤이쑤이핑안이라고 말한다)"이라고 말해 액을 물리친다.
정월 초 이틀은 시집 간 딸들이 친정에 가는 날이라며 신랑과 함께 동행한다. 때문에 이 날을 "잉쉬일(迎壻日,사위를 맞이하는 날)"이라고도 한다. 이 날에 친정에 돌아가는 딸들은 반드시 선물과 홍빠오를 준비해 친정집 아이들에게 나눠 주고 친정에서 점심을 먹고 저녁 식사 전에 반드시 시댁으로 돌아가야 하는 습관이 있었다고 한다.  음력 초사흘을 '적구일(赤狗日)'이라고도 하는데, 이날은 보통 세배하러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속설에 따르면 초사흘에 다른 사람과 쉽게 말다툼을 할 수 있다고 여겨서 그랬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의 중국인들은 이런 관습을 무시하고 개의치 않는다.

장인이 사위를 초대하는 날

초나흘은 재물신을 맞이하는 날이다. 옛날에 사장들은 직원을 해고할 경우 이날에 해당 직원을 불러 사직하도록 했다고 한다. 음력 정월 초닷새 날에는 '포우 (破五: '지궁(智窮), 학궁(學窮), 문궁(文窮), 명궁(命窮), 교궁(交窮)'을 포함한 '오궁(五窮)'을 내쫓는다는 뜻)'라고 부른다. 중국인들은 새벽부터 일어나서 폭죽을 터뜨리며 집안에 있는 모든 불길한 것을 내쫓는다. 초이레는 ‘사람의 날’ 즉 사람의 생일이다. 이날은 모든 사람을 존경해야 하는 날인데, 관청도 이날에는 죄 지은 자를 처형하지 않았다고 한다. 부모들은 아이를 훈계하지 않는다.  정월 초 여덟날은 ‘곡식의 날’이며 순성절(順星節)이라고도 한다. 만약 이날에 날씨가 맑으면 한 해의 곡식이 풍년이 들 것으로 믿고 날씨가 흐리면 흉작을 예고한다고 여겼다.  초 아흔날은 민간에서 “옥황대제의 탄신일”이라고 하는데, 이날에 성대한 제천 축제를 거행한다. 정월 초 열흘날은 민간에서 돌의 생일이기에 일체 돌로 만든 물건은 사용하지 않았고, 심지어 돌에게 제사를 올리기도 했다.

음력 정월 11일은 ‘자서일(子壻日)’인데 장인이 사위를 초대하는 날이다. 초 아흔날에 제사지내고 남은 음식을 초열흘에 하루 종일 먹고 나서도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처가에서는 따로 장 볼 필요가 없이 남아 있는 음식으로 사위와 딸을 초대했다고 한다. 정월 11일이 지난 후 중국인들은 우리가 쇠는 정월 대보름인 위안샤오제(元宵節)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한다. 위안샤오제는 일년 중에서 첫 보름달밤을 보게 된다. 또한 봄이 되어 대지에 생기가 넘치는 날이기도 하여 이날을 상위안제(上元節)라고도 한다.
저녁이 되면 거리와 공원, 사찰 등에 각양각색의 오색찬란한 등이 장식돼 장관을 이루기 때문에 덩제(燈節)라고도 한다. 중국인이 위안샤오제를 지내기 시작한 것은 한나라 때부터이고, 등이 출현한 것은 수나라 시대부터라고 전해지고 있다. 등을 달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그 중 하나가 옥황상제가 인간 세상에 내리려는 불의 심판을 피하기 위하여 등을 달기 시작했다는 전설이 있다.

정월 대보름 위안샤오제의 유래

전설에 따르면 아주 옛날 천궁(天宮)을 지키던 신조(神鳥)가 길을 잃어 인간 세상에 내려왔다.
그런데 사냥꾼의 화살에 맞아 죽은 일이 발생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옥황상제가 대노하여 정월 보름에 병사를 내려 보내서 인간 세상에 불을 질러 인간을 징계하려고 했다.  마음씨 착한 옥황상제의 딸이 위험을 무릅쓰고 몰래 이 사실을 인간들에게 알려 주었다. 옥황상제의 심판을 앞두고 며칠을 궁리한 끝에 한 노인이 묘안을 내놓았다. 정월 보름을 전후해 집집마다 붉은 등을 내걸고 폭죽을 터뜨려 불꽃을 올려서, 인간 세상이 이미 화염에 휩싸인 것처럼 보이게 하자는 것이었다. 이 묘안이 적중해 인간은 옥황상제의 벌을 피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 매년 위안샤오제 때는 집집마다 등을 내거는 풍속이 생겨났다고 한다.
위안샤오제 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풍속은 바로 위안샤오를 먹는 것이다. 위안샤오는 소를 만든 다음 찹쌀가루 위에 굴려서 적당한 크기로 하거나 찹쌀가루로 만든 피에 다양한 소를 넣어서 만드는 등 지역마다 만드는 방법에 조금씩 차이가 있다. 하지만 그 모양새가 동글동글하다. 이는 가정의 화목과 단란함(團圓)을 상징한다. 집집마다 내걸어 놓은 등을 감상하고 위안샤오를 먹는 풍속인 위안샤오제는 보름 이상 계속된 춘제(春節)의 분위기가 또 한 차례 절정을 맞이하게 된다. 중국 대륙에서는 위안샤오제를 지내고 나서야 비로소 새해 새봄을 맞이하는 들뜬 분위기가 수그러든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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