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약 발명, 도교에서 불로장생약 제조 과정의 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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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약 발명, 도교에서 불로장생약 제조 과정의 우연
  • 정거배
  • 승인 2016.06.0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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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제대로 알자<63>
▲ 중국 고대 도교의 연단술사들은 금이나 은처럼 부식되지 않은 물질을 인체가 흡수함으로써 불로장생할 수 있다고 여겼다. 그래서 이런 물질을 흡수가 잘 되도록 성질을 변형시키고 먹기 쉽도록 둥근 환 형태로 만들어 불로장생과 부귀영화를 바랐던 제왕과 귀족들에게 제공했다. 인간의 장수를 약에서 시작한 화약은 시대를 거치면서 전쟁 무기로 발전해 유럽에서는 창과 칼을 가진 기사계급을 제압하고 봉건시대를 무너뜨리는 계기가 됐다.

▲ 정 거 배 <인터넷 전남뉴스기자/중국언어와 문화학 전공>
중국인들의 명절인 춘제나 결혼식 때 폭죽을 터뜨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악귀를 쫓는다는 의미가 있다.
폭죽(爆竹)이란 단어에 이미 대나무가 들어가 있다. 고대 중국의 4대 발명품 가운데 하나인 화약은 실은 우연한 발명이었다. 고대인들은 주로 화살과 창을 이용해 전쟁을 했다. 그러나 화약의 발명은 무기의 혁명이었다.  화약의 유래는 중국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기 229년 촉나라 제갈량의 군대가 위나라 진창을 공격했다. 진창은 지금의 산시성 보계시 인근인데, 당시 위나라군은 제갈량 군대가 높은 사다리를 타고 성을 공격하자 이에 맞서 화전(火箭)을 이용해 반격했다는 기록이 있다.

화살 끝에 인화물질을 붙여 제갈량 군대를 공격한 것으로, 지금의 화약의 형태와는 거리가 있다. 로켓처럼 자체 내장된 연료를 연소하는 힘으로 날아가는 그런 화약은 아니라는 얘기다. 화약(火藥)은 그 뜻 그대로 사람의 몸에 필요한 의약의 개념이었다. 불이 붙는다는 약이다. 중국은 고대부터 연단술이 발달했다. 처음으로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도 궁궐에 부서를 두고 연단을 제조하게 해서 불로장생을 꿈꿨다. 전국시대부터 방사들이 불로장생의 단약을 만들어왔다.

불로장생 위한 연단술에서 시작
이들이 생각한 것은 금이나 은처럼 부식되지 않은 물질을 인체가 흡수함으로써 불로장생할 수 있다고 여겼다. 그래서 도교의 연단술사들은 이런 물질을 흡수가 잘 되도록 성질을 변형시키고 먹기 쉽도록 둥근 환 형태로 만들어 불로장생과 부귀영화를 바랐던 제왕과 귀족들에게 제공했다.  금이나 은처럼 다른 광물질을 변형시키는 재료가 유황이었다. 또한 대부분 성분이 질산칼륨이었던 초석이라는 물질은 금속을 용해하는데 유용하게 사용됐다. 단약을 만드는 과정에서 우연한 부주의로 유황과 초석이 함께 불 위로 떨어지면서 화염과 폭발이 일어났다. 그래서 고대 연단술사들은 유황과 초석을 혼합해 목탄 위에 뿌리고 불을 붙이며 불꽃이 일거나 폭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삼국시대가 지나고 위나라에 이어 진(晋)나라의 커홍(283~343)이라는 문학가이자 도교 이론가가 있었다. 그는 저서 <포박자>를 통해 ‘웅황이라는 물질과 초석, 돼지창자기름, 송진 등을 섞어 단약을 만들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웅황은 유황성분이 많고 돼지창자기름과 송진에는 탄(炭) 성분이 있기 때문에 화약의 기본요소를 갖고 있었다. 이미 그 시대 연단술로 일종의 화약을 만들어 낸 것이다.

당나라 초기 의술가였던 손사막(孫思邈)은 <단경내복유황법>에서 질산칼륨과 유황 그리고 숯을 혼합해 불을 붙이면 강력한 화학반응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약을 제조하고자 했을 뿐, 이것이 화약 제조의 배합 방법이라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그 뒤 확인된 것은 역시 당나라 시대 서기 808년 <연홍갑경지보집성>에 기록된 내용을 보면 유황과 초석 그리고 약초의 하나인 쥐방울을 이용해 환약을 만들어 불을 붙이며 연기가 났다고 언급하고 있다. 다른 기록에도 ‘유황과 웅황, 초석을 결합해 불을 가하면 화염과 손과 얼굴까지 번지고 전신을 태우기도 했다’고 돼 있다. 그러니까 9세기경 중국에서 화약을 발명한 것이다.

화약은 황, 숯과 초석(硝石)이라 불리는 질산칼륨의 혼합물이다. 연소될 때 많은 양의 기체가 발생하면서 급격히 팽창하는 원리에 의해 폭발한다. 폭간(爆竿)의 “간”이라는 말도 대나무 줄기라는 말로, 폭죽의 유래는 대나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듯하다. 옛날에 매년 음력 섣달 그믐날 밤에 “연(年)“이라고 불리는 맹수가 출현했다고 한다. 이 맹수를 물리치기 위해서 사람들이 집 앞에서 대나무 줄기를 불태웠다. 대나무 줄기는 내부가 비어 있기 때문에 대나무 줄기를 태우면 서서히 가열되면서 팽창을 하여 커다란 소리를 내면서 터지기 때문이었다

당나라 이후 군사용으로 개발
당나라 이후 오대십국이라는 분열의 시대는 전쟁이 많았다. 그래서 약의 개념으로 시작된 화약은 전쟁을 위한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되기 시작했다. 화전(火箭)이라는 무기가 만들어졌는데, 오늘날 로켓의 원리와 비슷했다. 대나무 막대에 화약통을 달고 끝부분에 불을 붙일 수 있는 도화선을 달았다. 화약이 연소하면서 발생하는 힘을 이용해 화살이 날아가게 했다.  이어 10세기 송나라 시대에는 오월국이라는 나라에 화전을 사용하는 군대가 있었고, 서기 975년 송 태조는 화전을 이용해 남당(南唐)이라는 나라를 제압했고, 서기 1000년 북송시대에도 화전 등 무기를 전쟁에서 이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물론 그 당시에는 단발식이었다.

화약은 중국 북송시대(960~1127) 군대에서 이미 보편화 됐는데, 요나라 도종황제 때는 11세기 중반 화약무기부대를 뒀다는 기록이 있다. 이어 남송(1127~1279), 금, 몽고도 모두 화약무기 제조 기술을 갖게 됐다.
북송 말기인 1126년 대륙 동북쪽에 있는 금나라 군사가 북송의 수도 개봉성 앞에서 진을 치고 있다고 성을 공격했다. 이 때 성을 사수하던 북송 군대는 ‘벽력포’를 이용해 반격에 나서자 금나라 군사들이 혼비백산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어 1232년 금나라 군사가 나중에 원나라를 건국할 몽골군에 맞서 싸우던 중 금나라는 ‘진천뢰’라는 작열탄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진천뢰는 쇠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폭발하면서 당시로서는 상당한 파괴력을 보였다고 한다.1259년에는 돌화창이라는 무기가 등장했는데, 화승총처럼 탄알을 발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돌화창의 몸체가 금속으로 바뀌면서 화통(火統)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이후 원나라 시대에는 화포를 이용해 지방의 반란세력들이 원나라 군대에 맞섰다는 기록도 있다.

명, 임진왜란 때 화포로 왜군 제압
그러다가 화약을 이용한 무기는 명 왕조에 들어서 다발식 화전이 등장했다. 도화선 하나에 화살을 많게는 백발이상 연결해 발사했다. 조선 임진왜란 때도 항왜원조에 나선 명나라의 이여송 부대는 일본군에게 엄청난 타격을 입혔다.  그리고 16세기 중엽 화룡출수(火龍出水)라는 신식 화전이 제작됐다. 명나라 후반에 편찬된 <무비지>에는 제조 방법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먼저 5척 길이로 죽순대를 잘라 마디를 제거하고 얇게 깎아 용의 몸체를 만든다. 나무로 용의 꼬리를 조각해 몸체 앞뒤로 연결시켜 용처럼 만들었다”
그런 다음 몸체 안 앞뒤로 단발식 화전을 장착하고 도화선을 몸체 밖으로 빼냈다. 그래서 도화선에 불을 붙이면 발사되도록 고안해 냈다. 화룡출수는 전쟁을 할 때 수전에서 사용됐는데, 적의 함선이 보일 때 발사했다.  그 뒤 화약 제조술은 아랍으로 전파돼 다시 유럽으로 건너갔다. 1240년 화약이 중국으로부터 아랍으로 전해지자 불꽃놀이도 함께 전파됐다고 한다.

시리아 사람 ‘하산 알라마’는 자신의 책에 로켓과 불꽃놀이 등에 대해 소개하면서 “중국으로부터 전수받은 것”이라고 기록했다고 한다. 유럽인들은 전쟁을 통해 화약과 화약무기를 접하게 됐고 화약을 이용한 제조기술을 습득했다고 한다. 14세기 중엽에 이르러 유럽인들의 유럽 국가 간의 전쟁에서 화약과 화약무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기록이 있다.
화약은 유럽에서 중세 봉건시대를 마감하고 자본주의로 진입하는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창과 칼로 무장된 중세 기사계층을 무너뜨린 것이다.
이어 스웨덴의 화학자 노벨이 화약의 기능을 대폭 개선해 흑색화약이던 것은 황색폭약으로 개량했다. 그러면서 화약은 전쟁에서 뿐 만 아니라 광석 채굴과 도로 공사를 위한 발파작업 등 민간분야까지 이용이 확대됐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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