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싶은 도시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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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도시 만들기
  • 조상현
  • 승인 2016.06.2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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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현 목포문화원 사무국장
▲ 조상현 목포문화원 사무국장

도시의 ‘발전’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자문해볼 때가 많다. 높은 건물, 새로 생긴 대형마트와 무슨무슨 유명 상표를 단 체인점, 시원하게 뚫린 넓은 도로와 그 위를 가득 메운 자동차, 화려한 인공조명들은 과연 도시의 ‘발전’을 말하는 것인가. 오래되고 낡은 건물, 복덕방과 사랑방 구실을 하던 동네의 슈퍼, 거리와 골목을 오랫동안 지켜온 단골가게, 삶의 이야기와 추억이 서린 정든 골목길들이 사라져가는 것은 ‘발전’을 위한 당연한 과정일까.

요즘 ‘걷고 싶은 도시 만들기’프로젝트가 많은 도시에서 시도되고 있다. 걷고 싶은 도시 만들기란 어쩌면 가장 인간적인 도시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사람’을 앞세우기 때문이다. 걷고 싶은 도시라 되려면 무엇보다 먼저 시민의 보행권이 확보되어야 한다. 시민 누구나 안전하고 편안하게 거리를 걸을 수 있는 권리다. 최근 목포시내에 유독 많았던 육교들이 대부분 철거된 것은 시민의 보행권 확보를 위해서도, 도시의 미관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보행권은 특히 약자인 노인과 장애인들에게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보행권을 해치는 장애물들은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

보행권은 시민의 복지와 직결되지만 문화와 도심 활성화와도 연결된다. 거리를 걷다보면 수많은 사람들과 상점들, 그리고 추억의 장소들을 만나게 된다. 운좋은 날이면 뜻하지 않은 반가운 얼굴을 만날 수 있고 오래전부터 사고 싶었던 물건을 살 수도 있고, 길거리 행사나 문화공연을 볼 수도 있다. 우리가 걷기에 좋고 편하면 남들도 걷기 좋고 편한 도시가 된다. 다시 말하면 외지관광객들에게도 걷기에 매력적인 도시가 되는 것이다. 

목포는 걷고 싶은 도시로서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특히 원도심은 안성맞춤이다. 외지관광객들에게도 목포의 원도심은 걷기에 매력적인 곳이다. 실제로 많은 여행객들이 목포 여행을 통해 만난 근대건축물과 맞집, 명소, 거리의 풍경들을 담은 여행기와 사진들을 인터넷 블로그에 올리는 것을 볼 수 있다. 거기에 달린 댓글들을 봐도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목포는  그리 넓지 않은 공간에 수많은 근대문화유산이 즐비하게 자리하고 있고, 유달산 삼학도와 같은 목포의 상징적인 장소 뿐 아니라 선창과 바다, 그리고 여러 군데의 재래시장이 있다. 또한 목포역과 여객선터미널이 있어 교통도 편리하다. 유명 맛집들도 많고 게스트하우스도 하나둘씩 늘어가는 추세다. 이렇듯 원도심은 역사문화와 자연, 교통, 상업 등의 조건들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이 잘 갖춰진 조건들을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점은 선을 이루고 선은 면을 이룬다. 여기서 점은 역사적인 건축물과 맛집, 유서깊은 장소와 같은 하나의 공간을 말한다. 그리고 이것들이 연결되어 선을 만들어 ‘거리’가 탄생한다. 때문에 가장 기본적인 점들인 건축물과 역사적인 공간 등이 훼손되거나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나의 건물이 훼손되거나 사라질 경우, 마치 이빨 빠진 것처럼 보기 어색하고 좋지 않다. 도시의 인상을 좋게 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고 손님에 대한 따뜻한 배려도 있어야 한다. 아름다운 가로수, 주민들이 스스로 가꾼 집 앞 꽃화분, 쉴 수 있는 벤치, 친절한 안내지도와 표지판, 다양한 방법의 홍보, 그리고 다채로운 길거리 공연 등 어쩌면 사소한 것 같지만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이 작은 일들이야말로 그 어떤 거창한 계획보다 더 값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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